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엄친아] 연대 카이스트 美대학 간 그 수학비법
엄마 친구 아들(혹은 아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지요? 누가 봐도 잘 자란 주변의 자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믿음을 지키며 잘 자란 엄친아도 참 많습니다. [교회엄친아]에서는 그런 신앙인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마냥 부러워하자고 그들을 섭외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 완벽해 보이는 그들도 그분 앞에서 한없이 연약한 존재임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만을 붙들고 지금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더군요. ‘왜 공부를 해야 하지’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 혹은 그런 자녀를 두신 학부모에게 교회 속 엄친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분의 선한 계획이 있기에….
“다른 분들과 묶여서 제 이야기가 기사로 나가는 건가요?” 기자 눈엔 완벽한 ‘엄친아’인데 현민우(31)씨는 홀로 기사에 소개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듯 보였다. 명문대인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는 미국대학에서 5년짜리 장학금을 받고 박사 학위를 하는데도 말이다. 겸손이 지나치다 받아쳤지만, 현씨는 “원하던 특목고도 다 떨어지고 이례적인 일로 외고에 추가 합격했고, 대학 입학도 쉽지 않았다”며 또다시 몸을 낮췄다.
박사 학위를 위해 공부 중 잠시 한국에 들른 현씨는 지친 입시생을 위한 기독 프로그램에서 2년째 봉사 중이다. 이달 16일부터 4일간 경기 광주에서 합숙으로 진행하는 ‘올라 아카데미’는 입시를 앞둔 크리스천 고등학생에게 신앙적, 학업적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믿음의 선배 강연이 준비됐다. 현씨는 2년 전 이 프로그램에서 수학 공부법에 대해 강의했고, 올해는 온라인 강연으로 참여한다.
독자를 대신해 ‘진짜 수학을 잘하는 비법’이 있는가를 물었다. 그는 “수학은 암기와 복습”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초등,중등 시절 이런 기본기 연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고등학교에 가서 기본과 원리를 섞은 문제를 풀 때 많이 헤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지점에서 수학 문제를 틀리는가를 진단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수학 문제를 틀리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단순 계산 실수로 틀린 것이 첫 번째인데 이럴 경우는 오히려 ‘쿨하게’ 넘기라고 했다. 현씨는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으면 맞출 수 있으므로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답이 나오는 두 번째 경우는 다시 두 갈래로 나눠야 한다고 했다. 교과 수학을 놓고 봤을 때 특정 단원에서 공부해야 하는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해 수식에서 적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다. 현씨는 “이럴 경우 그 개념을 포함한 단원으로 가서 여러 가지 유형의 문제를 풀면서 놓쳤던 개념을 익히면 된다”고 했다. 나머지 하나의 오답 유형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다. 우리가 주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으로 부르는 사람이 이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현씨는 “출제 의도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어떤 개념을 써야 할지도 모르는 것인데 이런 학생의 경우에는 2~3년 아래 학년의 수학으로 내려가 모든 단원 중 내가 약한 부분을 다시 짚어 찾아내고 내 것으로 만들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단원의 다양한 문제 유형 중 하나가 나중에 큰 발목을 잡기에 수학은 참 악랄한 학문”이라고 진단한 현씨는 “수능에서 수학은 기본과 심화가 짬뽕된 문제가 출제되는데 공부할 당시 90점이라고 잘한다고 넘어갔다가 그 모르는 10점에서 이해하지 못한 개념때문에 문제를 아예 못 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학 머리가 없는 게 아니라 과거의 학습이 잘 안돼 있던 것”이라며 “수식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을 고를 때도 단순히 성적을 올려주겠다고 하는 곳보다는 자신의 혹은 자녀의 구멍이 어디인지 잘 파악하고 그것을 메꿀 수 있는 꼼꼼한 곳(혹은 선생님)이 좋다고 귀띔했다.
학군이 좋은 서울 지역에서 중등 시절 공부 꽤나 잘했던 그도 어려움을 겪었다. 무난하게 입학할 줄 알았던 특목고 진학에 모두 낙방한 것. 입학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최후의 보루에서도 떨어졌을 때를 기억하며 “자존심도 상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하나님의 좋은 뜻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신앙 안에서 무너진 정신을 잡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실력을 더 갖추라는 그분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뜻밖의 일로 정원이 늘어나 추가 시험 기회가 주어졌고 이에 합격해 경기의 한 외고에 입학했다. 현씨는 “문을 닫고 학교에 들어갔다고 생각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입학식 때 따로 앉으라고 안내해서 ‘추가합격자를 괄시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교 3명만 뽑는 장학금 대상자에 선정됐던 것”이라며 “무언가 좌절을 겪었을 땐 항상 ‘내가 실력을 과신했구나, 교만했구나’ 하는 묵상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하고 말했다.
기숙사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한 현씨는 주일마다 기도모임 친구와 교회를 출석했다. 그런 그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마음을 다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는 “기도에 힘쓰되 내가 해야할 일을 열심히 하고, 또 그 가운데서 우리가 소위 말해 실패라고 하는 것을 경험하더라도 ‘그분이 선한 길로 인도하신다’라는 시그널(신호)로 해석하려고 했다”고 했다. 모의고사 성적이 잘 오지 않아도 당일 툴툴 털고 바로 자습실로 향할 정도로 실패의 회복 기간이 아주 짧았던 것을 입시 성공의 전략으로 꼽았다. 수학을 강점으로 삼았던 그는 결국 수리논술 전형으로 수시 입학했다. 그러면서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세대학교에 입학 후 교목실 산하 학생회에서 활동하며 많은 신앙 멘토와 동역자를 만났다고 한 현씨. 세상을 움직이는 힘 ‘정책’에 대한 중요함을 깨달아 카이스트에서 녹색경영정책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UC 산타바바라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행 중이다.
그는 “성경을 봐도 하나님이 세상을 어떻게 가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느냐”며 “성서적인 가치에도 부합하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 등을 재조명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 더 나아가 공정하면서도 현실적인 기후 및 에너지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오늘도 공부에 지쳐 낙담할지도 모르는 수많은 ‘교회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써 달라는 부탁엔 “실패와 성공, 모두 하나님의 선한 시그널!”이라는 글귀를 적어 주며 응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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