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직자의 자성..佛 원전 시찰 보고서에 "文 탈원전 성급"
국힘·민주당 등 15명 유럽 에너지 시설 방문
보고서에는 "한국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
[아시아경제 세종=송승섭 기자] 국무총리실이 국회 여야 당직자들과 유럽 에너지 정책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중 원자력발전 유관기관을 방문했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이 성급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무총리비서실이 지난달 작성한 ‘제1차 정당원 해외정책연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총리실 관계자 3명과 국민의힘 당직자 4명, 민주당 당직자 6명 등 14명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30일까지 세비 1677만원을 들여 네덜란드와 덴마크, 프랑스를 방문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는 해상풍력발전소와 공장을, 프랑스에서는 원자력안전청과 핵에너지·대체에너지 연구소 등을 찾았다.
연수는 선진국의 에너지 신산업·신시장 창출정책을 배우고 한국의 정책역량 연수를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총리실은 여야 당직자를 공동으로 참여시켜 정당과 정부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을 통해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신한울 3·4기의 건설과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현재 운영 중인 원전 24기를 2030년까지 28기(설비용량 28.9GW)로 늘릴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하고 범정부 패키지 지원에 나선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원전정책에 반대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확대 구상에 대해 “기후위기 시대 세계적인 에너지 산업동향과는 정반대의 발언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재명 당대표는 지난달 8일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민주당은 탈석탄·감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덴마크 전기요금 더 비싸…韓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하지만 원전비중이 높은 프랑스를 방문한 이후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원전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2021년 10월 프랑스는 ‘에너지 통로 2050’ 연구를 발표하고 원자력 없이는 탈탄소화 목표가 어렵다고 밝혔다. 새로운 원자로 건설은 경제적 관점에서 적절하다는 분석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원전 비중은 69.1%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연수에 참여한 임성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은 보고서에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원전 사업을 지나치게 단기간 내에 축소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도입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고 작성했다. 그러면서 “원전의 위험성보다는 원전을 친환경적으로 이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진태 더불어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 부장은 “프랑스 원전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안정과 안전이었다”며 “덴마크·네덜란드 등 인구와 영토가 작은 나라와는 달리 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풍력과 태양열이 아닌 원전을 안정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생각한 게 매우 특별했다”고 얘기했다. 또 “원전을 온리 원(Only one)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에너지 발전들과 혼합해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고했다.
동석한 전문가들도 원전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소장은 “(한국은) 국가적으로 육성한 원자력 기술에 기반해 수십년 간 안정적 전력공급의 수혜를 누려왔다”며 “프랑스 유관기관 방문을 통해 원자력 발전의 안전과 경제성을 담보하면서 기술 기여를 극대화하는 방향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덴마크의 가정용 전력 요금은 한국의 약 3배에 달한다”면서 “무탄소 전원 확대를 위한 사회적 투자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가조차 반영되지 않은 현재의 전기요금으로는 에너지 절약 및 전력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진작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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