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대호'의 부담감... 한동희는 이겨낼 수 있을까
[유준상 기자]
올겨울 롯데 자이언츠는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인 팀 중 하나로, 외부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었던 포수 유강남과 내야수 노진혁을 잡는 데 성공했고, 베테랑 좌완투수 차우찬을 비롯해 방출됐던 선수를 대거 품었다.
여기에 호주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유망주들의 성장, 외국인 선수 3인방 재계약 등 스토브리그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이미 5강 후보로 거론될 만큼 올 시즌 롯데의 성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실 플러스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이대호의 은퇴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은퇴 시즌임에도 20개 넘는 홈런을 때려냈고,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까지 수상했다.
▲ 2020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롯데 한동희 |
ⓒ 롯데 자이언츠 |
지난해 한동희는 정규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7(456타수 140안타) 14홈런 65타점 OPS 0.817을 기록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고, 2020년과 2021년(이상 17개)에 이어 지난해(14개) 역시 두 자릿수 홈런을 생산했다.
사실 '100점짜리 시즌'은 아니었다. 4월 한 달만 놓고 보면 괜찮았다. 한동희는 정규시즌 개막 이후 한 달간 24경기 타율 0.427(89타수 38안타) 7홈런 22타점 OPS 1.249로 맹타를 휘둘렀다. 덕분에 김광현(SSG 랜더스)을 제치고 개인 첫 월간 MVP를 수상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팀도 상승 곡선을 그려나갔다. 롯데의 4월 팀 성적은 24경기 14승 1무 9패 승률 0.609(2위)로, 팀 타율(0.265·1위)과 홈런(16개·공동 2위) 등 주요 팀 타격 지표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롯데다.
상승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동희의 5월 성적은 타율 0.221(68타수 15안타)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6월(20경기 타율 0.271 1홈런 11타점)도 불만족스러웠다. 7월 들어서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4월에 보여줬던 강렬한 인상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2022년의 한동희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
ⓒ 롯데 자이언츠 |
개인 한 시즌 최다 실책(19개)을 범한 만큼 수비에서도 아쉬움이 드러났다. 리그 전체 내야수 가운데 박성한(SSG·24개), 박찬호(KIA 타이거즈·22개)에 이어 하주석(한화 이글스)과 더불어 세 번째로 실책 개수가 많았다. 3루수로 범위를 좁히면, 한동희보다 실책 개수가 더 많은 선수는 없었다.
장기적으로 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 있어서도 거포 3루수 계보를 이어갈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 한동희다. 2021년에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23 야구월드컵에 출전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해 열린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는 여전히 한동희에게 뛸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 4일에 발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최종 명단은 물론이고 지난해 11월 관심 명단 50인에도 한동희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올핸 한동희의 옆을 지켜줬던 대선배도 없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2023년, 팬과 구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한동희가 '포스트 이대호'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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