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혹한 '어닝 쇼크'에도 주가 상승…왜?

정길준 2023. 1.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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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도 3거래일 연속 상승
"메모리 재고 소진 적극적으로 나서"
이례적 설명자료로 주주 달래기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

우리나라 수출을 책임지는 삼성전자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8년 만에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추락하며 본격적인 반도체 한파를 예고했다.

이런 모습과 반대로 주가는 올해 초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번 실적 악화가 미래 경영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서다.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도 반등의 시기를 앞당기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지난 6일 전일 대비 1.37% 오른 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주가가 올랐다. 지난달 14일(6만500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6만원대 진입을 코앞에 뒀다.

앞서 4일에는 정부가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 공제를 확대한다는 소식에 전일보다 4.33% 올랐다. 작년 9월 13일(4.50%)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증권가 기대치를 하회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시장의 우려에도 과감히 악재에 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메모리 재고의 소진을 위해 적극적 가격 인하로 수요 촉진을 시도했다. ASP(평균판매단가) 하락 폭이 큰 관계로 마진율의 급격한 훼손을 유발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또 "그동안 누적 재고에 대한 정책이 부재했던 것에 반해 전략적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 고무적"이라며 "2023년 1분기 출시할 플래그십 스마트폰 효과와 네트워크사업부의 견조한 이익률, 모바일 패널 고객사의 회복과 신규 대형 패널의 적자 폭 감소 등의 효과로 전사 이익 감소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증권가가 제시한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약 6조9000억원보다 2조6000억원 모자란 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전년 동기 대비 69%나 감소했다. 2분기 연속 '어닝 쇼크'(실적 충격)다.

2022년 연간 매출은 상반기 반도체 호황에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지만 수익성에 먹구름이 끼면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냈다. 일반적으로 잠정 실적은 세부적인 사업부별 수치가 아닌 전사 차원의 매출과 영업이익만 간략히 보여준다. 확정 실적 발표일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주력인 메모리 사업은 고금리 상황과 경기 침체 전망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고객사들이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해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감소했다. 이에 공급사들의 재고도 쌓여 가격 하락 폭이 크게 확대됐다.

MX(모바일 경험)는 수요 약세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었으며 가전 사업도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확정 실적을 공개한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증권가는 회사의 작년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을 9000억원 후반대에서 1조원 중반대 사이로 추정했다. 전 분기(5조1200억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다만 메모리 설비 투자 축소 기대감에 더해 재고 정점 직전 분기부터 주가 반등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가 상당히 위축되고 불황이 지속되는 관계로 (실적 악화는) 예상하고 있었다"며 "일반인이 느끼는 것과 전문가가 느끼는 것에 차이는 있지만 하반기가 되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금 더 노력해서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잇는 새로운 먹거리로 로봇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제시했다. 조만간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고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신성장동력은 로봇이나 메타버스 등 이런 부분을 많이 보고 있다. 올해 안에 'EX1'이라는 버전으로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대형 M&A(인수·합병) 추진 현황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록다운, 미·중 이슈 등으로 절차가 지연됐다"며 "보안 문제로 자세히 말하지 못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와 바이오 등 성장 사업이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도 도출했다. 한 부회장은 "확실히 문제점을 찾았다는 것이 성과"라며 "TV의 경우 중국은 나름대로 체계가 있어 현지 고객을 위한 UI(사용자 환경)를 만들어 작년 8월부터 신모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부회장은 "위기에 대응하는 건 이미 체질화됐다"며 "기술 혁신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본질에 충실해 불확실성이 높은 대외환경을 도전의 기회로 삼고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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