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없이 집 가니 감개무량" 코로나 3년 만에 국경 연 중국
“1년 전에는 3주 격리를 해야 했다. 오늘은 코로나 전과 비슷하게 검역이 무척 빨랐다. 어제 표를 예매했다가 오늘로 바꿨다.”
중국이 입국자 격리를 폐지한 8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입국장의 여행객은 하나같이 들뜬 표정이었다. 1년 만에 다시 베이징을 찾았다는 린윈씨는 “가지고 있던 건강코드가 필요 없었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 결과를 제출하니 검역이 모두 끝났다”며 만족했다. 30년간 베이징에서 살았다는 대학 강사 존 게이츠는 “잘 바꿨다. 검역에 별다른 장애도 기다림도 없었다”고 말했다.
광저우(廣州) 바이윈(白雲) 국제공항엔 이날 이날 0시 16분(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날아온 중국 남방항공 CZ312편이 착륙했다. 한국과 미국·일본·유럽연합 회원국 등 주요 국가가 중국발 코로나 재확산을 우려하며 입국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국경을 재개방했다. 이를 통해 중국에 착륙한 첫 여객기였다. 캐나다에서 3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는 두(杜) 씨는 “공항 밖에 가족이 벌써 마중 나왔다. 착륙 즉시 집에 갈 수 있다니 감개무량하다”고 현지 남방일보 기자에게 말했다.
0시 40분(현지시간)에는 육로 입국이 시작됐다. 홍콩과 중국 주하이(珠海)를 잇는 55㎞ 강주아오(港珠澳) 대교를 건너온 버스에서 35명이 주하이 출입국사무소에 내렸다. 48시간 내 PCR 음성 증명서를 소지한 이들은 추가 PCR 검사나 시설격리 없이 총총걸음으로 검역소를 빠져나갔다. 3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는 팡(方)씨는 “내심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일본·유럽연합 회원국 등 주요 국가가 중국발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며 입국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은 반대로 국내 확산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국경을 다시 열었다. 코로나19를 기존 ‘폐렴’에서 ‘감염’으로 낮추는 ‘2급 분류 2급 방역(乙類乙管)’을 8일부터 시행하면서 지난 2020년 3월 해외발 코로나19 유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34개월간 고수했던 시설격리도 공식 폐기했다.
중국의 방벽 장성을 허물자 홍콩은 환호했다. 7개 검문소를 통해 하루 사전 예약자 6만 명의 왕래가 시작된 8일 리자차오(李家超) 홍콩 행정장관은 록마차우(落馬洲) 육로 접경소를 직접 찾아 “인원수 제한 없이 왕래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 중국이 해외 직항을 주 1회로 제한했던 여파로 중국 항공시장의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에서 베이징을 오가는 직항편은 지난해 7월 28개월 만에 재개된 아시아나와 중국국제항공 두 편에 불과하다. 이달 표는 이미 모두 매진됐다. 인천발 베이징 편도 항공편은 2월 6일 중국국제항공 2790위안(51만원), 2월 25일 아시아나 46만원 티켓만 남았다.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3·4면에 “방역의 전략적 주도권을 굳게 지켰다”는 기사로 지난 3년간의 코로나 방역을 찬양했다. 1만1000여자에 이르는 기사는 지난 3년간 중국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경제를 마비시킨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동태청령)’, ‘봉쇄’, ‘핵산검사’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도시를 거친 농촌 확산세와 계속되는 약품·응급실·화장장 부족 등 방역 실태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활약을 강조했다. 지난 2020년 3월 10일 시 주석이 우한(武漢) 시찰 중 “우한 사람은 활어를 좋아한다. 조건이 허락하는 한 조직적으로 공급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를 다시 소개했다. 지난해 4월 상하이 봉쇄 당시에는 청경채 부족에 대응해 하루 1500톤의 공급을 3000톤 이상으로 확대했다면서 우한 방어전, 후베이 방어전, 대(大)상하이 방어전에서 모두 승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박성훈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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