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영화 '아바타' 속 해상민병대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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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이 13년 만에 선보인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에 나오는 악역, 포경선단을 이끄는 스코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중얼거리는 대사다.
표면상 민간인인 이들이 특정 해역을 장악한 채, 어선을 이어붙이고 그 위에 쇠창살을 꽃아놓고 해상 요새를 만들며 농성에 들어가면 각국 해경이나 해군들이 쉽사리 개입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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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돈 좀 벌어보자!(Show me the money)"
제임스 카메론이 13년 만에 선보인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에 나오는 악역, 포경선단을 이끄는 스코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중얼거리는 대사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악역으로 나오는 스코비스 선장은 해양 환경보호에 앞장서 온 카메론 감독의 의지에 따라 아주 잔인한 최후를 맞는 걸로 나온다.
스코비스는 아바타의 주 무대, 판도라 행성에 사는 고래와 유사한 생물인 ‘툴쿤’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그와 그의 포경선단은 각종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섬에 사는 원주민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나비족과의 전투에 용병으로 고용되기도 한다.
카메론 감독은 이 캐릭터를 통해 포경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일본을 비난함과 동시에 ‘해상민병대(Maritime Militia)’를 동원해 전 세계 바다에서 남획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특히 매년 서해에서 중국 어선의 횡포를 직접 겪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결코 영화 속의 내용만은 아니다.
중국의 해상민병대는 1949년 국공내전 직후부터 만들어진 준군사조직으로 당시 해군력에서 열세인 중공이 대만 국민당 해군의 침입을 막는다며 급히 수립했던 조직이다. 지금은 30만명으로 불어난 이들은 매년 정해진 기간에 군사훈련을 받고,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어선을 개조한 순시선과 각종 장비들을 갖추고 전 세계 바다를 횡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우리 서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동부와 중남미 해안지대 일대에서 크게 활개치고 있다. 대규모 선단을 끌고나가 저인망 조업으로 해양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돌아다닌다. 지난해 10월에는 아프리카 갈라파고스제도와 남미 아르헨티나 일대 오징어 조업에 나서 완전히 씨를 말려버리기도 했다. 유엔에서도 전 세계 공해상에서 중국 어선들의 어획고가 80%에 이른다며 생태계 파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이들이 남획을 통해 해양생태계만 파괴하는 게 아니라 영유권 분쟁 문제의 선봉에 서있다는 점이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에서 늘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표면상 민간인인 이들이 특정 해역을 장악한 채, 어선을 이어붙이고 그 위에 쇠창살을 꽃아놓고 해상 요새를 만들며 농성에 들어가면 각국 해경이나 해군들이 쉽사리 개입하기 어려워진다.
미국과 서방에서는 이를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the Gray Zone)’이라며 비판한다. 회색지대 전략은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정규군 병력이 아닌, 표면상 민간인인 준군사조직을 사용해 자국의 안보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민병대를 구성해 교두보를 장악했던 러시아의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중국 해상민병대의 도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북한 무인기 5대의 침범에도 온 나라가 들썩이는 안보불감증을 하루속히 불식시키고, 원칙에 입각한 대응체계와 발 빠른 대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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