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행복한 날 많겠죠?”…박성현의 절치부심

고봉준 2023. 1. 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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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9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린 어메이징크리와 의류 후원 조인식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현(30)은 한때 한국여자골프를 상징하는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였다.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파워풀한 스윙과 이를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의 ‘남달라’라는 별명이 따라붙은 이유다.

2016년 홀로 7승을 쓸어담으며 KLPGA 투어를 평정한 박성현은 이듬해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이어 데뷔와 함께 US여자오픈을 제패하더니 3년간 7승을 달성하면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이른바 박성현 시대의 개막이었다.

최소한 몇 년간은 박성현의 독주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기. 그러나 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2019년 말 생긴 어깨 부상을 기점으로 박성현은 정상과 계속해 멀어졌다. 우승 경쟁은커녕 컷 탈락하는 대회가 늘어났고, 결국 세계랭킹 왕좌도 후배 고진영(28)에게 내주고 말았다.

침묵은 예상보다 오래 흘렀다. 부상 여파가 지속되면서 3년이라는 시간을 우승 없이 보냈다. 지난해에는 그 흔했던 톱10 진입조차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한 채 2022년을 마감했다.

이렇게 세계랭킹 1위에서 200위까지 내려온 박성현이 ‘절치부심’한다. 새 의류 스폰서 계약이 있던 9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박성현은 “어느덧 LPGA 투어 진출 7년차가 됐다. 처음 3년까지는 스스로도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로 힘든 일들이 생기고 성적도 나지 않았다. 마음이 아픈 날이 많았다. 그렇지만 내 인생에서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본다. 앞으로는 행복한 날들이 많으리라고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본인의 설명대로 박성현은 미국으로 떠나자마자 꽃길을 걸었다. 2017년 신인왕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고, 2018년과 2019년 각각 3승과 2승을 추가하면서 전성기를 달렸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샷이 흔들리면서 부진의 터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박성현(오른쪽)이 9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서 어메이킹크리 유용문 대표이사와 의류 후원 조인식을 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전이 절실한 박성현은 결국 많은 변화를 택했다. 과거에는 스윙코치를 잘 두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새 지도자(조민준)로부터 간간이 가르침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새로 연을 맺은 캐디(이상균)에게서도 숏게임을 배우며 교정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박성현은 “새 캐디는 프로 출신인데 나와 정말 잘 맞는다. 내가 올 시즌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3승을 꼭 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북돋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체력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점점 더 어려지는 경쟁자들과 싸우기 위해선 풀시즌을 날 수 있는 몸 상태가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박성현은 “두 트레이닝센터에서 하루 3~4시간씩 체력훈련만 하고 있다. 올해 후반기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이 됐다. 앳된 외모는 여전하지만, 새해 각오를 다지는 자세는 물론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성숙해진 느낌이 물씬 풍겼다. 스스로도 “진정한 30대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어린 마음은 내려놓고 조금 더 성숙하게 어른으로서 골프를 대하려고 한다. 주위에서도 나를 보고 여유가 생겼다고 말씀해주신다”면서 옅은 미소를 띠었다.

박성현. 사진 KLPGA

박성현은 20일 미국으로 출국해 두 달 넘게 캘리포니아에서 기술훈련을 소화한다. 올 시즌 첫 번째 대회는 3월 23일 열리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이 될 전망이다.

끝으로 박성현은 “이제 아픈 곳은 없다”면서 “2023년에는 우승이 꼭 들어가 있어야 잘 마무리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일 생각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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