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소비시장에 주목하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의 소비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와 최근 베트남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그가 말했다. 베트남 인구정책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 교수는 "중국을 대체할 제조공장으로서의 베트남보다 서비스 시장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더 다를 것이라는 변화무쌍 베트남에서 한국이 신성장의 돌파구를 찾는다면 단순히 중국을 대체할 제조시장이 아닌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처음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부상했다. 대(對) 베트남 수출은 609억8000만달러, 수입은 267억2000만달러로 무역수지 흑자가 342억5000만달러(약 43조원)에 달한다. 2018년 흑자국 1위였던 중국은 강력한 코로나 봉쇄 정책에 수출이 급감하면서 22위로 밀려났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대중 수출이 감소한 반면 원자재값 급등으로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급증하면서 대중 무역수지가 20위 밖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우리 최대 무역 흑자국 1위 자리를 베트남이 처음으로 꿰찬 것은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의 투자와 협력이 강화한 점도 한몫했다.
주목할 것은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5~8월 적자를 기록했고 9월 반짝 흑자로 돌아섰지만 10월부터 3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1558억1000만달러로 4.4% 감소했지만 수입은 1545억6000만달러로 11.5%나 증가하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더이상 중국에만 의존하는 수출 전략으로는 생존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베트남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1995년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면서 혁혁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베트남의 IT 환경은 IT 강국인 우리나라로선 기회다. 현재 베트남에는 한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이 진출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성인 인구의 90% 이상이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베트남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 ‘오케이쎄(OKXE)’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선 플랫폼 비즈니스를 빅테크들이 선점해 성공하기 쉽지 않겠다고 판단해 베트남으로 눈을 돌린 김우석 오케이쎄 대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월평균 거래규모가 300억원이 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베트남의 인구구조도 잠재 소비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베트남에서 한 해 태어나는 인구는 약 150만명으로 30만명이 채 안 되는 우리나라의 5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가장 많이 태어났을 때가 ‘58년 개띠’부터 1974년에 이르는 1·2차 베이비붐 세대였고 100만명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베트남은 탄탄한 인구가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한다. 세계 각국이 뛰어든 격전지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 없이 실패한 사례를 수도 없이 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수출 영토를 세계 각국으로 넓히려면 국가별 수출전략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세분화하는 작업은 필수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수출 전략의 새 판을 짜고,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 지원하는 일은 올해 정부가 챙겨야 할 최우선 과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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