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섬을 떠나며 내가 외친 조금 색다른 인사말
[김찬호 기자]
짧은 타이완 섬 여행을 마쳤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도시에도 들려보면 좋겠지만, 이번에는 타이베이에만 잠깐 머문 뒤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 단수이에 정박된 선박들. |
ⓒ Widerstand |
그 중에서도 타이완 섬의 북부로는 17세기 초반 스페인이 먼저 들어왔고, 이곳에 '산 도밍고 요새'라는 요새를 건설했습니다. 그것이 지금 '홍모성'의 원형입니다. 이후 남쪽으로는 네덜란드가 들어왔고, 스페인이 동남아시아 무역에서 혼란을 겪던 틈을 타 네덜란드는 스페인을 타이완 섬에서 몰아냅니다. 이제 타이완 섬 전체는 네덜란드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 정성공 영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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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홍마오 성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청대로 넘어오며 더이상 군사기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지만, 청나라는 1867년 홍마오 성 일대를 영국에게 할양합니다. 영국은 이곳에 영국 영사관을 설치했지요. 타이완 섬의 지배자는 일본으로, 또 중화민국으로 변했지만 영국은 여전히 이 일대를 소유하고 영사관을 운영했습니다.
이후 1972년 영국이 타이완 섬에서 영사관을 철수함에 따라 이 지역은 영국의 우방국인 호주가 대신 관리했고, 호주도 중화민국과 외교관계를 단절하자 관리는 미국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1979년 미국과 중화민국이 단교하며 곧 홍마오 성은 중화민국 정부에게 반환되었고, 얼마 뒤 일반에게 공개된 것입니다.
▲ 홍마오성 앞의 국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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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민국에게 이 섬은 탈출해야 하는 섬이었을 것입니다. 어서 대륙을 수복하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곳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다음을 도모하는 일시적인 때이고, 그래서 지금의 고통과 억압은 잠시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계엄령을 선포하고, 헌법의 효력을 정지하고, 선거를 치르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옳다고 믿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섬을 삶의 터전으로 여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니라, 발 붙이고 사는 현실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이 섬은 탈출해야 할 곳이 아닌, 무엇보다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 잡지 <메이리다오> 창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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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가오슝 시장을 지내는 천쥐, 민진당 주석을 지내는 야오자윈, 스밍더, 황신제, 중화민국 부총통을 지내는 뤼슈렌 등이 모두 이 메이리다오 사건의 주역이었습니다. 중화민국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룩하며 총통에 오른 천수이볜은 이 사람들을 변호하는 변호인단이기도 했지요.
▲ 단수이 해변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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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짧게나마 이 섬의 일부를 돌아다니며 저는 그들이 말했던 '아름다운 섬'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 섬에 현실을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이 가진, 이 섬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 단수이 진리대학 전경 |
ⓒ Widerstand |
결국 이제 타이완 섬에 남은 세대들은, 이 섬을 지키고 더 아름답게 만들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세대가 된 것입니다. 언급했듯 그것은 꼭 타이완 섬이라는 장소의 지리적인 아름다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타이완 섬을 떠나며 이 섬에 발붙이고 살았던 사람들, 타이완이라는 현실을 살았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섬'을 생각했습니다. 지금 여기를 사는 사람들의 힘이 만들어낸 진보를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이 섬을 지배하는 정부를 '중화민국'이라 칭하는 저이지만, 떠날 때 만큼은 이렇게 인사를 남겨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녕, 나의 일라 포르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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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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