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일주일간 4조엔 팔린 日장기국채
원하는 목표 금리까지 채권 매도·매입
21개월 만에 바뀐 YCC…"금리 인상"
가치 떨어질라…해외 투자자들 '팔자'
편집자주 -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세종=송승섭 기자] 일본 중앙은행(BOJ)이 지난해 엄청난 양의 국채를 사들였습니다. 해외투자자들은 일본의 채권을 연말에 갑자기 팔아버렸고요. 두 지표 모두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죠. 배경에는 ‘수익률곡선제어 정책(YCC)’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한 국가의 금리를 움직이는 기관입니다. 이를 위해 채권을 사고팔기도 합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많이 사면 그만큼 시중에 돈이 풀리기 때문에 유동성이 증가하고 금리가 내려갑니다. 반대로 채권을 팔면 시중에 있던 돈이 중앙은행으로 흡수되면서 금리가 올라가죠. 이런 걸 공개시장조작이라고 부릅니다.
채권을 사고판다, 원하는 금리를 달성할 때까지
YCC는 중앙은행이 원하는 장기금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을 사거나 파는 정책입니다. 양적완화처럼 다양한 자산을 마구 매입하는 게 아니라 특정 상품을 찍어놓고 진행합니다. 중앙은행이 20년 만기 국채 금리를 5%로 맞추고 싶은데, 현재 3% 정도로 낮다면 해당 상품을 사들이는 식이죠. 얼마나 많이 살지는 정해두지 않습니다.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사는 게 YCC의 특징입니다.
‘수익률곡선 제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채권의 특성 때문입니다. 채권 수익률이 만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낸 곡선이 수익률 곡선입니다. 만기가 짧은 채권일수록 금리가 낮고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가 높습니다. 빌려주는 시간이 길수록 더 높은 이자를 받는 건 당연하겠죠? 하지만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오르는 속도는 줄어들죠. 100년이나 110년이나 만기가 엄청나게 길다는 건 매한가지라 금리가 잘 오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수익률 곡선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점점 완만해지는 우상향 곡선이 되는 거죠.
YCC를 운용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입니다. BOJ는 2016년 9월부터 YCC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0년 만기 국채금리(수익률)를 0%±0.25%로 맞추는 게 목표죠. 만약 금리가 -0.25%~0.25% 구간을 벗어나면 BOJ가 이 구간에 접어들 때까지 국채를 사고판다는 뜻입니다.
왜 일본은 이런 정책을 시작했을까요? 당시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국채금리가 덩달아 폭락했죠. 기업들은 싼값에 돈을 빌릴 수 있게 돼 좋았겠지만, 금리로 상품을 만드는 은행이나 보험사 등이 아주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 특히 장기국채 금리(수익률)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지자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익률곡선을 제어하기 시작한 거죠.
드디어 금리 올린 BOJ…투자자들은 日국채 '팔자'
그런데 BOJ가 지난달 20일 21개월 만에 정책을 바꿨습니다. 0%±0.25%였던 목표치를 0%±0.50%로 확대한 겁니다. YCC가 그대로 이어질 거라는 전문가와 투자자들의 예측을 깨고 정반대의 결과를 낸 거죠.
이번 조치는 사실상 일본 금리의 인상을 의미합니다. 일본은 주요 선진국들이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와중에도 YCC를 통해 아주 낮은 금리를 유지해왔죠. 하지만 YCC가 바뀌면서 이제 금리가 0.50%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된 겁니다.
BOJ는 정책을 바꾼 이유에 대해 ‘통화부양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높여가는데, 일본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거죠. 계속 버티다 뒤늦게 금리를 올리면 일본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초래했을 수도 있고요.
이번 조치가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JP모건은 이번 조치에 대해 “BOJ가 완화 기조에서 벗어나는 첫 신호라는 점에서 (엔화의) 단기 강세요인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국채를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YCC 관련 발표 이후 0.25%에서 최고0.444%로 순식간에 급등했습니다. 채권금리가 오른다는 말은 채권가격이 내려간다는 말과 같죠.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는 일본의 장기국채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달 18~24일 동안 4조8623억엔(약 46조6343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이는 2014년 이후 최대규모입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