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기내 소변 난동 男…다국적 금융사 '고위직'

사건 수 주 지나서야 성추행 및 외설 혐의로 체포
웰스파고 "충격적…이미 해고" 성명 발표

에어 인디아 여객기. 사진=EPA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비행기 안에서 만취해 옆자리 승객을 향해 소변을 보는 등 난동을 부린 인도인 남성이 다국적 금융사의 인도지사 부사장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인도 경찰은 전날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에서 수색을 벌인 끝에 글로벌 금융사 웰스파고의 인도지사 부사장 출신인 샨카르 미슈라(34)를 성추행 및 외설 등 혐의로 체포했다. 미슈라는 지난해 11월 26일 미국 뉴욕에서 인도 델리로 향하던 인도 국영항공사 에어인디아의 여객기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에 앉은 72세 여성에게 소변을 보는 등의 난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에어인디아는 이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건 발생 직후 승무원들은 '소변 테러'를 당한 피해 여성을 돕는 것을 꺼렸으며, 좌석을 바꿔 달라는 요청도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해자는 미슈라를 즉각 체포할 것을 요구했지만 승무원들은 그를 데려와 피해자에게 사과만 하게 했다. 이후 피해자는 항공사에 항의 서신을 보내 "가뜩이나 정신없는 상태에서 가해자를 대면하고 협상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당황스러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슈라는 양측 합의에 따라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 피해자의 소지품을 세탁해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항공사 측은 미슈라에게 30일간 탑승 금지 조처를 내렸으나 정작 서둘렀어야 할 경찰 신고는 사건 발생 몇 주 후에야 이뤄졌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자 미슈라가 근무했던 웰스파고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제기된 의혹의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를 이미 해고했고, 이 문제와 관련해 사법당국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웰스 파고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그룹, JP모간 체이스와 더불어 미국의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에 속하며,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다.

더군다나 에어인디아에서는 이 사건이 벌어지고 불과 열흘 만에 비슷한 일이 또 생겨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파리발 뉴델리행 항공편에 탄 남성 승객이 빈 좌석과 다른 승객의 담요에 소변을 본 것이다.

인도는 2017년 기내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 승객을 행위 경중에 따라 최소 3개월에서 2년 이상 비행기에 타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도입했으나, 에어인디아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이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도의 대표 항공사인 에어인디아는 타타그룹 소속이다. 이에 타타그룹 지주사 타타선스의 나타라잔 찬드라세카란 회장은 "에어인디아는 승객 난동에 대해 훨씬 신속하게 대처했어야만 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