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유산 물려준 어머니 목소리”… 오디오 성경 만들었다

보이셀라, 한 시간 녹음… AI기술로 성경 66권 음성
美 CES, 팀 켈러 목사 등 글로벌 베타버전 시연

김국희 권사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보이셀라 스튜디오에서 아들 김병희 목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보이셀라는 김 권사의 목소리로 성경 66권을 읽어주는 오디오 성경을 만들 예정이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헤드셋을 끼고 화면에 나타난 성경말씀을 읽는 김국희(77) 권사의 윗입술이 떨렸다. 입이 말라 떨린 거라며 애써 태연한 듯 말하지만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런 김 권사의 모습을 아들 김병희(46) 목사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 4일 김 권사는 AI 스타트업 보이셀라가 있는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에서 한 시간 가량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김 권사의 목소리로 성경 66권을 읽어주는 오디오 성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날 작업은 김 목사의 권유로 이뤄졌다. 그는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 속한 서울 명성교회(정우홍 목사)에서 음악목사로 있다.

김 목사는 “(내가 먼저) 찬양음반과 오디오 성경을 만들어 보이셀라의 오디오 성경 애플리케이션인 바이블리에 올렸다”며 “어머니가 제 찬양을 계속 들으신다는 걸 알았고, 어머니 목소리로 읽어주는 성경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국희 권사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보이셀라 스튜디오에서 아들 김병희 목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보이셀라는 김 권사의 목소리로 성경 66권을 읽어주는 오디오 성경을 만들 예정이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김 목사에게 어머니가 읽어주는 성경은 목소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는 “지금이 제일 유복하고 행복한 시절이라 말할 정도로 우리 집은 늘 가난하고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어머니는 믿음을 놓지 않으셨고, 나에겐 신앙의 스승이었다”고 전했다.

김 권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성장의 밑거름인 ‘빨간 가방’을 든 구역장 중 한 명이었다. 국민일보가 창간됐을 땐 ‘복음 실은 신문’이라며 없는 살림에 자비로 100부, 200부씩 신문을 사 송파구 삼전동 단독주택에 신문을 넣었다. 그 신문을 배달한 사람이 김 목사였다. 그렇게 김 목사는 어머니를 통해 신앙의 기억을 켜켜이 쌓았다.

김 목사는 “1991년 송파성전이 생기기 전 어머니와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갔고, 기도원에선 어머니 옆에서 기도 소리를 들으며 잤다”고 했다. 그는 또 “어머니는 숙제 검사는 안 해도, 기도했는지는 늘 물어보셨다. 기도하도록 방에 들여보내면 잠자기 일쑤였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기도했다”고 말했다.

김병희 목사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보이셀라 스튜디오에서 어머니 김국희 권사의 목소리로 오디오 성경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덕분에 김 목사는 어머니의 신앙 유산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는 “교회 성가대 선생님은 레슨 받을 형편도 안 되는 저에게 성악해야 한다고 말했고, 레슨해 줄 유명 선생님도 연결해 주셨다”면서 “그 선생님의 제자들 중 무료로 배운 유일한 사람이 나”라고 설명했다.

뒤늦게 성악을 시작했지만 밤새 공부하고 노력한 덕에 연세대 교회음악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학과 기도모임을 만들었다. 졸업 후 만난 대학 후배는 당시 기도모임이 음대 기독인연합회가 될 정도로 커졌다고 알려줬다.

어머니와의 기억은 사역하면서 힘들 때마다 김 목사에게 힘이 되곤 했다.
김 목사는 “우울증이 있었는데 어릴 적 모습이 영화처럼 보여졌다”며 “하나님은 지금의 부족함을 보지 않으시고 그때 모습을 기억하시며 힘을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제일 행복한 때’라 여기는 김 목사의 눈에 최근 어머니의 삶이 들어왔다.
그는 “(어머니는)뇌경색으로 쓰러졌고, 쓸개를 떼내는 등 수술만 9번이나 했다”면서 “5년 전엔 직장암 판정도 받았는데 감사하게도 방사선 치료만 받고도 건강하시다”고 했다.

김국희 권사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보이셀라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신앙 이야기를 하고 있다.신석현 포토그래퍼

아들이 자신의 힘겨운 삶을 이야기할 때도 김 권사는 “하나님은 늘 살 수 있는 환경을 열어 주셨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들 부부를 대신해 초등학생 손주들을 봐주려고 집인 분당에서 송도까지 가는데 즐겁기만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머니의 목소리로 만든 오디오 성경을 김 목사가 기대하는 건 당연했다.

김 목사는 “(녹음하는)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롯이 어머니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하나님 영광 위해 살라’며 저에게 하신 말씀을 아이들에게도 하신다”며 “어머니께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이 오디오 성경을 통해 아이들에게 이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권사의 오디오 성경은 USB에 담겨 김 목사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보이셀라 추헌엽 대표는 “향후 바이블리에서도 로그인만 하면 들을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바이블리에선 첫 오디오 성경을 만든 고 하용조 목사와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등 목회자들의 목소리로 만든 성경을 들을 수 있다.

보이셀라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도 팀 켈러 목사 등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바이블리’의 글로벌 베타버전을 시연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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