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대형마트 새벽배송…찬성 3명·유보 10명
소비자 편익 vs 골목상권·노동자 보호
대형마트, 규제 완화 좌초 우려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첫발을 뗐지만 새벽배송을 위한 입법적 뒷받침은 불투명한 상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여야 의원들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대부분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8일 아시아경제가 산자위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 소속 13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3명만 ‘찬성’ 의견을 내놨다. 10명은 ‘유보’ 입장으로 유통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긍정적,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 법률상으로는 온라인 배송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법제처가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행위는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사실상 같은 효과를 가지므로 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결국 대형마트들이 온전하게 새벽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2021년 6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 점포 매장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통신판매를 하는 경우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2020년 7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가 온라인쇼핑 영업을 하는 경우 의무휴업일 제한 등을 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해당 법안에 찬성 의견을 내놓은 의원들은 소비자 편익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시대가 바뀌었으면 따라가야 한다. 새벽배송은 국민들이 편리해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사회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대형마트는 무조건하지 말라는 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양금희 의원은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대형마트와 e커머스·전통시장과의 관계를 모두 살펴봐야 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토대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대형마트 배송 관련 규제 완화의 기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소상공인들에게 타격이 가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보 입장을 밝힌 의원들은 골목상권 및 노동자 건강권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면 전통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 커질 것은 명확하다”며 “노동자들의 권리, 어떻게 시장의 질서를 균형 있게 유지할지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은 “정부가 유통 대기업의 얘기만 듣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며 “소상공인, 노동자 등 여러 가지 영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빈 의원은 “새벽배송 부분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졸속 추진한 점도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는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 추진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동주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중·소 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은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 조항의 취지를 전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지켜온 상생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대형마트·중소유통 업계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각 기관은 대형마트 등의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상생 협약 내용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정례협의체를 구성해 상생 방안을 구체화하는 등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대형마트업계는 국회에서 규제 완화 법안이 좌초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 계산에 들어가면 법안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 소상공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노조에서 반발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여론이 모아지고, 정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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