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양성평등도 먹고 사는 문제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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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이런 상황이면 양성평등은 먹고사는 문제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겨지곤 한다.
국내외 경제 분야를 들여다보면 양성평등을 포함한 다양성 추구는 뚜렷한 흐름이다.
기업과 경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한 여성가족부의 2022년 양성평등포럼의 결론도 다양성, 형평성 그리고 포용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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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새해가 밝았다. 모두가 경제 불황을 걱정하면서 성장의 활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지속돼 온 그리고 당분간 끝나지 않을 거 같은 금리 인상 속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뉴스를 다시 접하면서 1998년과 2008년을 떠올리며 사람들의 마음도 얼어붙어 간다. 경제가 나빠지면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새롭게 추진해야 할 일도 유보된다. 사회적으로도 포용의 마음이 좁아 들고 혐오와 배제는 커진다. 이런 상황이면 양성평등은 먹고사는 문제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겨지곤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30대 초반 먹고사는 일에 정신없는 청년들 몇 명이 패널로 참여한 토론회가 있었다. 조그마한 개인회사를 운영하는 한 청년 여성은 짧지만, 인상적인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평등은 곧 생존 문제입니다." 그 청년의 말은 뇌리에 깊숙이 박혀 오랜 시간 맴돌았다.
그의 말처럼 먹고사는 문제와 평등 이슈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 먹고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가장 중요하지만, 경제 영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외 경제 분야를 들여다보면 양성평등을 포함한 다양성 추구는 뚜렷한 흐름이다. G7, G20 등 세계 정상급 회의에서 성평등과 다양성 추구는 기본값으로 내장된다. "다원주의, 포용성, 다양성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국력의 원천이다." 이것은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 전략의 관점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도 작년, 기관의 운영과 정책에 성 주류화 전략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업과 경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한 여성가족부의 2022년 양성평등포럼의 결론도 다양성, 형평성 그리고 포용성이었다. 유엔이 주도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점점 늘어나는 기업들의 다양성 선언은 지난 10월의 카이스트(KAIST)의 다양성과 포용성 선언, 그리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비전 중 하나인 다양성 선언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치와 정책의 장에서는 그 흐름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 젠더 의식과 상황의 변화를 더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채 타성에 젖어 있는 듯하다. 지난 30여년간 조금이나마 변화된 젠더 관계를 기반으로 더 멀고 복잡한 여정을 준비했어야 했다. ‘역차별’ 주장을 평등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토론하면서 심화한 대안을 모색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이에 ‘양성평등’ 과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이란 말은 자기 검열과 기피의 단어가 돼 버렸다. 공공분야 부서 명칭과 교육 내용, 심지어 정부 사업에서도 사라지거나 약화되고, 새로운 정책 개발 의욕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양성은 앙상해졌고, 인권 차원의 과제가 용어의 선택과 교육 내용, 기회와 자원 배분을 놓고 뺏고 뺏기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공존의 시각에서 볼 때 이는 분명 퇴보다.
성별, 장애, 나이, 이주, 지역 등으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는 먹고사는 일과 연결돼 있다. 이는 대한민국호에 탄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거친 대양을 항해하는 배 안에서는 존중과 포용이 기본이다. 정부와 시민사회, 기업과 학교와 종교는 혐오와 배제가 발목을 잡으려 할 때 과감히 뿌리치고 한발 내디뎌야 한다. 정치는 시대정신이자 자신의 존재 이유인 다양성 추구의 모범생이 돼야 한다. 작년과는 다른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희망을 놓고 싶지 않다. 새해니까 새로운 해이어야 하니까.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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