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전자의 위기를 보는 中企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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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삼성전자처럼 망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뉴스를 긴장하며 확인했던 이 중소기업 대표가 멈칫했던 것은 영업이익 43조원이라는 수치였다.
위기를 근거로 삼성전자에서 비용 절감에 나서면 납품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은 바로 악화될 수 있다.
"40조원대 이익 냈다고 쥐어짜면 우리는 적자 납니다"라는 그의 말에 실린 위기감은 비단 삼성 납품사가 아닌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냉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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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삼성전자처럼 망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가 무심코 던진 말이다. 삼성전자가 망할 리 없는데 이게 무슨 소리? 더구나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그의 입장에선 삼성전자는 망해서도 안 된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가 방점을 찍은 것은 망하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처럼’이었다. 지난 6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잠정실적이 이 푸념의 발단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3조37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지만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아 ‘역대급 어닝쇼크’라는 평가가 한국 모든 신문을 뒤덮었다. 삼성전자가 망할 것처럼 보였다. 메모리 반도체 한파와 글로벌 가전·IT 수요 침체 여파가 삼성전자만큼 큰 회사도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그런데 정작 삼성전자의 위기라는 뉴스를 긴장하며 확인했던 이 중소기업 대표가 멈칫했던 것은 영업이익 43조원이라는 수치였다. 삼성전자에 납품해서 겨우 손해 안 보고 먹고사는 그의 입장에선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 매출의 만 배가 넘는, 40조원대의 이익을 남기는 ‘위기’가 다른 세상의 얘기로 들렸을 법하다.
어쩌면 그가 정말로 우려하는 것은 당최 납득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이 ‘위기’가 회사에 미칠 수도 있는 영향일 것이다. 위기를 근거로 삼성전자에서 비용 절감에 나서면 납품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은 바로 악화될 수 있다. "40조원대 이익 냈다고 쥐어짜면 우리는 적자 납니다"라는 그의 말에 실린 위기감은 비단 삼성 납품사가 아닌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냉정한 현실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대다수 중소기업이 납품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2021년의 조사에서 원재료 가격은 평균 47.6% 상승했지만 대기업에 납품하고 받는 대금 상승률은 10.2%에 그쳤다. 올 10월 시행 예정인 납품대금 연동제를 중소기업계가 그토록 염원했던 이유다. 정당한 납품대금도 이럴진대 갑을 관계 아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헛기침에도 골병들기 일쑤였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과 상생에 적극적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협력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0년부터 주요 원자재 가격변동분을 납품대금에 정기적으로 반영해 왔다. 지난해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에도 참여했다. 줄곧 유지해온 이 상생의 가치는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될까. 곳간에서 인심 나는 것이 아닌, 함께 살기 위한 진짜 ‘상생’은 위기의 순간에 더 빛이 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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