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누드화' 학습효과? 국회 걸린 尹부부 상의 탈의 그림 철거
9일부터 닷새간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굿, 바이展 인 서울’ 전시회가 무산됐다. 국회사무처가 전시를 공동주관한 의원실이 자진철거 요청에 응하지 않자 8일 밤 직접 철거에 나선 것이다.
굿바이전은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민형배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관했다. 전시회에는 작가 30여명의 정치 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전시 작품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작품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의를 탈의한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긴 칼을 휘두르는 대형 세로 작품이 전시회 초입에 설치됐으나 철거됐다. 윤 대통령, 김여사, 천공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함께 그려놓고 영화 ‘헤어질 결심’을 패러디해 ‘대통령실·사저 공사 수의계약 해먹을 결심’이라고 적힌 그림도 있었으나, 이 역시 철거됐다.
국회사무처는 민형배 의원실에 보낸 시정요구 공문을 통해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의 제6조 5호를 철거의 근거로 들었다.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정요구와 철거는 민주당 출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명의로 이뤄졌다.
전시를 공동주관한 민형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 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한 작가도 이날 자신의 SNS에 “어제 고생고생해서 설치해두었던 그림들을 국회사무처에서 오늘 새벽 강제 기습 철거했다”며 “그들은 그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는 듯하다”고 적었다.
전시회를 주최한 의원들과 작가들은 이날 오후 국회 사무총장실을 항의방문해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이광재 총장과 면담했다.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이 총장은 “예술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시기상으로 조금 부적절하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나면 적당한 시기를 택해 전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있었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국회 전시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월 민주당 표창원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1층에서 ‘곧, BYE(바이)! 展’이란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가 열렸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표현한 작품이 문제였다.
당시 여당 여성 의원들은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박 대통령의 무능과 권력 비리인가, 여성 대통령이라는 것에 대한 비하와 혐오인가”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정치권에선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 비하 정치 행위란 평가가 오갔고, 결국 보수단체 회원이 전시 중인 그림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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