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걷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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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르 브르통은 본인의 저서 '걷기예찬'에서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라고 썼다.
나는 걷기를 통해 자아가 세계를 향해 열리며 발, 다리, 몸으로 걷는 동안 인간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는 브르통의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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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르 브르통은 본인의 저서 ‘걷기예찬’에서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라고 썼다.
인간종은 오랜 시간 동안 걷고, 뛰고, 수영하며 자신의 몸을 이동시켜 왔다. 자동차, 배, 기차 등 온갖 종류의 이동 수단이 발명된 건 인류 역사를 통틀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원래는 걷고, 뛰고, 수영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어야 할 우리의 일상은 자동차와 비행기와 지하철에 가만히 타 있는 것으로 대체됐다. 브르통의 말처럼 걷는다는 것이 바로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라면, 우리는 자신의 몸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꽤 많이 놓치고 있는 셈이다.
신년 계획을 세우며 목록에 ‘많이 걷기’를 추가했다. 원래도 걷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의식적으로 걷고자 결심하지 않으면 편리함에 굴복하기란 너무도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헬스장에 가서 하체 운동을 할 예정이면서도 퇴근길에 계단이 아닌 에스컬레이터를 택하는 존재가 인간 아닌가. ‘걷기’를 지속하는 동안 내 몸이 편리함과 타협하지 않도록 아예 계획표에 넣어버렸다.
새해가 되고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걷기만큼 달리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달리는 동안 풍경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걷는 동안 풍경은 아주 느리게 우리의 곁에서 멀어지고, 나의 의식의 시간도 그만큼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늘 바쁘고 빠르게 사라지는 듯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잠시간의 소중한 순간이다. 나는 걷기를 통해 자아가 세계를 향해 열리며 발, 다리, 몸으로 걷는 동안 인간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는 브르통의 말에 동의한다. 춥지만 맑은 겨울 날씨 역시 나를 밖으로 부르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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