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도, 82년생 동갑내기도 떠났다... 대표팀 '거포'들의 책임감

유준상 2023. 1. 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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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 박병호 등 한 방 있는 타자들의 활약이 중요한 대회

[유준상 기자]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의 한 방이 있었다. 특히 대회 내내 부진하던 2008년의 이승엽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결정적인 홈런포를 터뜨리며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2010년대 이후에는 '1982년생 동갑내기' 이대호, 김태균(현 KBSN 해설위원)이 중심이 돼 타선을 이끌었다.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각각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것 이외에는 대표팀 입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두 선수가 타선에 배치되는 것만으로도 대표팀에 도움이 됐다.

올해 WBC를 준비하는 야구대표팀에는 이승엽도, 이대호도, 김태균도 없다.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은 이들 없이 타선을 꾸린 기억이 있다. 다만 WBC만 놓고 보면 세 선수 없이 대회를 임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7년 WBC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대호(왼쪽)와 김태균(오른쪽)
ⓒ 한국야구위원회(KBO)
 
2017 WBC, 2019 프리미어12 모두 한 방이 부족했다

'한 방'의 필요성을 느낀 국제대회가 꽤 있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회는 역시나 2017년 WBC다. 당시 대표팀은 2013년(3회)에 이어 2017년(4회)에도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네덜란드, 대만, 이스라엘과 A조에 속했던 대한민국은 첫 경기부터 고전했다. 마운드는 단 2점만 내줬으나 경기 내내 빈타에 허덕인 타선은 5회말 단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대표팀은 두 번째 상대인 네덜란드에 0-5로 완패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뒤늦게 타선이 터졌고, 연장 10회초 김태균의 투런포를 포함해 무려 11점을 뽑아냈다. 11-8로 승리한 대표팀은 전패를 면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조금만 일찍 타선이 깨어났어도, 혹은 분위기를 바꿀 만한 순간이 있었다면 더 수월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2019년 프리미어12 역시 타선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대회다. 슈퍼라운드 두 번째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0-7로 완패했고, 복수를 꿈꿨던 일본과 결승전에서도 3-5로 무릎을 꿇었다. 결승전에서는 1회초 김하성의 투런포와 김현수의 솔로포 이후 추가 득점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론 슈퍼라운드 일본전(8-10 패배)처럼 다득점에도 웃을 수 없는 경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장타는 단기전에서 분위기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무기'다. 1라운드, 2라운드를 넘어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면 타선의 활약이 절실하다. 더 나아가서는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지난해 KBO리그 정규시즌 홈런왕을 차지한 kt 박병호
ⓒ kt 위즈
 
적지 않은 거포... 충분히 위압감 있는 타선 구축 가능

이번 대회서 대표팀 최종 명단(30인)에 포함된 야수는 총 15명이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해외파만 봐도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과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모두 빅리그에서 단일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던 기억이 있다.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중에서는 박병호(kt 위즈)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 시즌 35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등극했고,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는 미국과 결승전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재활 중인 최지만의 출전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만큼 박병호의 책임감이 더 커질 수 있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최정(SSG 랜더스, 지난해 홈런 26개), 김현수(LG 트윈스, 23개) 등도 중심타선에 배치될 수 있다. 또한 전년도에 비해 홈런 수가 증가해 2022시즌 데뷔 첫 20홈런 고지를 밟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23개)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현재 명단에서 부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 인원 그대로 3월까지 간다. 이제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최적의 타순을 배치하는 일이 남아있다. 대표팀 소집 이후 치러질 평가전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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