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 리플레이] 선수와 팬 모두 상처...보상도 보장도 못하는 흥국생명
이형석 2023. 1. 9. 07:01
흥국생명 김연경(35)은 8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 내내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임명 사흘째를 맞은 새 사령탑은 감독석에 앉지도 못했다.
이는 권순찬 감독 경질 이후 후폭풍에 시달리는 흥국생명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29일 선두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1로 제압, 2022년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은 선수단에 2박 3일의 특별 휴가를 줬다.
2023년 출발은 최악이다. 선수단은 2일 오전,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구단이 권순찬 감독을 부임 9개월 만에 경질한 것이다. 김연경은 "선두를 다 따라잡고 현대건설 야스민 베다르트가 부상으로 못 나오는 상황에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팬들 역시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흥국생명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이례적으로 구단주 명의의 입장을 발표했다.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 겸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구단 방향성과 차이'라는 애매모호한 이유도 납득이 어렵지만, 선두 경쟁 중 소속팀 감독을 하루아침에 내쫓는 게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신용준 신임 단장은 일부 오해가 있어 바로 잡겠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자청,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신용준 단장은 "선수 기용이 아니라 경기 운영에 대해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갈등이 있었다"며 "선수 기용에 관해 지시하거나 간섭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임 김 단장이 유튜브를 통해 일부 팬들이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전위에 함께 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 권 감독에게 로테이션 수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감독의 고유권한인 경기 운영에 관여했다는 자백과 다름 아니다. 김연경은 "로테이션은 정답이 없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는 중이었다. (신임 단장이 밝힌 이유로 경질 결정은) 더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선수단은 '윗선 개입설'을 주장한다. 리베로 김해란은 "이전부터 (김여일) 단장의 (선수 기용) 개입을 느꼈다. 사실 선수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라고 했다. 김연경 역시 "이번 시즌에도 개입이 있었고, 이 때문에 패한 경기도 있었다"고 속상해했다. 권순찬 감독도 "구단에서 선수 기용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내가 듣질 않았다"고 말했다.
'윗선 개입'을 단순희 김여일 전 단장의 개인 의견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더 '윗선'에서 지시했을 것으로 본다.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 경질 닷새 만인 지난 6일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김기중 신임 감독은 8일 경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단은 '감독 선임 업무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내놓았다. 이날 감독대행을 맡은 김대경 코치는 "신임 감독과 선수단 상견례도 없었다"고 했다. 더 큰 문제가 숨어 있는 셈이다.
신임 감독이 자리를 비우고, 김연경도 장염 증세로 결장한 8일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3-1(25-23, 30-28, 23-25, 26-24)로 승리했다. 최근 4연승을 달린 2위 흥국생명은 승점 47을 기록, 선두 현대건설(승점 51)을 바짝 추격했다. 김연경은 경기 내내 웜업존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
흥국생명 팬들은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김연경의 팬클럽에선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는 클래퍼를 자체 제작해 나눠주고 있다. 또 지난 6일에는 트럭 시위를 펼쳤다. 트럭에는 '배구는 스포츠지, 구단의 인형놀이가 아니다' '선수 기용 개입은 명백한 월권' '흥국생명 기이한 경질, 모기업 태광 회장의 입깁' 등의 문구가 노출됐다.
김해란은 "구단의 개입으로 마음 상한 선수들이 많았다. 나 또한 역시 그랬다"며 "감독님 입장에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라고 했다. 김연경도 "너무 놀랍고 안타깝다. 과연 이런 팀이 또 있을까 싶다. 최근 흥국생명에서 발생하는 일이 너무 부끄럽다"고 작심 발언을 남겼다. 오죽하면 "다음 감독님으로 누가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다. 결국 구단에서 원하는, 말 잘 듣는 감독을 선호한다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흥국생명은 반복된 감독 경질로 '감독들의 무덤'으로 통한다. 김연경의 해외 이적,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 때도 업무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이런 전례를 보면 흥국생명은 선수단과 팬들 입은 상해를 '보상'할 것 같지 않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보장'하지도 못할 것이다.
화성=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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