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폭도' 의회 난입에 "증거 없다" 부인(종합)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지난해 대선에서 실패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선거 불복을 외치며 브라질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을 습격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대선 부정론을 외치며 연방의회를 공격한 사태가 그대로 브라질에서도 재연된 것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 관구 내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으로 난입한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관들을 폭행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서 시위대는 최루가스 스프레이까지 사용해 경찰을 공격하고, 의사당 진입을 위해 장벽을 뛰어넘고, 유리창문을 부쉈다.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노란색과 초록색 국기 색 옷을 맞춰 입은 시위대는 건물 지붕에 올라가 ‘개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브라질군의 쿠데타를 촉구하기도 했다.
경찰과 보안요원을 난폭하게 구타하고 맞서는 시위대에 무력하게 무너진 상황에서 군과 경찰은 헬기까지 투입해 상황을 진정시키는 한편 폭력 행위 연루자 400여명을 무더기 체포했다.
그가 이번 폭동 사태의 배후로 의심되는 보우소나루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의 현직 행정수반이 나를 상대로 증거도 없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일어난, 그리고 좌파가 2013년과 2017년에 했던 것처럼 공공건물에 침입하고 약탈을 벌이는 것은 규칙을 벗어난 일"이라며 "(자신은) 법, 민주주의, 투명성, 그리고 우리의 신성한 자유를 존중하고 수호한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인 아라라콰라 방문 중이어서 폭도들과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이날 저녁께 돌아온 룰라 대통령은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 처벌을 예고했다.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불복을 주장하며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을 난입한 사태의 복사판처럼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룰라 대통령이 ‘50.9%대 49.1%’이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대선 승리를 거머쥔 이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리아 주요 군부대 앞에서 룰라 취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선거 불복 움직임을 보여 왔다.
브라질 안팎에서는 이번 폭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강력 비난을 쏟아냈다.
브라질 노동당 소속 글라이시 호프만 하원의원은 "민주주의에 반한 범죄"라고 비판했고, 로자 베버 대법원장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며 "이번 시위에 참여한 테러리스트들은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세계 정상들도 일제히 이번 사태를 규탄하며 룰라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민주주의와 평화적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브라질 국민의 의지는 절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브라질 민주주의는 폭력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유럽연합(EU) 대표 인사들도 룰라 대통령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브라질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절대적으로 규탄한다"며 "자유로운 선거에서 브라질 국민 수백만 명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룰라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트위터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폭력행위와 브라질 정부청사 불법 점거에 소름이 끼친다"며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결국 폭력과 극단주의를 압도할 것"이라고 했다.
중남미 정상들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맹비난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번 시위 사태를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며 "대다수의 의지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법적인 제재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절대적으로 거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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