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5.18 삭제했다고?…갈등을 자양분 삼는 野 [기자수첩-정치]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이 삭제됐다며 좌파 진영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들은 '독재 정부의 노골적인 5.18 지우기'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광주와 전남 등 지역 정가도 들고 일어나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야당 정치인은 "전쟁"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먼저 사실관계를 보면, 2015 교육과정에는 있었던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문구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삭제된 것이 맞다. 2015 교육과정에는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등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해 온 과정을 파악한다"고 기술돼 있었으나 2022년에는 "4.19 혁명에서 6월 민주 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을 탐구한다"로 변경됐다.
일차원적으로는 삭제가 맞으나 맥락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4.19 혁명과 6월 항쟁 사이 민주화 과정이라는 범위를 지정함으로써 5.18은 물론이고 부마항쟁과 같은 다양한 민주화 운동을 학습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의 부담을 경감하고 교사들의 자율권 제고를 위해 구체적인 사건 서술을 축소하는 교육과정 대강화의 일환이었을 뿐이다.
5.18뿐만 아니라 다른 항목에서도 서술을 축소한 내용이 상당수 보인다. 일례로 2015년 "광복을 위해 힘쓴 인물(이회영, 김구, 유관순, 신채호 등)의 활동을 파악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기른다"는 기술은 2022년 "국내외에서 전개된 민족 운동의 흐름을 이해한다"로 바뀐다. 이회영·김구 등을 삭제한 데에는 왜 침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정파적 입장에서 본다면 민주당이 환영할만한 교육과정도 추가됐다. "6월 민주 항쟁 이후 각 분야에서 전개된 민주화의 과정을 탐구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교사의 자율에 따라 민주당이 금과 옥조로 여기는 '촛불집회'를 교육과정에 담을 수 있는 근거가 수록된 셈이다. 친절히 "평화적 정권 교체가 정착되고 시민운동이 성장하는 과정에 초첨을 맞추라"는 성취기준 해설도 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이번 교육과정을 개발한 정책연구진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에 구성됐다. '5.18 민주화 운동' 기술이 삭제된 1차 시안이 발표된 것도 역시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4월이다. 물론 대선 이후 시점이지만, 임기 말 검수완박까지 밀어붙였던 문재인 정부에서 새 정부 인수위의 압력을 받아 삭제했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개정 교육과정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최종 검토를 받았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2021년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거대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정권 성향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교육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독립적·중립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강행해 만든 정부 기관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편향됐다"는 주장은 애당초 민주당이 법을 잘못 만들었거나, 독립적·중립적 기구라는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진짜 문제는 고의성 없는 기술적 차원의 삭제를 야당의 정치인들이 확대·과장하여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말과 주장은 필연적으로 상대진영의 반발을 부르고, 영호남 지역감정으로 이어져 광주전남은 여전히 민주당 텃밭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광주를 방문해 사과를 하고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위한행진곡'을 목놓아 부른 사실은 애써 외면된다. 국민의힘이 '5.18 망언'을 이유로 특정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한 일도 마찬가지로 잊혀질 터다.
광주와 보수 진영의 화해를 막고, 갈등을 자양분 삼아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집단은 과연 누구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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