한동훈과 악연, 한 달 새 두 번 좌천 당한 검사... 이젠 법정 다툼 [이슈와 검사]

손가영 2023. 1. 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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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검사] 'KBS 검언유착 오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성식 검사장

[손가영 기자]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2020년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슈] 23-01-05 : 'KBS 검언유착 오보' 명예훼손 혐의 기소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지난 5일 KBS '검언유착 오보' 사건과 관련해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KBS 기자 A씨를 각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신 검사장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장관(당시 부산고검 차장)에 대한 허위 정보를 기자 A씨에게 전달했고, A씨는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는 혐의다. (관련기사 : "기자 2년간 수사하고 기소, 고소인 한동훈 아니라면 가능했겠나" http://omn.kr/229jd)

KBS는 2020년 7월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그해 2월 부산고검에서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제기를 공모하는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KBS는 "한 장관이 '유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라고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KBS는 보도 바로 다음날 "기사에 일부 부정확한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정정보도를 낸 뒤 문제의 기사를 삭제했다. 한동훈 장관은 보도 이틀 후, KBS 보도 관계자와 허위 정보를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고소했다. 한 장관은 당시 허위 녹취록을 제보한 당사자로 신 검사장을 지목했다. 한 장관은 또 한 달 후인 8월에는 KBS 보도본부장 등 8명에게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추가로 제기했다.

[검사] 신성식 검사장 -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신성식 검사장은 1965년생으로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8년 27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변호사로 법조계에 발을 디뎠다. 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하다 2001년 2월 검사로 특별채용됐다. 울산지검이 첫 부임지였다.

이후 형사부 생활을 오래 했다. 2003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을 거쳐 서울중앙지검(2005), 수원지검(2008),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2010) 등을 거쳤다. 2012년 7월부터는 창원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했고 2013년 4월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대검찰청에서 과학수사담당관(2014), 과학수사1과장(2015) 등을 역임했다.

눈에 띄는 수사 경력은 2013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 등 사회고위층 자제들이 부정 입학한 의혹을 받은 '영훈국제중 입학 비리'다. 당시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장이었던 신 검사장은 두 달여 동안의 수사 끝에 그해 7월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과 임만빈 행정실장이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이들 자녀들에 대한 성적 조작을 지시했다며 배임수재와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2017년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으로 승진한 이후 대검찰청 특별감찰단장(검찰연구관), 부산지검 1차장을 거쳐 2020년 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를 관할하는 3차장검사으로 기용됐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 수사를 이끌던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신봉수 2차장이 각각 여주지청장과 평택지청장으로 전보되면서 생긴 빈자리를 꿰찬 셈이 됐다.

2020년 8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역임한 뒤 2021년 수원지방지검 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요직에 기용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지난해 5월 18일 한 장관 취임 후 이뤄졌던 첫 검찰 인사 때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성 발령을 받은 데 이어, 한 달만인 6월에 또다시 '검찰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추가 좌천됐다.

한 장관은 당시 첫 검찰 인사에서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과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이정현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검사들을 먼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냈다. 연구위원 정원 4명이 꽉 차자, 법무부는 직제 개편을 통해 연구위원 정원을 5명 더 늘리면서까지 추가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 

[특이사항] 윤석열 징계위 기권... 검수완박 반대

신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2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탁된 후 거듭 승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무조건 '순응'하던 검사는 아니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20년 12월, 법무부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면서 신 검사를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인선했다. 징계위는 12월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그런데 신 검사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여섯 가지 징계 혐의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최종 의결에서 기권했다.

2022년 상반기 수원지검장 재직 시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의 핵심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했다. 신 검사는 언론 인터뷰와 기고 등에서 "검찰 수사권 박탈은 국민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예방적 효과, 일종의 견제 기능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KBS의 검언유착 오보 사건에서 시작된 한동훈 장관과의 악연은 그의 검사 경력에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 검찰이 KBS 오보 사건에 대한 2년여의 수사 끝에 신 검사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젠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다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신 검사장은 지난 5일 "검찰의 기소는 사실관계나 법리적으로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고소인인 한동훈 전 검사장이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 재판을 통해 제 무고함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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