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미래 도시에선 건물이 곧 발전소다
투광형 박막 태양전지로 창문 이용해 발전
AI로 BIPV 관리하는 미래 스마트 도시 온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류에게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2050년 탄소 중립(net zero) 목표 달성은 필수 과제다. 석유ㆍ석탄 대신 대체에너지원으로 가장 활성화된 것이 태양광 발전이다. 그러나 인구 밀집 지역에다 국토가 비좁고 산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선 설치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큰 문제가 있다. 산지를 파괴하고, 식량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농지를 없애고, 미관상 새똥이나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흉물이 되는 등 곳곳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 기술이다.
창문이나 벽, 지붕, 옥상에 가볍고 얇고 투명한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해 건물에서 쓰는 전기를 스스로 생산해내자는 아이디어다. 기존 옥상형ㆍ베란다형 보다 훨씬 진보한 방식이다. 대규모 발전ㆍ송배전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친환경ㆍ스마트 도시를 위한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효율성ㆍ내구성 확보 등 기술적 한계 외에도 가격ㆍ시공 편의성ㆍ안전성 확보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출력ㆍ안정성이 높은 투광형 태양전지 기술이 개발되고 시범 주택이 건설되는 등 본격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래 도시 필수품
인류가 대체에너지원을 찾아 기후 위기를 극복한 후 살아갈 미래 도시를 생각해보자. 첨단 ICT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로 도시의 교통, 환경, 안전 ,주거, 복지 등이 획기적으로 발달한 스마트·친환경 도시가 될 것이다. 이곳엔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저장하고 AI가 최적화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BIPV 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빌딩들로 지어진다. 더 이상 태양광 발전 부지 확보를 위해 호수나 논밭, 임야를 흉물스러운 태양광 패널로 덮지 않아도 된다. 건물의 창호와 벽면, 방음벽 등 도시 곳곳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만들어 갈 수 있는 미래다.
이미 우리나라도 준비에 들어갔다. 2020년부터 공공건물을 신축할 때 연간 사용 에너지양의 일정 부분(지난해 기준 32%) 이상을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생산하도록 법제화했다. 민간 건물들도 제로에너지 건물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인증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연면적 500㎡ 이상의 공공 건축물, 연면적 1000㎡이상의 민간 건축물이 제로 에너지 건축 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 2030년까지는 연면적 500㎡ 이상 모든 공공·민간 건축물이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 제로에너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BIPV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NRF)의 R&D 브리핑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시장 정보 분석 회사 ‘그랜드 뷰 리서치’사는 지난해 BIPV 동향 보고서에서 2021년 전 세계 BIPV 시장 규모는 166억2000만달러로 추정했다. 특히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0.5%씩 급속 성장해 2030년엔 883억8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리즈톤(Airzton)사의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BIPV 발전 시장이 2020년 1억1000만달러에서 연평균 21,19%씩 성장해 2026년엔 3억6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막·색상 발현 기술 필수
건물 적용형 태양광 발전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선 기존의 단순 실리콘 태양전지 모듈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우선 곡면형, 지붕형 등으로 가공할 수 있고 벽이나 방음벽에 시공해도 되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고효율인 박막 태양전지 개발이 급선무다. 특히 창호로 쓰려면 빛을 적당히 투과시키면서도 고효율을 유지해야 한다. 건물 자재로 쓰인다는 특성상 색상을 넣을 수 있는 기술도 요구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필수다. 현재 옥상형 태양광 패널에 비해 창호형·벽면형 태양광 패널은 가격이 최소 5~10배 이상 비싸게 형성된 상태다. 특히 건물일체형 태양광 기술의 백미로 꼽히는 것은 건물 면적의 평균 45%를 차지하는 창호형이다. 유리에 아주 얇고 빛이 투과되는 태양전지를 부착해 발전한다는 개념이다.
문제는 발전 효율·투광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우리나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로 세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정증현 KIST 차세대태양전지연구센터장·유형근 박사 연구팀은 투명 산화물 전극 및 은(Ag) 전구체 기술을 적용해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수준의 고효율(23.4%)을 유지하면서도 투명도도 확보할 수 있는 CIGS 소재 활용 투광형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CIGS란 Cu(InGa)Se2의 약칭으로, 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등 4개 원소로 이뤄진 화합물이다.
종래에도 CIGS 화합물 태양전지가 개발돼 있었지만 뒷면 전극의 몰리브데늄 금속 때문에 불투명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수 마이크로미터(㎛ ) 크기까지 에칭이 가능한 레이저 공정을 적용해 미세 패턴을 균일하게 형성, 불투명한 박막 소재를 제거하고 광투과를 가능하게 했다. 또 인듐 주석 산화물(ITO)를 후면 전극으로 사용하고 여기에 은(Ag) 전구체를 적용해 계면 전기 저항을 낮춰 고효율도 확보했다. 정 센터장은 "창호형 박막 태양전지는 투명도와 전기 생산 효율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데, 50% 정도의 빛은 투과시키고 50% 정도만 발전에 쓰도록 하는 정도의 기술을 확보하면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발전 성능과 레이저 에칭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NRF 보고서도 "태양광 에너지를 빠르게 대량 보급하기 위해선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서 벗어나 건물, 자동차, 일상용품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박막 태양전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저가의 용액 공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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