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떳' 소환한 '런닝맨'... 몸 힘들수록 커지는 재미
[김상화 기자]
▲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 SBS |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방송 시간 변경과 더불어, 독한 웃음으로 찾아왔다.
지난주에 이어 8일 방송된 <런닝맨> '런닝맨이 떴다' 편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대에게 사랑받았던 SBS 예능 <패밀리가 떴다>(아래 <패떴>)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앞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특집' 편에서는 유재석의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10분씩 촬영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고, 이번 '런닝맨이 떴다' 편은 이른 아침부터 녹화를 시작하게 됐다. 과거 <패떴>의 주역이던 유재석, 김종국을 중심으로 야외 1박 2일 촬영에 익숙지 않은 멤버들과 초대손님 주우재까지 합류한 이번 편은 모처럼 당시 추억을 되살리는 방송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주 시청률 상승뿐만 아니라 즉흥적이었던 담당 조연출의 '하이프 보이'(Hype boy) 댄스 동영상이 SNS 등지에서 화제를 모으며 모처럼 <런닝맨>다운 웃음을 선사했다. 장작불 피우는 일부터 요리 만들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엇박자를 내는 멤버들의 '케미스트리'가 이번주에도 큰 재미를 만들어냈다.
▲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 SBS |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촬영장소에 도착한 멤버들은 1박 2일 동안 직접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잔치국수, 부대찌개, 떡국 등 장작불을 이용해서 요리를 해야 하는데 요리와 담쌓은 이들이 대부분인 데다 직접 불을 붙이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다.
<패떴>을 통해 이런 환경에 익숙한 유재석과 김종국은 솔선수범해서 불을 피운다. 하지만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날씨에 야외 촬영이 낯선 지석진, 전소민, 주우재 등은 연일 실수를 남발하며 당황했다. 읍내에 장을 보러 간 멤버들은 재료 구입은 뒷전이고 시장의 맛난 먹거리에 군침을 흘리며 엉뚱한 길로 빠져들기 일쑤였다. 유재석과 김종국의 분노는 극에 달했지만 덕분에 웃음의 강도 역시 비례해서 커졌다.
우여곡절 끝에 국수 만들기에 돌입하지만 소량만 사용해야 할 육수용 멸치와 디포리를 몽땅 사용하는 '황당' 조리법 덕분에 잔치국수, 라면이 합쳐진 기이한 요리가 탄생하기도 했다. 간신히 점심을 해결하기가 무섭게 이들은 저녁 식사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 SBS |
저녁식사는 부대찌개, 삼겹살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국수도 힘겹게 만든 멤버들에게 요리는 여전히 버거울 수밖에 없다. '마법의 소스' 라면스프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지만 50인 분 수준의 물을 끓인 탓에 좀처럼 국물은 제 맛이 나지 않는다.
"20만 원어치 재료 다 넣었다"는 표현처럼 각종 준비한 식재료를 쏟아부은 덕분에 기적적으로 부대찌개를 회생시켰지만 이번엔 삼겹살, 밥이 말썽이었다. 아직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시험 삼아 두 줄만 굽겠다던 삼겹살은 가마솥 냄비 면적 전체를 뒤덮었고 냄비 밥은 약한 화력 때문에 좀처럼 익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멤버들은 지치고 짜증도 났지만 어렵게 맛을 살린 부대찌개와 쌀밥을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어 코로나 감염 때문에 요양 중이던 양세찬이 밤늦게 합류하면서 게임으로 다음날 식사 당번을 정하는가 하면, 돌림판으로 한 돈 짜리 황금을 부상으로 수여하는 등 <런닝맨>은 시끌벅적했던 야외 녹화를 마무리 지었다.
▲ 최근 SNS 상에서 화제를 모은 '런닝맨' 조연출의 'Hype Boy' 커버 영상 |
ⓒ SBS |
근 6년 만에 오후 6시 시간대로 자리를 옮긴 <런닝맨>에 일부 시청자들은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다른 신규 프로그램 영향으로 10분, 20분가량 방송을 일찍 시작한다거나 혹은 그만큼 방송 내용이 줄어드는 일을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그에 따른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주에 걸친 '런닝맨이 떴다' 편은 방송 전 시청자들의 상했던 마음을 얼음 녹듯이 풀어냈다.
특히 어처구니없는 멤버들의 실수 연발 외에도 의외의 상황에서 나온 댄스 영상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뉴진스의 'Hype Boy' 커버 댄스를 선보였던 주우재에 맞서, 팀 회식 자리에서 춤을 췄던 담당 조연출 윤종서 PD가 연예인 못잖은 현란한 몸동작으로 웃음을 선사한 것이다. 그날 이후 SNS에 해당 장면이 편집되어 올라오면서 관심이 뜨거웠고 이에 <런닝맨> 공식 채널에선 세로 직캠 영상을 따로 올릴 정도로 쏠쏠한 파급력을 발휘했다.
어느덧 방영 13주년을 맞이한 <런닝맨>은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았지만 세월에 비례한 화제성이나 관심을 유지하는 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안 다뤄본 소재가 없을 정도여서 새로운 아이템 발굴은 더욱 쉽지 않다. 예전 <패떴> 시절의 재소환은 일종의 궁여지책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의외의 상황이 빚어낸 재미는 <런닝맨>이 2023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것처럼 보였다. 비록 제작진 및 출연진 모두 몸은 힘들지언정 척박한 야외 환경으로 이동한 덕분에 예상 밖 웃음도 만들 수 있었다. 종종 이런 기획 마련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쏟아질 만큼, '런닝맨이 떴다' 편은 기대 이상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