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환골탈태(換骨奪胎)로 “북핵억제 전쟁”에서 승리해야 [박휘락의 안보백신]

데스크 2023. 1. 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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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무기력과 국민의 불신
군수뇌부의 반성과 심기일전 절실
군에 대한 국군통수권자의 자신감 필요
국민들도 동참해야…“북핵억제 전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오전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열병식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DB

군의 무기력과 국민의 불신

얼마 전 서울을 침투한 북한 무인기에 관한 군의 적절한 대응을 둘러싸고 논란과 국민의 불신이 적지 않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의 행태에 대한 대통령의 실망감이 아주 크다. 합참은 말할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령까지 31년 동안 군에 복무한 예비역으로서, 그 동안 군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온 학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필자는 군수뇌부들이 북핵위협과 관련하여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북한 정권의 종말을 처하도록 만들겠다”는 등으로 의지를 강조할 때 “어떤 수단으로?”라면서 실질적 대비책은 없이 말만 앞세운다고 나무랐었다. 북핵 관련 토론회에 현역이 제대로 참가하지도 않고, 어떤 기회에 군수뇌부들 만나 북핵대비를 촉구하면 두루뭉술 말로만 넘어간 채 실천을 하지 않은 것이 불만이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한다면서 자주국방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군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무인기 사태는 자체적으로는 큰 사안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군의 미흡함을 북핵 사태에 적용해보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그것을 제때에 탐지하여 요격할 수 있는가? 북핵 위협에 대하여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것 이외에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현 정부 출범 후 수개월 동안 군수뇌부들은 북핵 대응을 위한 수뇌부 토론회라고 한번 가졌던가?


얼마 전 북한은 남한을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한 뒤 남한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제2의 사명’을 수행하겠다면서 남한 공격용 전술핵무기의 대량생산을 발표했다. “방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그 사명을 완수하겠다고도 했다. “예의주시” “철저한 응징”과 같은 수사(修辭)의 반복 이외에 군이 노력한 바가 있는가?


우리 군이 결기만 강조하는 사이에 북한은 급속도로 핵전력을 강화해왔고, 북핵 수준과 한국군의 대비태세에는 엄청난 격차가 발생하고 말았다. 북한의 핵공격 준비는 시작되었고, 한국은 이를 억제해야 하는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군수뇌부의 반성과 심기일전 절실

상명하복의 문화를 고려할 경우 군수뇌부가 달라져야 군이 달라진다. 현재 준장 이상의 계급을 가진 고급간부들은 자신들이 무사 안일했던 지난 5년 동안 군대의 관행에 젖어있음을 인정하고, 고쳐야할 것을 찾아내야 한다. 틀렸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버티고’(vertigo; 비행 중 공중과 지상에 대한 혼동과 착각이 발생하는 현상)에 빠져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군수뇌부들과 고급장교들은 국민, 정치권, 선배들의 지적을 변명하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어야 한다. 변명하거나 축소 또는 왜곡하지 말라. 미흡하면 미흡함을 인정하고 고쳐 나가라. 국민들의 질책을 변명하지 말고 수용하라. 야당에서 지나치게 질책하더라도 정략으로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채찍으로 받아들여 고쳐나가고자 노력하라.


모든 문제를 전문적인 지식에 근거하여 보고 및 처리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무인기 등의 사태가 발생하였으면 그 사안을 책임지는 방공장교가 나와서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문적으로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변해주라. 내용은 잘 모르면서 계급만 높은 간부가 나와서 실무자들이 작성해준 내용을 낭독만 한 채 들어가는 것은 설명이 아니다.


군수뇌부들은 전역 후 정치에 관여하거나 한자리 더 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갖지 않아야 한다. 초연하게 여생을 보내라고, 다른 어떤 직종보다 많은 군인연금을 지급하는 것 아닌가? 전 정권에서 군수뇌부를 역임한 사람이 이번 정권에서 자리를 탐하거나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군을 고의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보면 불편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 군사문제를 더욱 연구하여 후배들에게 기여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매진하는 전역 후의 모습을 미리 생각해두라.


군수뇌부들은 임기 동안 오로지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전략을 고민하여 정립하고, 그러한 전략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다수의 과제를 개발하며, 그러한 과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무기 및 장비를 조기에 획득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일과 중 북핵에 관하여 노력한 것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평가해보고,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더욱 증대시키라.


전문성 위주로 군의 진급과 보직을 결정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라. 상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거나 인간관계가 원만한 간부가 아니라, 북핵 위협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요원들을 최우선적으로 발탁해야 하지 않겠는가? 5년 동안 처세에 능하거나 대과 없는 부대지휘에 만족해온 사람들을 발탁한 결과가 현재의 군대이고, 그래서 국민의 비판을 받는 것 아닌가? 흠이 있더라도 우수한 인재를 놓치지 않고 발탁하여 쓰는 분위기야말로 군의 실질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다.


북핵대응을 비롯한 군사문제에 관한 간부들의 공부와 토론을 강조해야 한다. 현대전 특히 북핵 위협은 필요한 전문성 없이는 제대로 억제하거나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는 계급별로 군사학교를 설치하여 수시로 재교육받도록 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그러한 군사학교 과정에서 공부를 잘 한 사람을 높게 발탁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계급마다 시험을 실시하여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은 사람만 진급심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주장까지 했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간부들이 경쟁적으로 군사서적을 탐독하고, 군사이론을 열띠게 토론하며, 교범과 교리에 의하여 제반 군사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다만, 계급에 따른 차별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진급만을 미끼로 부하들을 독려할 경우 보이기 위한 업무를 권장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계급보다는 전문성을 강조하고, 상급자도 인간적인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사명감과 직업의식이 간부들의 업무 원동력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군간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자부심과 보람으로 근무하도록 분위기를 전환해 나가야 한다. 당연히 군수뇌부부터 계급보다는 전문성을 중시하여 부하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고, 묵묵히 업무에 정진하는 사람을 찾아서 치하하고자 노력해야할 것이다.


아마 지금의 군수뇌부들은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선배들이 저질러 놓은 잘못을 뒤집어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로지 군대를 정비하여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라. 군의 전체적인 발전, 북핵 대응력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군 수뇌부가 편안해질 수는 없다.

군에 대한 국군통수권자의 자신감 필요

오랫동안 군을 걱정해온 사람으로서 군에 대한 대통령의 실망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더욱 답답한 마음일 것이다. 대통령이 한미동맹이나 한일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 군대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군수뇌부를 질책하는 데 머물지 말고, 군의 발전을 독려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은 헌법 제66조 2항에 명시된 대로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을 위한 책무를 수행해야 하고, 그러한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군이 미흡하다면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권한에 근거하여 군을 이끌어야 한다. 개략적이지만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복안을 스스로 가져야 하고, 군 수뇌부와의 토의를 통하여 그 방향을 제시하거나 결정하고, 군의 변화를 직접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에서 비판하듯이 대통령이 군복무를 한 것은 아니고, 이로 인하여 군에 대하여 지시하는 것을 어려워할 수 있다. 그러나 군복무 여부와 통수권자로서의 책임완수는 전혀 상관이 없고, 그것을 미안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군복무만이 국가에 충성하는 것도 아니고, 병사로서의 복무가 군의 전문성을 크게 높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군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군은 상관의 명령 특히 국군통수권자의 지시에는 절대 복종하게 되어 있다. 전문용어가 생소하면 물으면 된다.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 군에 관하여 하달해야할 지침이 있다고 생각하면 주저하지 말고 지시하시라.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한미연합사령관을 수시로 부르거나 전화로 호출하여 필요한 사항은 묻고, 대책을 확인하고, 생각하는 바를 말씀하시라.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이고, 예하부대들을 수시로 방문하시라. 군대의 업무도 상식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가지시라.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의 미래지향적인 발전방향도 고민하고, 지침을 내려야 한다. 군은 지시를 받아야만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최우선순위를 두어 필요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그러한 대응전략 하에서 기존의 전력증강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라.”라는 정도로만 지시해도 군은 북핵 대응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게 될 것이고, 북핵 대응에 필수적인 무기와 장비를 최우선적으로 획득하게 될 것이다. 어떤 지침을 내려야할 것인가에 대하여 자신이 없다면 군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하여 도움을 받으시라.


국군통수권자로서 결재해야할 경우 군이 건의하는 바를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에 그것이 타당한지를 깊게 고민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고자 노력하시라. 군의 건의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군의 북핵대응 전략, 군의 주요 구조 변화, 국방비 사용의 우선순위, 주요 무기체계의 획득 여부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 자신이 없을 경우 주변의 전문가들을 불러서 충분히 의견을 들은 다음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하면 된다.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는데도 그래도 결재해서는 곤란하다.


국군통수권자가 군의 진급까지 세부내용을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잘못되어온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군인들이 상위계급으로 진출하도록 당분간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공서열이나 평가점수에 근거한 기계적 선발에서 벗어나 북핵대응 등 핵심적인 대응태세 완비에 필요한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전문성 위주로 선발하라”는 정도의 지침만 내려도 군의 진급방향, 간부들이 노력하는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들도 동참해야

군의 발전에는 국민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군대가 올바르게 발전해야 국민들의 안전이 보장되고,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군대가 제대로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지를 감독하는 것도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이다.

군의 발전을 위한 가징 기본적인 요소는 국방에 대한 국민들의 자세이다. “평화”라는 단어만을 되뇌면서 국방이나 군대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국민 속에서 강군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부터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강군 육성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군의 발전을 적극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라는 평범한 격언을 국민들이 명심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강군 육성의 조건은 없다.


계급만을 기준으로 군을 평가하지 않고자 노력하십사 당부 드린다. 이등병이 대장보다 더욱 큰 공을 세울 수도 있고, 소위가 대령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급은 군의 역할을 분담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국민들이 계급만으로 군인을 평가하니 군인들은 오로지 진급에 목을 매고, 그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계급이 아무리 높더라도 군인답지 못하면 경멸하고, 비록 진급을 하지 못하더더라도 훌륭한 군인이면 존경해주시라.


필자는 지인들에게 가끔 주문한다, 주변에서 군간부 친구가 있을 경우 수고한다고 술을 사줄 것이 아니라 군사문제에 대하여 꼼꼼히 물어서 충분한 지식이 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그리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질책하라고. 모든 국민들이 친구 군인들의 군사전문성을 점검하고, 미흡하면 질책할 경우 군간부들이 높은 전문성을 구비하고자 노력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 군은 발전하게 될 것이다.

“북핵억제 전쟁”

현재 한국과 한국군은 “북핵억제”라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로 공격하고자 하고,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억제해야 하는 전쟁이다. 억제에 실패해서 북한이 핵무기 공격을 가하면 한국은 물론이고, 한민족 자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 “북핵억제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 군수뇌부, 대통령, 국민들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군 수뇌부, 간부들을 육성, 선발하여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군 수뇌부들은 수시로 자문해야 한다, 내가 “북핵억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고. 모든 장병들도 동일하게 자문해야 한다. 만약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나보다 더욱 전문성 있고, 군의 북핵 대응태세를 강화할 동료가 등장하여 “북핵억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줄 것 아닌가? 대과없는 부대지휘에 만족하는 지휘관은 자신이 초래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군인에게 가장 어려운 상황은 상관이 올바르게 업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이다. 직언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필자도 국방부 대북정책과장으로서 ‘햇볕정책’에 순응하지 못하여 보직 해임되었고, 이로써 장군으로의 진급이 어렵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상관의 잘못된 지시, 잘못된 업무수행 방향을 그대로 추종한 후 내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어떻게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냐는 것은 당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북핵억제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상관을 보면서 계급만 높다고 존경해서는 곤란하다.


글/박휘락 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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