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의 조건

2023. 1. 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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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당대표를 원할지는 불보듯 뻔하다. 내 말 잘 듣고 당 결속시키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적임자 아니겠는가.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보면 된다.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동지로 생각했는데, 자신을 여왕이라고 생각한 박 전 대통령은 나를 신하로 생각했습니다. 다들 여왕처럼 모셨지만 저는 그러지 않으니 몰아낸 거지요. 모든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 겁니다!” 아무리 좋은 ‘당청 관계’일지라도 대통령이 당대표를 신하처럼 함부로 대하면, 당청 관계는 한순간에 와해되고 탄핵까지 갈 수 있다는 김무성 전 대표의 회고담이다.

윤 대통령은 3·8 전당대회에서 친윤 대표가 선출돼야 집권 2년차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고 권성동 의원처럼 대통령과 너무 가까운 ‘찐윤 대표’는 민심의 역풍이 만만치 않아 중도 포기했고, 반대로 유승민 전 대표처럼 대통령과 너무나 먼 이른바 ‘반윤 대표’는 당심의 역풍이 거세서 일찌감치 포기한 것 같다. 사실 유 전 대표처럼 직언이나 쓴소리 차원을 넘어 지나치게 직격탄만 쏟아내는 반윤파 대표가 선출될 경우 당과 대통령실 관계가 원만할 리 만무하다. 대통령이 아무리 정치 경험이 일천하더라도 당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한다면 배는 산으로 가게 된다. 이미 ‘이준석 파동’을 뼈아프게 겪은 윤 대통령은 친윤 대표를 선호하겠지만 친윤 범위를 최대한 넓혀야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윤 대통령이 용산 관저에 김기현 의원에 이어 안철수 나경원 등 당권 주자들을 잇따라 초청한 것도 윤심의 확장성을 충분히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당청 관계를 보면, 처음에 웃다가 나중에 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회창 총재와 치열하게 충돌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은 박근혜 대표가 무산시켰으며, 훗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왜 그럴까? 대통령이 당대표에게 부하처럼 ‘오더’를 내리며 막 대하거나, 집권 중반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면 반기를 들었다. 윤 대통령도 3·8 전당대회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친윤 대표가 선출됐다고 해도 위의 두 가지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등돌림을 당할 수 있다. 정치 권력에서 영원한 친구는 없다지 않은가.

대통령과 당대표 관계가 마냥 좋다고 능사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대표에 이어 이해찬 대표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편했는지 모르겠지만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부동산 정책 등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당대표가 직언을 하거나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당대표의 적절한 직언과 제동은 독이 아니라 득이 된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 율사 출신 정책통 박상천 대표 간에 적당히 밀고 당겼던 것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에게 차기 당대표는 ‘돌격대형’보다 ‘협치형’이 더 유리할 것이다. 취임 후 지난 8개월을 돌이켜보면, 여도 야도 강경파들이 앞장서서 이뤄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구호만 요란했던 민생경제의 성과 창출을 위해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강경파들은 겉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손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의 조건 1호는 내년 4월 총선 승리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당권 주자 중에 누가 2030세대와 수도권, 중도층에 대한 흡수력과 확장력을 갖췄는지는 어렵잖게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윤심이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작동하느냐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4월 총선 때 ‘진박 감별사’까지 동원해 유승민계를 비롯한 반박계 인사들을 몽땅 숙청하고 친박계 중심으로 총선을 치렀지만 민주당에 패배했다. 말로는 총선(민심)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박심(당심)을 최우선시한 결과였다.

역대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가운에 하나가 설날 민심이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두고 ‘윤심’을 새롭게 재정리하기 바란다. 요컨대 윤심보다 당심이 더 중요하고 당심보다 민심이 더 중요하다는 게 만고의 진리다. 민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윤심도 당심도 사상누각이다. 설날 민심을 면밀히 살펴본 후에 당심과 윤심을 역순으로 정하면, 최선의 당권 구도와 최고의 국정 운영 전략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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