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한반도평화워치] 병사·간부 월급 역전되면 소수 정예 강군은 불가능
인구절벽 시대의 병력 운용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려고 지난 10여년간 200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었으나 나아진 게 없다. 젊은이들이 출산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도 우리와 비슷한 실정이다.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기업 등은 외국인 근로자로 일손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문제는 병력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부족한 숫자를 채우면 되는 일이 아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지킬 전사를 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연간 출생아는 25만 명을 넘기 힘들다. 남녀 성비를 고려하면 군 복무를 해야 할 사내아이가 14만명 남짓이라는 말이다. 상비 병력 50만을 유지하려면 매년 22만명의 병력 자원이 필요하니 심각한 문제다. 부족한 병력 자원을 해결하려면 간부 중심의 첨단 과학기술 집약형 강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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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 발표 후 장교·부사관 확보 더 힘들어져
간부 20만명 유지하려면 파격적 급여 인상, 복지 개선 이뤄져야
드론, 무인 잠수정, 무인 수상정 등 도입 늘려 병력 소요 줄이면서
예비군 정예화하고 병역 특례 축소·폐지해야…여군은 확대 필요
」
복무 기간 긴 장교·부사관 지원 급감
첫 과제는 우수한 간부 중심의 병력 구조 개선이다. 병사 의무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며 장교·부사관 확보가 힘들어졌다. 2015년 4.5대 1의 경쟁률이던 육군 ROTC는 지난해 2.4대 1로 반토막 났다. 부사관은 2015년 7대 1에서 지난해 3.6대 1로 떨어졌다. 우수 자원 확보는커녕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다. 복무 기간이 긴 장교·부사관 복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병사 월급을 초임 부사관(173만여원)보다 많은 200만원으로 올려준다는 발표 이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초급 간부들이 상대적으로 학력이 좋은 병사들을 지휘 통솔하며 말 못할 애환을 겪는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첨단 과학 장비 운용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첨단 장비도 효율적으로 운용할 인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군의 전략과 전술 개발도 간부의 몫이나 전문가 양성이 어렵다. 무능한 간부는 적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국방 혁신에 따라 군은 간부 비율을 40%로 올려 20만명을 유지해야 한다. 병사 월급 인상에 앞서 우수한 군 간부를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들의 명예와 사기를 올려주는 파격적인 급여 인상과 복지 개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인잠수정이 동해서 북한 미사일 수거
둘째 과제는 무기 체계의 자율무인화를 통한 병력 자원 감축이다. 4차 산업혁명 기반인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로봇 기술 발달로 모든 영역에서 자율무인화가 대세다. 군도 자율 무인체계인 무인 수상차량(UGV), 무인 수상정(USV), 무인 잠수정(UUV), 무인 항공기(UA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활용 범위도 정찰·감시·탐지·추적·정밀공격·통신중계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인명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높은 가성비로 경제성도 뛰어나다. 특히 넓은 지역, 위험한 작전 지역에서의 작전에 효과적이다. 최근 해군은 동해 1700m 해저에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잔해를 무인 잠수정으로 수거했다. 이는 일반 잠수함으로는 불가능한 임무다.
세계적 수준의 4차 산업혁명 역량을 가진 우리에겐 행운이다. 가능한 많은 영역에서 자율 무인화하여 병력 소요를 줄여야 한다. 영국은 2030년까지 병력 3만명을 로봇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요한 정보를 수집·공유하고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서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제법상 무인체계가 가지는 법적 지위, 항행 권리 및 책임에 대한 법률적 검토, 예산 지원 등 전폭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셋째 과제는 예비 전력의 정예화와 병역제도 개선, 여성 인력 활용도 증대다. 예비 전력 정예화는 부족한 병력 자원 문제 해결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세계적인 추세다. 중요한 것은 예비 전력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정예 전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비 전력의 근간인 예비군의 정신 무장과 전투 기술 숙달을 위한 현대화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마지못해 참가하는 형식적인 교육훈련이 되어선 안 된다. 싸울 사람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국가방위의 주체라는 사명감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귀화자에게 병역 의무 부과해야
병역 의무를 감면·대체하는 특례제도는 과감히 폐지·축소해야 한다. 이는 병력 부족 문제가 대두하기 전부터 갈등의 대상이었다. 그동안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며 젊은이들의 갈등을 부추겼으나 이제 더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의무경찰·해경·소방원 등 전환 복무제도는 즉각 폐지하고 상근예비역은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현역 판정 기준 완화와 민간 인력 확대 및 간부 정년 연장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BTS의 병역 의무 이행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군대 내 성 문제 등으로 주저했던 여성 인력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2017년 6.9%였던 여군 비율은 선진국(미국 17%, 프랑스 15%, 일본 7%) 수준을 고려하여 1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아울러 기술 집약형 군에서 여군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가능한 직위를 확충해야 한다.
넷째 과제는 귀화자를 이용한 병역 자원 충당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획득하여 귀화한 외국인이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20만명을 넘어섰다. 귀화 전 소속 국가도 동남아를 비롯한 유럽 등 110개국에 달한다. 이 중 3700여 명이 병역 의무 대상이다. 병역법 65조에 따르면 귀화한 외국인 남자는 병역 의무가 없다. 다만 본인이 원할 경우 보충역 또는 전시근로역에 편입할 수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병역 의무를 법제화하는 중이다. 언어 소통과 문화·정서적 차이로 어려움이 있겠으나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 2010년 이후 10년간 입영한 다문화 장병이 5266명에 달한다. 군에서는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국방부 훈령’에 구체적 관리 지침을 명시했다.
부족한 노동 인력 충원을 위한 외국인 산업 인력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2019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52만4656명으로, 국민의 4.9%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이 더는 단일 민족국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외국인들에게 가지는 배타적 감정을 하루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특히 병력 자원은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거듭나 국가 방위를 위한 사명감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범국가적으로 이들을 포용하고 동화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핵 공격 대비 잠수함 전력 강화해야
마지막으로 안보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합동성 강화이다. 합동성은 각 군 특성과 전문성을 융합하여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걸 뜻한다. 지상군이 중심이 된 땅 따먹기식 작전계획을 해·공군이 지원하는 시대는 끝났다. 북한이 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며 기존 작전계획의 한계가 드러났다. 더는 재래식 무기체계를 이용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
미래 작전계획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해야 한다. 북한 핵 공격에도 살아남아 적 수뇌부를 말살시킬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잠수함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
또 날로 확대되는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먼바다에서 국익을 창출·보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위성 기반 정찰·감시·공격 등 새로운 우주 안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은 이달에 주한미군 내에 우주군 구성군사령부를 창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사시 북한에서의 안정화 작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안정화 작전 실패로 물러나게 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면한 북한 위협에 대비하되 곧 닥칠 미래 위협에도 대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인구절벽으로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은 심각하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겠지만, 나라의 존망과 관련된 병력 자원 부족 문제는 하루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가까운 시일에 해결책을 찾는다 해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 중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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