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어반스케쳐가 그림 초보자에게 들려주는 조언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
도시와 사람을 그리는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기자말>
[오창환 기자]
▲ 초보 어반스케쳐는 현장에서 단순한 형태를 찾아서 그리면 좋다. 수채화가 어렵다면 연필이나 색연필을 쓰면 된다. 갤러리 카페에 있는 화분을 그렸다. |
ⓒ 오창환 |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갤러리카페 N52에 도착하니 성남 스케쳐들이 이미 많이 오셔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카페를 둘러봤다. 이곳은 말뿐인 갤러리 카페가 아니고 실제 좋은 작가의 전시를 하고 있다. 카페 한쪽 넓은 벽에는 얼마 전에 38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신 조원강 선생님이 3D펜으로 그린 입체 스케치 작품이 있어서 반가웠다. 카페 아래 1층에는 넓은 전시장이 있고 유명한 작품도 많이 있다.
나는 최대한 작고 단순한 소재를 찾았는데 이는 캐나다 유튜버 베키 챠오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어반스케치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그림도 좋고 그림을 배우는 교본으로도 매우 좋다. 그 중 초보자를 위해 세 가지 중요한 조언(3 Important Advices For Beginners)이라는 클립이 있는데,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라 여기 소개하려고 한다.
다음은 베키의 목소리다.
"그림을 시작하는 초심자에게 세 가지 조언을 드릴게요.
첫 번째, 실생활을 관찰하여 그리세요. 인간은 수세기 전부터 스케치북에 드로잉과 채색 연습을 해왔어요.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북이 가장 먼저 생각나요. 그는 평생 동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는데, 우리가 그리는 저널 북 그림과 굉장히 비슷해요. 그는 일상적인 관찰로 풍경과 물건과 자신의 상상을 그렸어요. 그래서 그의 스케치북을 보면 정말 멋지게 느껴지고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답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늘상 사진을 찍어요. 그러나 나는 초심자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을 추천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사진은 애매하고, 실생활의 매우 작은 부분만을 포착하기 때문이에요. 아주 단순한 것이라도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사과나 부엌에 있는 주전자를 관찰해서 그리라고 하고 싶어요. 실생활을 관찰하면 추상적인 색채의 조합일 뿐인 사진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어요.
▲ 카페 한쪽에 있는 보온 물통을 펜으로 그렸다. 어반스케치 모임에서 어려운 풍경화를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
ⓒ 오창환 |
그리고 나는 초심자에게 건식 재료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수채화나 아크릴화는 컨트롤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연필, 펜, 색연필, 오일파스텔 등 건식 재료는 물체를 그리기도 좋고 음영도 넣을 수 있어요. 연필은 지울 수도 있어요.
세 번째 충고는 편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거예요. 너무 자신을 심하게 밀어붙이지 마세요. 그리고 자신을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예술가들과 비교하지 마세요. 모든 사람은 바닥에서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자신이 잘 못 한다고 해서 화내지 마세요. 처음엔 다 그래요.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해야 해요.
매일 몇 시간이고 연습할 필요는 없어요. 20~30분이나 1시간 시간을 내면 돼요. 그림 실력을 키우고 싶으면 연습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해요. 이 시간을 당신을 일과에 넣어야 돼요.
그리고 아주 단순한 물건을 하나 그리세요. 크고 멋진 그림을 그리려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물을 이해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스스로 배워야 해요. 옛날부터 선생님들은 오렌지색을 어떻게 섞는지 가르쳐 왔어요. 그러나 같은 빨강과 노랑을 섞는다고 해도 모두 톤이 달라요.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고 다른 교육을 받아왔어요. 이런 것들로 해서 어떤 현상을 다르게 봐요. 그림을 그릴 때도 그래요.
만약 당신이 매일 20분씩 연습한다면, 몇 달이나 몇 년이 지나면 엄청나게 축적돼요. 핸드폰이나 TV, 비디오 게임에 들어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당신의 삶에서 예술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이 20분을 쓰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이 시간이야 말로 당신이 느긋해지고 내면세계의 평화를 찾아 명상을 하는 시간이에요." (베키 챠오의 유튜브)
흔히 어반스케쳐스 모임에 나오라고 하면 '실력을 키워서 나중에 나오겠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현장에 나와서 가장 단순한 사물을 그리면 된다. 커피잔이나 화분, 대문이나 우체통 등, 자신의 흥미를 끄는 단순한 사물로 시작해서 점점 그리는 범위를 넓혀가면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어반스케쳐가 될 수 있다. 잘 그리는 상태에 있는 것보다, 점점 잘 그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짜릿한 법이다.
▲ 성남 챕터에서 그린 그림을 모아 놓고 사진을 찍었다. 같은 곳에서 그려도 보는 관점은 다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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