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미움 받을 용기'가 반갑다

손화신 2023. 1. 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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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 연구소] 뉴진스 신곡 'OMG' 뮤비 쿠키영상 논란, 어떻게 보시나요?

4분의 뮤직비디오에는 생각보다 많은 함의가 들어 있습니다. 그 속에 든 상징과 비유를 짚어보면서, 창작자의 의도를 더듬어가면서 감상해보면 어떨까요. 과잉해석일지 모르지만, 그럼 뭐 어때요? <기자말>

[손화신 기자]

 뉴진스 'OMG'
ⓒ 어도어(ADOR)
뉴진스(NewJeans)의 신곡 'OMG'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6일 오후 기준 1127만 회를 넘었다. 뜨거운 관심이다. 뉴진스의 인기도 인기지만, 뮤비 공개와 함께 논란이 된 쿠키 영상을 보러 온 이들도 많을 것이다.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는 치…'

이것이 갑론을박의 핵심이 된 쿠키 영상 속 문장이다. 뮤비는 환자복을 입고 정신병동에서 지내는 멤버들의 모습을 그리는데, 이어진 10초 가량의 쿠키 영상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며 이 뮤비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네티즌을 비춘다. 뮤비 소재가 불편하다는 토로를 적는 그에게 의사 가운을 입은 민지가 다가가 "가자"라고 말하며 뮤비는 완전히 끝난다.

이 장면을 두고, 작품에 관해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 비판을 가하는 네티즌들을 정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와 반대에 선 사람들은, 악플러에 대한 통쾌한 한방 같아서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뉴진스 'OMG' 뮤비 한 장면.
ⓒ 어도어(ADOR)
어느 쪽이 옳은지 따질 수 없는 문제지만, 적어도 이 논란은 뮤비 창작자 측이 처음부터 칼자루를 쥐고 있는 모양새인 건 분명하다. 뉴진스는 정면승부를 하듯 대놓고 논란거리를 던졌고, 그 미끼를 창작자의 '의도대로' 대중이 문 것이기 때문이다.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이라는 말이 만일 뮤비 바깥의 실제 세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칼자루를 쥔 건 대중이 되겠지만, 이 말은 뮤비의 창작자에 의해서 먼저 말해졌다. 이로써 논의의 주도권은 창작자에 있다.

한마디로, 예상되는 대중의 반응을 앞질러 버리는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아이돌 뮤비는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는 친다는 걸 '알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게 결국은 뉴진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인 듯하다. 대중에게 무난하게 두루두루 사랑받는 방법을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계속 논의거리를 제시하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태도 자체가 이 뮤비의 메시지인 것.

이번 'OMG' 논란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몇 해 전 우리사회를 강타했던 베스트셀러 도서 <미움 받을 용기>가 생각났다. 뉴진스는 확실히 이번 'OMG'를 통해 일부 대중에게 미움 받았다. 자신들이 말한 것처럼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주는 뮤비를 찍으면' 고공행진 중인 인기에 조금의 오점도 남기지 않을 텐데 굳이 이런 걸 찍어서 미움과 논란을 자초했다. 하지만 미움 받을 걸 알고서 의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건 미움 받을 용기를 낸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뉴진스의 주체적 행보
 
 뉴진스 'OMG' 뮤비 한 장면.
ⓒ 어도어(ADOR)
사람들로부터 일방적으로 평가받는 직업을 가진 대중스타들이 자기가 내고 싶은 목소리를 낸다는 건 힘든 일이다. '굳이' 그렇게 해서 미운 털이 박히고 지지를 잃으면 손해 보는 건 본인이니까. 그런 이유로 많은 연예인들이 어떤 평가를 받든, 심지어 예전에는 악플에도 묵묵부답하는 쪽을 택하곤 했다. 대중의 사랑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기에 대중의 마음에 거슬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대중이 원하는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도 한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가수도 단지 하나의 '직업'이기에 그럴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뉴진스가 보여준 미움 받을 용기는 아무튼 인상적이다. 대중의 평가를 받기만 하는 수동성을 탈피해 대중에게 쓴소리를 내뱉은 주체적인 행보다. 다만, 너무 직접적이어서 멋은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쿠키 영상에서 특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지정한 것도, 그곳에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네티즌에게 민지가 "가자"라고 말하는 대사도 별로였다. 

뮤비 소재가 불편하다고 적는 누군가의 손가락까지만 비추고 영상이 끝났다면, 그런 절제를 보여줬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가자"라는 말 속에서 뮤비 창작자의 화가 느껴졌는데, 이 화가 뮤비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렸다고 본다. 감정을 접어두고, 좀 더 객관적인 태도로 논의를 제기하는 것까지만 했다면 어땠을까.
 
 뉴진스 'OMG'
ⓒ 어도어(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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