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반납할 돈으로 직원격려금’ 국립현대미술관, 부당 업무 처리 16건 적발

김희윤 2023. 1.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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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국립현대미술관 특정감사 결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전시 언론공개회 및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수집규정과 다르게 미술작품을 구입하는 등 부당하게 업무처리를 한 내용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 결과 밝혀졌다.

9일 문체부는 소속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조직 관리와 업무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16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확인하고, 이날 미술관에 국고환수(시정) 및 경고·주의를 요구하거나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먼저 미술관은 작품수집규정 제5조에서 일반구입 수집작품의 제안권자를 관장·학예직 및 관장이 선정하는 50인 이내의 외부 전문가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2020년 세부지침을 제정하면서 내부 학예직의 제안권자를 ‘미술관 학예연구전문분과 구성원’과 ‘필요시 관장이 지정하는 학예연구사(관)’로 축소했다.

당초 50명으로 운영되던 외부 전문가도 2021년부터 11명으로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의 일반구입 제안은 2020년 72건에 비해 2021년 8건, 2022년 34건으로 감소했다.

경매구입 시에는 명확한 근거 없이 학예직 7~8명에게만 카카오톡 등을 통해 경매일정과 경매작품 등의 안내가 이루어져 작품 구입 제안이 한정된 인원 안에서만 이뤄지도록 했다. 이로 인해 일반구입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제안이 위축됐고, 경매구입 제안은 일부 소수 학예직 직원이 독점하게 돼 작품구입 과정의 투명성과 다양성 확보를 저해했다.

아울러 경매구입 시 제안자의 응찰보고서로 가치평가위원회를 진행해야 함에도, 경매구입이 제안된 115건 중 40건의 응찰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해 16건을 최종 낙찰받았다.

경기 과천시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백남준 효과' 기획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가치평가위원회와 가격자문위원회의 가격 자문을 거쳐 일반구입으로 수집하기로 최종결정한 279점 중 26점의 구입가격을 합리적 이유나 일관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조정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우주)’ 등 7점은 가치평가위원회의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고 5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미야지마 타츠오’의 ‘카운터 갭’은 가치평가위원회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1000만원을 하향 조정했다.

작품수집을 최종 결정하는 작품수집심의위원회도 제척·기피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과 객관적 기준 없이 운영됐다. 작품 구입을 제안한 직원이 해당 작품 심의에 참여하거나, 작품수집 담당 부서장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가격자문위원회에 부당하게 관여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24조 제2항과 국유재산 관리위탁 계약서 9조에 따르면 미술관과 문화재단은 1년 단위로 수입과 지출을 정산하고, 수입이 지출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차액을 국고에 납입해야 한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은 2022년 9월 15일 뮤지엄 숍인 ‘아트존’과 주차장 연간 수입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는 이유로 회계연도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입금 3196만6950원을 직원 격려금으로 임의 집행했다.

현재 문화재단은 자체 재무회계규정 65조에 따라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제한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단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체결한 3000만원 이상 계약 21건 중 20건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조명 구입 및 설치 용역’을 포함한 4건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백남준 작 ‘다다익선’은 관련 부서 간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품 전시·관리에 필요한 전시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소장품으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작품 일부(모니터)가 고장 난 채 전시되는 등 작품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범모 관장은 지난해 8월 29일 발생한 유튜브 채널 ‘국립현대미술관’ 해킹 사건을 문체부 본부에 보고하지 않아 이후 부처 내 유사 해킹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 또한, 일부 부서장들이 직원에 대해 비인격적 행위를 한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관하는 등 기관장으로서의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문체부는 2022년 10월 24일부터 11월 4일까지 미술관 기관 운영과 주요 사업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기관운영과 소장품 수집·관리 등에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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