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위대한 스턴트맨, 그들은 아티스트다

이준목 2023. 1. 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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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vN 스턴트 서바이벌 <슈퍼액션>

[이준목 기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 한 신의 명장면을 만들기 위하여 매순간 극한의 도전을 마다하지않는 대한민국 스턴트맨들의 열정과 클래스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1월 8일 방송된 tvN 스턴트 서바이벌 <슈퍼액션> 최종회에서는 대한민국 최강 스턴트팀을 가리기 위한 결승 무대가 펼쳐졌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결승에 올라온 세 팀은 '몽돌' '오서독스' '나인스턴트'였다. 세 팀은 최종 미션 '원테이크 슈퍼액션 엔딩 미션'은 션 필름을 제작하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엔딩 장면은 현장에서 고난도의 스턴트 라이브 액션으로 진행하게 됐다. 세 팀은 각자의 특기에 맞추어 비장의 스턴트 액션을 준비했다.

첫 팀인 몽돌은 '두 킬러 이야기'를 준비했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라 킬러가 된 두 친구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이야기를 다뤘다. 베테랑 박진수 팀장이 연출을 총괄하고 맏형 라인인 김종면과 최민이 주인공을 맡았다. MC 전현무가 악당 보스 역으로 특별 카메오 출연했다. 최민은 연인을 납치하여 협박하는 악인들의 강요에 못이겨 친구인 김종면을 끝내 배신하고 만다.

몽돌이 준비한 라이브 액션은 고공낙하였다. 김종면이 악당들의 추격을 피하여 밧줄을 타고 11미터 높이의 컨테이너에서 뛰어내리는 고난도의 스턴트였다. 와이어를 달았다고 하지만 아래는 안전장치가 없는 시멘트 바닥이었다. 하지만 김종면은 주저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바닥에 착지하고 겨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이번에는 차가 김종면을 덮치는 카 스턴트가 추가됐다.

김종면을 습격한 이는 최민이었다. 연인을 살리기 위하여 끝내 친구를 배신한 최민은 김종면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 스턴트 배우들이 화려한 액션만이 아니라 감성연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몽돌의 뛰어난 연출력에 일제히 호평을 보냈다. 강윤성 영화감독은 "반전이 있는 스토리와 카메라 연출이 좋았다. 마지막에 액션 배우의 한이 맺힌듯한 최민의 눈물 연기도 좋았다"고 호평했다. 베테랑 스턴트맨인 이인섭 감독은 "불과 5시간 안에 이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게 놀랍다"고 칭찬했다. 배우 장혁은 "액션 필름의 긴장감을 라이브까지 연결한 구성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팀인 오서독스는 첩보물을 배경으로 한 카스턴트를 준비했다. 세계를 뒤흔들 물건을 얻기 위한 남북한 첩보요원들의 대결 스토리였다. 장혁이 한국 요원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상관으로 특별출연했다. 오서독스는 강렬한 파쿠르 액션과 스피드 드론을 활용한 카메라 앵글로 역동적이고 화려한 연출을 선보였다.

하이라이트는 라이브 액션의 차량 전복신이었다. 도주하는 북한 요원의 차량에 남한 요원이 매달려 카 체이싱을 벌인 끝에 차량을 전복하고 물건을 회수하는 장면이었다. 오서독스 팀의 남자 최단신인 전찬웅이 운전자 역할을 맡았다. 스턴트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카스턴트에 오서독스는 물론, 경쟁팀들과 심사위원들도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못했다. 유시정 나인스턴트 팀장은 "카스턴트는 속도가 느려도 한번 사고가 나면 큰 사고가 난다. 맨몸 액션을 하다가 나오는 사고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오서독스팀은 전찬웅의 온몸 곳곳에 보호대를 꼼꼼하게 착용하고 안전벨트를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꽉 조이며 철저하게 준비했다.

촬영이 진행되고 차량이 전복되는 순간, 전찬웅이 착용했던 헬멧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컷과 동시에 모든 스태프들이 차량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전찬웅은 큰 부상없이 툭툭 털고 의연하게 차를 빠져나왔다. 전찬웅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조금 밀렸다"며 아쉬워했다.

강윤성 감독은 "저걸 어떻게 찍었지? 나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서독스의 연출력을 극찬했다. 이인섭 감독은 "카스턴트는 전복이 이루어지는 점프대까지만 스턴트맨이 컨트롤할 수 있고 그 뒤는 북불복에 가깝다. 안전걱정을 많이 했는데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장혁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결과물만 보지만 하는 사람들은 사투다. 어려운 사투를 벌이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차량에 제어하려고 했던 스턴트맨의 노력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고 극찬했다.

오서독스가 가져온 가방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영화 DVD들이었다. 이는 특별한 의미가 숨어있었는데, 바로 <슈퍼액션>에 참가했던 여섯 팀들이 연출한 대표작들이었다. 오서독스 신세계는 "저희를 주목해주시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해서 마지막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장혁은 "이 작품들이 바로 한국 액션영화의 자존심이다"라며 화답했다.

마지막 순서인 나인스턴트는 킬러 3인조 이야기를 준비했다. 청부살인 의뢰를 받은 세 킬러가 서로 음모와 배신에 휘말리며 대립한다는 줄거리였다. 나인스턴트는 건 카터를 연상시키는 맨손 격투와 총격술이 결합된 액션을 선보였다. 암살 대상인 회장의 경호원 역할을 맡는 쌍둥이 장유희-장수희 자매는 태권도 유단자다운 현란한 발차기 액션을 선보였다.

킬러 3인조중 회장에게 매수된 킬러 역할은 막내 황인환이 맡았다. 조제웅이 황인환의 배신으로 사망하고 윤기현은 황인환과 회장을 추격하여 복수했다. 윤기현은 도주하는 회장의 차량앞에 정면으로 뛰어들어 저격하는 고난도의 카스턴트를 선보였다.

마지막 라이브 액션은 바이크를 타고 달아나는 황인환을 윤기현이 차량 추격전 끝에 저격하는 원테이크 액션이었다. 나인스턴트가 선보인 비장의 무기는 '불 스턴트'였다. 저격으로 드럼통이 폭발하면 그 충격으로 바이크 슬립(바이크에 제동을 걸어 강제로 넘어져 미끄러지는 액션)에 이어 몸에 불이 붙게하는 연출이었다.

놀랍게도 불스턴트를 펼친 황인환은 어릴 때 사고로 화상을 당하여 불트라우마가 있었다. 하지만 황인환은 "스턴트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 도전했다. 스턴트맨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얼마나 전문적인지 보여줄수 있어서 좋았다"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용기를 낸 이유를 밝혔다. 다행히 스턴트는 사고 없이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났고 모든 출연자들이 경쟁을 떠나 한 마음으로 안도하며 박수를 보냈다.

강윤성 감독은 "드라마 제작사들은 뭘먹고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았고 스토리 구성도 탄탄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인섭 감독은 "시작과 마무리가 모두 중요한데, 액션필름의 총기액션에서부터 강렬한 마무리의 불스턴트가 모두 훌륭했다. 쌍둥이 스턴트우먼들의 액션도 처음 봤는데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다"고 아낌없는 호평을 보냈다.

드디어 7주간의 대장정을 마감하고 초대 우승팀을 가리는 순간이 왔다. 여기서 MC 전현무는 심사를 둘러싼 마지막 반전을 공개했다. 결승전은 액션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평가단'이 현장 연결을 통하여 세 팀의 미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 결승 1차 심사는 100% 시민평가단의 투표를 통하여 3위를 먼저 선정하고 남은 두 팀중에서 세 심사위원이 2차 심사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었다.

시민평가단의 투표에서 2위와 3위는 단 한 표 차이로 갈렸다. 3위는 몽돌이 차지했다. 나인스턴트와 오서독스의 대결로 압축된 우승 경쟁에서 심사위원들은 치열한 논의 끝에 오서독스의 손을 들어줬다.

오서독스는 사전 투표에서 참가 여섯 팀들로부터 유력한 최약체 탈락 후보로 꼽혔던 설움을 이겨내고 반전의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오서독스 멤버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감격에 휩싸였다.

눈시울을 붉힌 신세계는 "스턴트맨이라는 일이, 영화나 드라마의 멋진 장면을 하면서도 늘 뒤에 숨어야만 하는 직업이다. 정말 '은밀하게, 위대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라고 고백하며 "스턴트맨들을 위하여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액션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턴트 배우들은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배우를 대신하여 고난도 연기를 대신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흔히 대역배우라고도 불리며 작품 속에서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와 같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실제 배우들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 채워주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들이기도 하다.

<슈퍼액션>은 이들이 처음으로 누군가의 대역이 아닌 온전히 '주인공'으로 설수 있는 무대와 기회를 제공했다. 출연자들은 분장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대역이 아닌 자신의 얼굴 그대로 액션을 보여줄수 있었다는 데 행복감을 드러냈다.

매순간 새로워야하고 멋진 그림을 만들기 위하여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스턴트 배우들의 일상, 실제 대중 배우들 못지않은 연기력과 철저한 자기관리까지 팔방미인으로서의 면모, 단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해야하는기 보여주는 과정은, 스턴트 배우들이 지금의 K-컨텐츠 열풍을 만든 또다른 주역이자, 존중받아야할 우리 시대의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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