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당대회 딱 두 달... 나경원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곽우신 2023. 1. 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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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친윤' 김기현은 못 뜨고, '내각차출'도 부담... 용산, 누구를 선택할까

[곽우신 기자]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권우성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불거진 '출산지원제도' 논란을 적극 해명하는 한편, 논란이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여부와 연결되는 데 불쾌감을 표현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의 출산지원제도를 언급했다. 헝가리는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 4000만 원가량을 초저리로 대출해주고, 첫 자녀를 출산시 무이자 전환, 두 번째 자녀 출산시 원금의 3분의 1 탕감, 셋째 출산시 원금 전액 탕감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한국 역시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요자 중심의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다자녀 출산 시 주택자금대출 원금 탕감'이 언급되며 여론의 관심이 쏠리자, 대통령실은 선을 긋고 나섰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6일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라며 "나경원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다"라고 못을 박았다(관련 기사: 대통령실 "나경원 '출산시 대출 탕감', 개인 의견일 뿐").

문제는 대통령실의 반응이 단순히 정책에 국한된 게 아니란 해석이 지배적이라는 데 있다. 집권여당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전당대회(3월 8일)를 정확히 두 달 앞둔 1월 8일 나경원 부위원장은 "이번 이슈를 정책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프레임에 가두고, 억측을 바탕으로 근거없는 곡해를 하는 일은 지양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전당대회와 이번 정책 관련 논란이 연계되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김장 대 안윤 구도... "우리 당, 작은 정당 아냐" vs. "3월이면 김장 김치 쉰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장제원, 안철수, 윤상현 의원.
ⓒ 오마이뉴스
 
나경원 부위원장은 "근거없는 곡해"라고 했지만, 사실상 이번 전당대회의 마지막 퍼즐은 그가 들고 있다. 나경원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당권 경쟁 구도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국회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관련 기사: 친윤 교통정리? 권성동 불출마 "윤 대통령과 연대 중요"). 사실상 '친윤' 단일화를 위한 교통정리다. 친윤계 인사들이 '교통정리'라는 표현엔 반발하면서도, 권 의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일찍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혀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9일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로써 차기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는 양강 구도화 하고 있다. 한 축엔 '친윤' 김기현 의원(울산 동구을)이 '윤핵관'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의 지원을 받으며 형성한 '김장 연대'가 있다.

다른 쪽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출신이기에 '비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윤'이라 규정하기도 애매한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 한때 일각에서 '신윤핵관'으로까지 불렸지만 결국 '윤심'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는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을)의 '안윤 연대'다.

'김장 연대'가 부산·경남(PK)을 기반으로 한 영남권 연대라면, '안윤 연대'는 수도권 연대라는 점도 분명한 차이다. 

양측의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7일 K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3월이면 김장김치가 쉰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김장 연대'를 향해 "텃밭 연대 아니겠느냐"라며 "나는 영남에 뿌리를 둔 수도권 의원이다. 중도와 보수를 통합하는 연대"라고 차별화에 나섰다. 또한 "저는 '윤심팔이' 후보가 아니라 윤 대통령에 힘을 보태는 후보가 되겠다"라면서 윤심이 아직 "열려 있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김기현 의원은 지난 5일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의 지역구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서 "우리 당은 창당과 해산을 거듭하거나 잠깐 있다가 사라져버린 작은 정당이 아니다. 그래서 당원들의 혜안과 안목을 믿으셔도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 거명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시작해 바른미래당·국민의당 등을 거친 안철수 의원의 정치 이력을 꼬집은 것이다.

상승세 탔지만... 아직 물음표인 김기현의 경쟁력
  
 
단순구도만 보면, 더 이상의 변수가 끼어들기 힘들어 보인다. '윤핵관' 장제원의 말마따나 "맞선"에 "데이트"까지 한 김기현 의원에게 '윤심'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그 외의 표심은 안철수 의원에게 집중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장제원과 '김장' 담그는 김기현, 김기현과 '맞선' 중인 장제원 http://omn.kr/222f9 ).

그러나 정치권의 다수 해석은 "아직 모른다"이다. 현재까지 윤심에 가장 가까운 주자가 김기현 의원인 것은 맞지만, 정말 용산에서 '김기현 당대표'를 밀고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더 많다. "윤심호소인"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이유는, 김 의원의 자생력과 경쟁력에 대한 의문 탓이다.

전체 국민의 민심이든,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정한 당심이든, 김기현 의원은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적이 없다. 공부모임 '국민공감'을 통해 세력화를 공고히 하고 윤핵관의 지원사격까지 받고 있지만, 김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선두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결선 투표에 올라갈 수 있을지 아직까지 확신이 없는 것이다. 만약 '김기현 vs. 안철수'의 결선 투표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김기현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꺾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유승민 전 의원이 2021년 10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도 문제다. '비윤'의 기수이자, 민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유승민 전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서더라도, 이미 당헌·당규는 '당심 100%'로 바뀌었다. 유 전 의원이 결선에 오를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이 반드시 결선에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친윤 대 비윤 구도가 강화될 경우, 결선투표에서 안철수-유승민 연대가 성사될 수도 있다. 설사 유승민 전 의원이 직접 연대하지 않더라도, 당원들이 전략적으로 안철수 의원에게 투표할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안철수-유승민의 당권 장악은 용산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김기현 의원이 이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용산으로서는 확신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내각 차출의 부담 

엄경영 소장은 "설 연휴 전후로 김기현 의원이 자력으로 결선에 오를 정도의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용산에서도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결단도 분기점이 있다. 하나는 '내각 차출설'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권영세 통일부장관 그리고 한동훈 법무부장관 중에서 한 명을 전당대회에 내보내는 것이다.

미덥지 못한 김기현 의원 대신 '진짜 친윤'이라 할 수 있는 주자가 '윤심'을 품고 출마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동훈 차출설'에 거리를 두면서도, 본인이 자유롭게 결단하면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밝혔다.

그런데 이 3명의 장관들도 모두 쉬이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일단 내각을 완성하는 것 자체에 역대 최장기간이 결릴 정도로 현 정부는 인재 풀이 얕고 좁다. 간신히 채운 내각에 또 구멍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알리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원희룡 장관은 부동산 가격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온갖 규제를 풀며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당장 차출은 어렵다. 한동훈 장관 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 최소한 검찰의 기소까지는 마무리가 돼야 자리에서 내려와 다른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경색되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든 통일부의 경우에는, 오히려 권영세 장관이 자리를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태원 압사 참사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의 관계가 문제다. 박희영 구청장이 면죄부를 받기 전까지는, 그와 특수관계인 권영세 장관이 지금 내려올 수는 없어 보인다. 박 구청장은 과거 '권영세 국회의원 정책특보'였다.

윤심이 돌고 돌아 다시 나경원 부위원장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김기현 의원이 대세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장관 중 누구도 차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결국 안철수 의원을 막기 위해서라도 나경원 부위원장을 내보내야 하는 그림이다. '나경원 vs. 안철수'의 결선 투표라면 나경원 부위원장에게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여론조사 선두권인 나경원... 시간은 많지 않다

처음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과 UN 기후환경대사 자리가 나경원 전 의원에게 주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나경원 부위원장이 전당대회 도전 대신 비상근직 두 자리에 전념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나 부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히 답을 하지 않은 채 여지를 남겨왔고, 최근 메시지의 뉘앙스는 오히려 출마 쪽에 더 방점이 찍히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만큼, 나경원 부위원장으로서는 본인 출마 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번 전당대회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게 패배한 수모도 씻을 수 있다. 김기현 의원이 뜨지 못하는 이유 역시, 친윤 성향 당원들 사이에서도 '나경원'이라는 카드가 계속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출마를 선언할 만한 '명분'도 마땅치 않다. 대통령실의 '견제구'는 사실상 나경원이 직접 출마하는 대신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라는 간접적 메시지로도 읽힌다. 나경원 부위원장에게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전당대회가 가까워올수록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들도 속속 어느 후보를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서울 동작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조직 기반을 꽤 갖고 있는 나경원 부위원장이라 하더라도, 차일피일 결단을 미루게 되면 막상 본인이 출마 선언을 할 때 남아 있는 당협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께서 조속히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결정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핵관들이 특정 후보의 출마를 막네 지원하네 따위의 논쟁이 우선이 돼 버린 게 당의 현실"이라며 "더 이상 윤핵관 같은 키워드가 정치권과 언론에 도배되지 않도록 출마 여부를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해 주시라"라고 요구했다.  
 
 지난 1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상 새해 인사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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