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APBC→WBC 생존율 16%…한국야구 '거북이 걸음' 성장

배중현 2023. 1. 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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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APBC 뛴 유망주 25명
고작 4명만 WBC 엔트리 승선
대부분 선수 은퇴·징계·부상
'젊은 피' 많은 일본과 대조적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출전한 안익훈(왼쪽부터)·김대현·이정후의 모습. APBC는 한국·일본·대만의 ‘젊은 피’를 확인할 수 있는 대회로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차 이하로 출전이 제한됐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16%.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최종 엔트리에 포함한 25명 중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4명에 불과하다.

2017년 10월 발표된 APBC 최종 엔트리는 조금 특별했다. 아시아 3개국(한국·대만·일본)만 출전한 APBC는 '육성'에 초점을 맞춘 국가대항전이었다. 우승을 목표로 베스트 멤버가 나서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는 취지가 달랐다.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선수도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차 이하로 제한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연령과 입단 연차를 제한 없이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3장)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각 팀을 대표하는 유망주로만 25인 최종 엔트리(투수 12명·포수 2명·야수 11명)를 짰다.

결승에서 숙적 일본에 패한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은 "(참가한 국가 중) 우리만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이 한 명이라도 더 이 구장(도쿄돔)에서 뛰게 하기 위해서였다. 결과야 일본에 졌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번 대회 취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선 감독은 0-7로 완패한 결승전에서 투수 7명을 마운드에 세웠다. 야수를 포함하면 2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3만498명이 들어찬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 4일 발표한 WBC 최종 엔트리(30명)에서 2017년 APBC 경험이 있는 선수는 투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과 구창모(NC 다이노스) 내야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외야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뿐이다. 대부분 예비 엔트리 개념인 50인 관심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APBC 출전 효과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대표팀 세대교체도 제자리걸음이다. '젊은 피'가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수년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현수(LG 트윈스) 양의지(두산 베어스) 등이 무난하게 WBC 태극마크를 달았다.



전망도 어둡다. APBC를 뛰었던 선수 중 외야수 나경민(당시 롯데)은 일찌감치 은퇴를 선택했다. 2019년 어깨를 심하게 다친 투수 김윤동(당시 KIA)은 지난해 2월 자유계약선수로 공시, 사실상 유니폼을 벗었다. 내야수 정현(당시 KT 위즈)도 지난해 8월 NC와 계약이 해지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군 복무 중인 투수 김대현(LG)은 고교 시절 학교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내야수 하주석(한화 이글스)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혈중알코올농도 0.078%로 운전하다가 적발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7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소화하더라도 2023시즌에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 이밖에 왼손 투수 함덕주(LG) 오른손 투수 이민호(NC) 포수 한승택(KIA) 등의 성장도 더딘 편이다. 징계와 잔부상, 기량 저하가 맞물리면서 경쟁력이 뚝 떨어졌다.

반면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일본 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투수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 내야수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등이 대거 WBC 대표팀에 승선한다. APBC를 뛰었던 선수 중에선 내야수 겐다 소스케(세이부 라이온스) 외야수 곤도 겐스케(니혼햄 파이터스) 등이 발탁됐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한 현역 빅리거를 중심으로 투·타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강철 야구 대표팀 감독은 WBC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이 자리(국가대표 감독)를 맡았을 때 젊은 선수 위주로 가고 싶은 게 첫 번째 생각이었다. 그런데 성적을 무조건 내야 해서 베테랑 선수를 뽑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1987년생 양의지가 여전히 대표팀의 중심이고, 그의 백업 포수 이지영은 1986년생이다. '젊은 선수'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게 한국 야구의 뼈아픈 현주소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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