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 도전 끝 美하원의장 당선된 매카시 "中과 경쟁서 이길 것"

박현영 2023. 1. 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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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이탈리아계 소방관의 아들
"중국위원회 설립, 경쟁서 이기겠다"
당선 위해 저항세력에 많이 양보
하원 안정적 운영 흔들릴 수도
케빈 매카시 미국 신임 하원의장이 7일*횬지시간) 당선 확정 직후 의사봉을 넘겨 받은 뒤 활작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케빈 매카시(57) 미국 공화당 원내대표가 나흘에 걸쳐 진행된 15차례 투표 끝에 7일(현지시간) 하원의장에 당선됐다. 하원은 전날 본회의를 열고 제118대 의회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속개했으며, 자정을 넘긴 이날 새벽 매카시 의장의 당선을 발표했다.

매카시 의장은 216표를 얻어 212표를 얻은 하킴 제프리스(52) 민주당 원내대표를 4표 차로 눌렀다. 매카시 의장은 자신에게 반대하며 앞서 14차례 투표에서 같은 당 다른 후보를 찍은 당내 강경파 하원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극적으로 성공했다.

끝까지 저항한 하원의원 6명은 마지막 15차 투표에서도 매카시에게 표를 주진 않았지만,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대신 "재석(present)"을 외쳤다. 회의에 참석했지만, 어느 후보에게도 투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표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결과 총원이 434명에서 428명으로 줄고 과반 득표 기준도 218표에서 215표로 낮아지면서 매카시 의장이 당선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매카시 신임 하원의장은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로부터 의사봉을 넘겨받은 뒤 움켜쥐고 공중에 흔들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 "그 투표 참 쉬웠죠. 우리가 여기까지 올 줄 생각도 못 했다"며 자조적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첫 연설에서 "하원의장으로서 내 궁극적인 책임은 내 정당이나 이익단체, 심지어 의회에 있지 않다. 나의 책임, 즉 우리의 책임은 이 나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장기적인 도전과제인 부채 문제와 중국 공산당의 부상에 맞설 것"이라면서 "의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중국 공산당의 경제, 기술, 안보 발전과 미국과의 경쟁 상황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조사하고 제출하는 특별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초당적인 중국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중국으로 간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어떻게 다시 가져올 것인지를 조사할 것"이라면서 "그런 뒤 우리는 이 경제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남부 국경 통제 실패, 코로나19 기원, 미 연방수사국(FBI)의 '무기화(weaponization)' 문제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매카시 의장이 연설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공화당은 법사위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이 중국·우크라이나 등 해외 사업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케빈 매카시 미국 공화당 원내대표(오른쪽)가 6일(현지시간) 자신의 도전에 반대한 맷 게이츠 하원의원(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매카시 하원의장은 1965년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에서 태어났다. 아일랜드계 이민자 후손인 아버지는 소방관, 이탈리아계 후손인 어머니는 가정주부였다. 그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베이커스필드 분교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엔 지역 소방서에서 계절 소방관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미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내는 데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2002년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06년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내리 9선(2년 임기)을 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에 들어간 건 2009년부터다. 2011년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됐을 때 당내 3인자에 올랐고, 2014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공화당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뒤 2019년부터 최근까지 소수당 원내대표로 일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2016년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당했을 때 당을 단합시켜 탄핵에 반대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사실은 졌다'는 트럼프의 거짓 주장을 지지하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노력에도 동참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가 선거에 이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미국 대법원에 제기된 소송(텍사스 vs 펜실베이니아)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에 서명한 공화당 하원의원 126명 중 한 명이었다.

2021년 1·6 의회 폭동 점거 사태가 일어난 날 매카시는 2개 주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부정하는 데 투표를 던졌다. 하지만 폭동이 심각해진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동을 선동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돌아섰고, 2020년 대선은 정당했다며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했다. 그러다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화해한 뒤 이번 하원의장 선거에서 트럼프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냈다.

14차 투표에서도 맷 게이츠 하원의원 등 공화당 내 강경보수 저항세력이 매카시에 반대표를 던지자 막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득에 나섰다는 뒷이야기도 나왔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할을 했다"면서 TV 생중계 화면에 "트럼프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14차 투표 직후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하원의원(가운데)이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표를 주지 않은 맷 게이츠 하원의원(사진에 없음)을 향해 소리지르자 동료 의원이 입을 막으며 말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15차 투표 끝에 이뤄진 이번 하원의장 선출은 1859년 44차 투표를 통해 뽑은 전례 이후 164년 만에 가장 많은 투표 횟수를 기록했다. 매카시 측은 14차 투표에서 반란표가 진압됐다고 생각했으나 1표 차이로 무산되자 강경파 의원들과 거친 설전에 몸싸움 직전까지 벌이는 등 험악한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내 아버지가 말했듯 어떻게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당내 협상과 협치를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카시 하원의장이 저항세력을 설득하기 위해 큰 양보를 해 앞으로도 하원의 안정적 운영이 불투명하다고 CNN과 BBC 등은 전했다.

대표적으로 단 1명의 의원만 이의를 제기해도 하원의장 축출을 위한 투표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저항세력의 요구를 매카시 하원의장이 받아들인 게 꼽힌다. 저항세력의 본산인 '프리덤 코커스' 회원들을 하원 규칙위원회에 더 많이 배정하고, 표결 전 법안을 검토할 시간을 최소 72시간을 주기로 약속한 것도 매카시 하원의장이 강경파에 제시한 양보안들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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