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사망 후 흔들렸던 이 밴드, 여정은 계속 된다

이현파 2023. 1.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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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는 없다' 활동 지속 선언한 록밴드 푸 파이터스

[이현파 기자]

 2022년 9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테일러 호킨스 추모 공연
ⓒ 유튜브 캡쳐
매년 그래미 시상식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세상을 떠난 예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때마다 이렇게 많은 별이 세상을 떴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지난해에는 전설적인 뉴 웨이브 밴드 디페시 모드의 앤드류 플레쳐, 백 스트리트 보이스의 멤버 닉 카터의 동생이자 비운의 청춘 스타인 아론 카터, 'Gangsta's Paradise'의 주인공인 래퍼 쿨리오 등이 세상을 떠났다.

모든 죽음이 안타깝지만, 지난해 전 세계 록팬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죽음은 아마 푸 파이터스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 아니었을까. 테일러 호킨스는 지난 3월 25일, 월드 투어를 위해 방문했던 칠레의 보고타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되었다. 향년 50세, 정규 앨범 'Medicine At Midnight'의 발매를 기념하는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이었으며, 제64회 그래미 어워드 축하 공연까지 계획 중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푸 파이터스는 너바나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밴드다. 2021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으며, 오늘날 활동하는 거대 밴드 중 하드록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대표적인 밴드다. 밴드의 멤버들이 인정하듯, 푸 파이터스는 흔히 데이브 그롤의 밴드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1997년 밴드에 합류한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의 존재감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 화려한 연주 실력과 무대 매너, 그리고 날카로운 고음의 보컬 실력까지 겸비한 그의 존재는 특별했다. 그는 공연 중 여러 차례 자신의 우상인 퀸의 노래들을 즐겨 불렀다. 2017년 펼쳐진 내한 공연에서 드럼을 치면서 'Sunday Rain'을 부르는 모습은 그날 있었던 팬들에게 쉽게 잊지 않는 기억이다.

당시 테일러 호킨스의 사망 이후 푸 파이터스는 진행 중이었던 월드 투어를 전면 중지했다. 그리고 영국 런던과 미국 LA에서 성대한 추모 공연을 열어 그를 추모했다. 폴 매카트니, 리암 러거, 조쉬 옴므, 나일 로저스, 퀸의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 레드 제플린의 쟁쟁한 뮤지션들이 나란히 참여하는 한편, 테일러 호킨스를 제외한 푸 파이터스의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 오랜 동료를 추모했다. 테일러 호킨스의 아들인 올리버 셰인 호킨스가 푸 파이터스의 멤버들과 함께 'My Hero'를 연주하면서 팬들의 눈시울을 자극했다.

고통스러운 2022년, 그래도 해체는 없다.
 
 록밴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가 발표한 공식 성명문
ⓒ Foo Fighters
 
지난 1일, 푸 파이터스가 공식 SNS를 통해 성명문을 발표했다. 푸 파이터스는 "밴드의 커리어 역사상 가장 어렵고 비극적인 해에 작별을 고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푸 파이터스는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음악의 치유력과 삶의 지속성을 대변하기 위해 결성되었다"며 "테일러 호킨스 없이는, 우리는 지금과 같은 밴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며, 그가 없는 이상 우리는 앞으로 다른 모습의 밴드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팬들에 대한 경의도 잊지 않았다. 테일러 호킨스가 팬들에게 의미 있었던 만큼, 팬들 역시 테일러 호킨스에게 의미 있는 존재였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때' 우리는 테일러 호킨스가 우리와 영적으로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 때문에 밴드의 해체로 받아들이는 팬도 있었지만, 푸 파이터스는 밴드의 여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밴드의 주요 멤버가 세상을 떠나고, 밴드가 해체하는 경우는 많다. 레드 제플린의 드러머 존 본햄이 세상을 떠났을 때, 레드 제플린은 새로운 드러머를 영입하지 않고 해산을 결정했던 바 있다. 25년을 함께 한 멤버의 자리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경험이 많은 드러머를 영입할 수도 있고, 드러머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놓고 전문 세션에 드럼을 맡길 수도 있다. 지난해 테일러 호킨스의 추모 공연에서 테일러 호킨스의 자리를 채운 친아들 올리버 셰인 호킨스 역시 팬들에게 새로운 드러머로 기대받고 있다.

이들의 말처럼, 2022년은 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해였을 것이다. 늘 유쾌했던 그들의 노래가 막을 내리라 예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떠난 동료를 마음속에 간직한 채, 다시 록을 들려주고자 한다. 푸 파이터스는 슬픔 가운데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적인 힘을 노래해 온 밴드다. 밴드의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제목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간다'처럼. "이럴 때 너는 사는 방법을 다시 배우게 돼"라는 'Time Like These'의 노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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