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백합꽃 퍼포먼스라도 할 기세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민주당 사람들의 위험한 법의식
법치 부정 체질화된 집단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할 모양이다. ‘성남 FC 불법 후원금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간다. 검찰이 아무나 죄를 씌워 불러대기야 할까. 지금은 그런 어둑한 시절이 아니다. 더욱이 그는 거대 제1야당의 대표다. 정권 임기 말에 ‘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던 무소불위의 공룡정당을 말 그대로 ‘실효지배’하고 있는 정치실력자 아닌가.
검찰 출석 출사표나 되는 양 발표
아마도 검찰 수사팀은 가능한 한 최대한의 예우를 할 것이다. 이 대표는 “한 점 부끄럼 없다”는 말을 자주하던데 수사팀 또한 ‘한 점 티끌’이라도 안 남기려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이치가 뻔 한데 뭐가 켕기는지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 인사들이 대거 동행하리라고 한다. “우리 모두 이재명이다. 자신 있으면 덤벼봐!”라며 검찰 기죽이기를 시도하려는 걸까?
그간 이 대표는 ‘민생투어’라는 것을 한다며 호남을 비롯하여 나라 안 이곳저곳에 가서 ‘검찰의 야당탄압, 정치보복’을 성토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렇게 분위기를 띄워놓고 수원지검 성남지청 출석을 ‘출사표’라도 되는 양 발표했다. 포토라인에 서서 민주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을 배경삼아 열변을 토할 심산인 듯하다. 자신에 대해 정권이 ‘핍박’하는 광경을 극대화하는 무대장치로는 제격이다.
보호벽도 설치해뒀다.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9일부터 회기가 시작된다. 다음 달엔 법정 임시국회가 열린다. 철벽을 둘러치고 나서의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 “제가 소환조사를 받겠다고 하는데 무엇을 방탄하느냐”고 했지만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불체포 특권 제한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제가 주장하던 것이다”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아주 잊어버린 표정이다.
지난달 26일 그는 “검찰소환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다음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과 당을 위해 탄압의 칼날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응하겠다고 결단한 것”이라는 찬사(讚辭: 칭찬하거나 찬양하는 말이나 글)를 보탰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정권을 보유했던 거대 정당의 원내대표가 검찰의 수사를 ‘탄압의 칼날’로 표현하다니! ‘검수완박’한다며 그 난리를 치고도 아직 ‘칼날’을 다 제거하지 못한 건가?
‘국민을 위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게 무슨 뜻인지도 설명 해주면 좋겠다. 이 대표 자신이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불법행위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이다. 거기 왜 국민이 호출돼야 하는가? ‘당당히’는 또 뭔지 모르겠다. 그냥 정직하고 솔직하게 조사를 받으면 된다. 혹 비굴하게 용서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 건가? 그런 게 아니라면 굳이 ‘당당’을 강조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런 태도나 표현을 허세 혹은 허장성세라고 한다. 거대 정당의 대표의 이 같은 대응은 오히려 처량해 보일 수도 있다. 겁이 나면 목소리가 커지는 법이다.
민주당 사람들의 위험한 법의식
이 대표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가서 이른바 ‘사이다’ 연설로 청중들의 분노를 자극한 바 있다. 성남시장 시절이었다.
“대통령은 나라의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민의 머슴이고 대리인일 뿐이다. 그런 그가 마치 지배자인 양, 여왕인 양 상왕 순실을 끼고 국민,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을 우롱하고 있다.”(2016. 10. 20).
그러므로 당장 사퇴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압박했었다. 이치가 그렇다면 성남시장·경기도지사로서 측근들을 끼고 시민·도민을 우롱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는 스스로 잘 알 일이다. 측근이라는 사람들과 정치·경제공동체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연히 정직하고 분명한 해명을 해야 옳다(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 경제공동체라는 신조(新造) 혐의에 걸려 파면을 당했다).
앞으로 한동안 순차적으로 이어질 검찰 조사는 오히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보일 절호의 기회다. 검찰이 먼저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겠다고 하는데 왜 ‘탄압’ ‘보복’이라며 당까지 나서서 아우성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자신들은 이해가 되는가?
10일 오전 10시 30분 성남지청 포토라인에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그리고 친명인사들이 백합꽃 들고 나타나지나 않을지 궁금하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그리고 지지자들이 2015년 8월 24일 서울구치소 앞에서 벌였던 게 ‘백합 퍼포먼스’였다. 한 전 총리가 백합처럼 결백하고 순결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한 전 총리는 2년형이 확정돼 이날 입소하면서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장례식 가기 위해 검은색 상복을 입었다”고 했다.
진성준 의원이 거듭 “한명숙은 무죄다”라고 선창했고 지지자들이 따라 외쳤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성경을 안겨 줬다. 참석자들 모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그를 배웅했다. 이게 지금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국민회의 사람들의 법의식이었다.
법치 부정 체질화된 집단인가?
한 전 총리는 그 2년 후 8월 23일 새벽 만기 출소했다. 이해찬·문희상 의원을 비롯, 내로라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마중 나갔다. 이번엔 백합대신 노랑풍선을 들었다. 집권세력이 되었음을 과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후 문 정권은 ‘한명숙 무죄 만들기’를 집요하게 시도했지만 도로(徒勞: 헛수고)에 그쳤다(한 전 총리는 추징금 8억8300만원 가운데 7억여 원을 아직도 갚지 않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금융자산, 자택 깡그리 추징당했다).
이 세력의 법치부정은 체질화된 것처럼 보인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해 12월 28일 0시 특별사면으로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했는데 100여명이 환영하러 모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민주당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은 “김경수는 무죄”라고 외쳤다. 김명수 대법원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 때 형이 확정됐던 사람이 무죄라면 김 전 지사는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정치적 핍박을 받았다는 것인가? 임 전 실장은 “이번 사면은 김경수 지사의 인격과 순정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대선을 왜곡시킨 사람의 ‘인격과 순정’은 어떤 것인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운위하는 사람들이 법치의 기본 명제를 부인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법치주의는 무너져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대표만 예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법 앞의 특권’을 요구하면서 창피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지도 궁금하다. 그런 의식이 아니라면 전국의 다른 수많은 형사 피의자를 위해서도 투쟁을 해야 옳다.
온 국민을 패싸움에 몰아넣은 민주당 식 선동정치를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됐다. 민주정치는 의제적(擬制的) 명제(민주주의 원리·원칙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실 정치가 펼쳐지는 마당은 가설무대와 닮았다. 그 위에서 마구 굴러대면 가설무대는 무너지고 만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만 무사하리라고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이 대표와 검찰의 문제는 그들에게 맡겨두는 게 바로 법치의 존중이고 실천이다. 떼를 지어 법치를 무력화함으로써 결국 자신들도 그 무리의 입속으로 떨어지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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