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2일 만에 열린 여자농구 올스타전, 이승준의 깜짝 등장

이준목 2023. 1. 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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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올스타전, 팬서비스-참여의식 모두 빛난 진정한 페스티벌

[이준목 기자]

 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1쿼터 블루스타팀 김한별이 고의로 파울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023.1.8
ⓒ 연합뉴스
 
진정한 페스티벌(축제)이었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전이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식과 팬 서비스, 만원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소통으로 특별하고 유쾌한 하루를 선물했다.

8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이 열렸다. 코로나 19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던 올스타전이 돌아오면서 이날 경기장에는 1622명의 관중들로 7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객석을 빼곡히 채웠다. 그리고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경기를 할 때 못지않은 열정과 진심으로 팬들을 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하여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빛났다.

이날 WKBL은 선수와 지도자, 팬들이 모두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식전 행사에서는 도원체육관 외부에 푸드 트럭을 운영하며 선수들이 직접 팬들을 위한 서빙에 나섰다. 또한 경기장 안팎에 다양한 게임과 포토 부스 등을 설치하여 팬들이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올스타전 경기 외에도 여러 체험을 즐기고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

코트에 나선 올스타들은 입장에서부터 각자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뽐냈다. 미리 준비한 비장의 댄스 실력에서 다채로운 세리머니까지 마음껏 쇼맨십을 발휘했다. 본 경기 중에도 이벤트는 멈추지 않았다. 박지현과 김단비는 득점 후 위성우 감독에게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쳤고, 진안은 팬들에게 새해 맞이 기념으로 절을 하기도 했다. 2쿼터에는 팬들이 경기에 직접 참여하여 득점을 성공시킨 후 선수들과 코믹한 단체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선수들도 몰랐던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2쿼터 중반 갑자기 블루스타 배혜윤의 유니폼을 입고 한 거구의 남자가 코트로 난입했다. 바로 핑크스타 김소니아의 남편인 농구선수인 이승준(은퇴)이었다. '배혜윤 아바타'를 자처한 이승준의 깜짝 등장에 관중들은 박장대소했고 김소니아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소니아는 이승준의 입장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배혜윤의 투입으로 인정됐다. 이로서 부부가 함께, 그것도 상대편으로 코트에서 함께 뛰는 진귀한 명장면이 연출됐다.

이승준은 아내 김소니아와 치열한 1대 1대결을 펼쳤다. 골밑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지기도하고 덩크슛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등 본의 아닌 '몸개그'를 보이며 유쾌한 쇼맨십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 후 김소니아는 "진짜 몰랐다. 남편이 전혀 말을 해주지 않았다. 등장할 때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 ' 싶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2쿼터 핑크스타팀 김소니아가 블루스타팀 이승준을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3.1.8
ⓒ 연합뉴스
 
전반 종료 후에는 인기 걸그룹 '오마이걸'의 공연이 열렸다. 3쿼터에는 선수-감독-팬들이 모두 동참하는 릴레이 퀴즈과 의자뺏기 게임 등이 펼쳐졌다. 또한 4쿼터에는 1092일 만에 열린 올스타 페스티벌을 기념, 1092개의 경품을 준비하여 최대한 많은 팬들이 선물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풍성한 이벤트 만큼이나 경기도 볼거리가 넘쳤다. 팬 투표 1위 신지현이 주장을 맡은 핑크스타는 2위 이소희가 주장인 블루스타를 접전 끝에 98-92로 제압했다. MVP는 33점 20리바운드로 맹활약한 핑크스타의 진안(부산 BNK)이 수상했다.

특이하게도 진안은 이날 핑크스타와 블루스타 두 팀의 유니폼을 모두 입고 뛰었다. WKBL은 이번 올스타전에 '환승 챌린지'라는 독특한 이벤트 룰을 도입했다. 경기 중 양 팀의 선수 1명씩을 트레이드할 수 있게 한 것.

3쿼터 종료 3분 29초를 남기고 진행된 환승 챌린지는 60-63으로 끌려가고 있던 블루스타가 핑크스타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 1명을 고르고, 보낼 선수는 랜덤으로 뽑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블루스타는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강이슬을, 보낼 선수는 진안이 뽑혔다.

진안은 핑크스타로 옮긴 이후로만 13득점 13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승리에 힘을 더했다. 블루스타로 간 강이슬은 이날 3점슛 12방을 포함해 총 42득점을 올리며 역대 올스타전 신기록을 세웠지만 팀 패배로 인하여 진안에게 MVP를 내줘야했다. 환승챌린지가 두 선수의 운명을 바꾼 셈이 됐다. 하지만 강이슬은 3점 콘테스트에서도 우승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경기 후 MVP에 확정된 순간 진안은 세리머니로 걸그룹 에스파의 히트곡 '넥스트 레벨'(Next Level)에 맞춰 걸그룹 안무를 완벽하게 재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 내내 색다른 쇼맨십을 발휘했던 진안은 베스트 퍼포먼스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진안은 "3년 만의 올스타전이라 승패보다는 재미를 위하여 열심히 뛰었다. 경기는 어려운게 없었는데 춤 연습이 더 힘들었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생각이 날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 올스타전은 신지현이 김단비의 6년 연속 장기집권을 끝내며 팬투표 1위를 기록하고, 올스타전에 처음 나서는 이소희가 2위를 차지하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첫 올스타에 출전 선수가 8명이나 될 정도로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하며 여자농구 인기 중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번 올스타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노력한 선수들의 진심이었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팬서비스나 주인의식이 종종 도마에 오르는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날 여자농구 선수들은 하루뿐인 이벤트성 매치를 위하여 실제 경기 못지않게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본업인 농구만이 아니더라도 팬들을 위하여 즐거움을 주는 것 역시 프로선수로서 본업의 연장선에 해당한다. 또한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와 구성원들 역시 무게잡고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닌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않고 팬들 옆에서 함께 소통하고 스킨십을 나누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나 방송을 통하여 지켜본 팬들도 그러한 여자농구 구성원들의 진심을 느꼈기에 아낌없는 찬사와 응원을 보낼수 있었다. 그야말로 올스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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