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고등어

태원준 2023. 1. 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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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탕이, 고등어는 구이가 제맛인 건 서식하는 수심이 다르기 때문이다.

깊은 해저에 사는 대구와 달리 고등어는 비교적 얕은 물에서 오가는 부어류(浮魚類)에 속한다.

대구는 비중이 큰 단백질로 꽉 차서 가라앉아 지내야 하고, 고등어는 지방이 많으니 둥둥 떠다니며 생활한다.

단백질 덩어리인 대구는 탕을 끓일 때 한층 담백한 반면, 고등어는 구울 때 기름기가 줄줄 흘러 훨씬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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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논설위원


대구는 탕이, 고등어는 구이가 제맛인 건 서식하는 수심이 다르기 때문이다. 깊은 해저에 사는 대구와 달리 고등어는 비교적 얕은 물에서 오가는 부어류(浮魚類)에 속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체성분을 가졌다. 대구는 비중이 큰 단백질로 꽉 차서 가라앉아 지내야 하고, 고등어는 지방이 많으니 둥둥 떠다니며 생활한다. 단백질 덩어리인 대구는 탕을 끓일 때 한층 담백한 반면, 고등어는 구울 때 기름기가 줄줄 흘러 훨씬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통통한 고등어 배를 반으로 갈라 석쇠에 구우면 풍부한 기름 때문에 연기가 많이 났다. 굽는 모습도, 등뼈의 살을 발라먹는 방식도 돼지갈비와 비슷해 부산 사람들이 ‘고갈비’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말이 생겨날 만큼 부산은 전통적인 고등어 집산지다. 부산공동어시장은 국내 고등어 어획량의 80%를 취급하고 있다. 찬바람이 돌기 시작할 때 더 맛있어져서 해마다 10월 하순이면 송도해수욕장에서 부산고등어축제도 열린다.

지난해 부산의 고등어축제가 끝나자마자 서울에서 ‘노르웨이 고등어 캠페인’이 벌어졌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팝업 마켓, 요리 강습, 옥외 광고 등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벌였다. “한국인의 고등어 사랑에 노르웨이 수산업자들이 야근을 한다”고 할 만큼 노르웨이산 수입량은 계속 늘어 작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고등어 시장은 한국산과 노르웨이산이 45%씩 양분한 상태다.

‘국민생선’ 타이틀은 조기(1970년대)와 명태(90년대)를 거쳐 고등어로 넘어왔다. 온난화에 한반도 연근해 어종이 달라진 결과인데, 고등어도 그 파고에 휘말렸다. 수온 변화로 고등어 회유 경로가 바뀐 탓에 어획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더구나 부산공동어시장의 생선선별 인력 고령화로 잡아온 고등어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설을 앞두고 고등어 값이 뛸까봐 수입관세를 대폭 낮췄다. 러시아산에 시장을 내준 명태처럼 고등어도 이러다 노르웨이산에 밀려 국민생선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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