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최태원 마케팅’ 힘입어 3만 관객 모은 SK의 CES
도심항공교통(UAM)의 상쾌한 승차감, 대체 유(乳)단백질 크림치즈의 달콤한 맛. 탄소를 감축하자는 ‘넷제로’는 당위적이고 추상적 구호로 여겨지기 쉽지만, 지난 4일간 넷제로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반가운 미래였다. SK그룹이 지난 5~8일 세계 최대 규모 IT·가전 쇼인 CES 2023에서 꾸린 전시관 ‘동행’ 얘기다.
9일 SK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기간 중 3만여 명의 관람객이 그룹 통합전시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CES 관람객 수(1만1000명)와 비교해 약 3배로 늘어난 수치다.
올해 SK는 넷제로를 주제로 그룹사와 글로벌 파트너사의 탄소 감축 기술 40종을 담아 전시했다. 초고속충전 배터리, AI 반도체, UAM, 도심유전 등 대부분 부품과 소재 중심의 B2B 기술이다. SK는 이를 2100년 미래를 보여주는 미디어아트와 실물 크기의 UAM 시뮬레이션 등 피부에 와 닿는 전시로 표현해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CES를 현장 관람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SK가 지속가능성을 앞세운 것을 보고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SK 전시관은 첫날(7500명)보다 둘째 날(9500명)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개막일에 최고 인파를 찍고 줄어드는 일반적 전시 패턴을 벗어난 것. CES 현장의 SK 관계자는 “오감을 체험하는 요소들로 탄소 감축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미국 ABC 방송의 지역방송사 KTNV는 UAM 체험을 생방송 보도하기도 했다.
’최태원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최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회장 중 유일하게 CES 현장을 찾았고, 최 회장이 써본 안경과 먹어본 음식이 화제가 됐다. 지난 6일 최 회장이 SK 전시관 관람 중 시착해 본 SK바이오팜의 웨어러블 기기 ‘제로글래스’에 관심이 쏠렸고,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의료인 등이 CES 기간 동안 부스를 찾아 이를 착용해 봤다. 제로 글래스는 뇌파 같은 생체 신호를 측정해 뇌전증을 탐지하고 예측하는 디지털 헬스 기기로, 올해 CES 혁신상을 받았다.
같은 날 최 회장이 종류별로 맛본 크림치즈와 ’SK 빙수‘는 올해 CES의 최고 인기 식품이었다. SK가 투자한 미국 푸드테크 회사 퍼펙트 데이와 네이처스파인드가 대체 유(乳)단백질로 만든 친환경 먹거리다. 이들은 CES 기간 푸드트럭 운영을 위해 1만2000명 분량의 빙수와 치즈를 준비했으나 조기에 매진돼, 추가로 3000인분을 급히 공수해 왔다고 전했다.
최 회장 외에도 최재원 그룹 수석부회장과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을 비롯한 SK 최고경영진들은 이번 CES에 총출동해 글로벌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국내외 전시관을 둘러봤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각각 퀄컴과 팔란티어 경영진을 만나 반도체 및 AI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김종훈 이사회 의장(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 등 사외이사 전원이 CES 현장을 찾아 글로벌 기술 흐름을 살폈다.
한편, SK는 이번 CES 전시관 설치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약 575t의 탄소를 상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관에 ‘넷제로 기부 룰렛 게임’을 설치하고, 관람객들의 참여로 포인트가 쌓이면 같은 금액을 매칭 기부하는 방식이다. 집계 결과 CES 기간 동안 총 1억 포인트가 쌓였고, SK는 1억원을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에 기부할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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