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유격수' 오지환, WBC에선 벤치 신세?

양형석 2023. 1. 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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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빅리그 유격수 김하성과 포지션 중복, DH도 경쟁자 포화

[양형석 기자]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오지환
ⓒ LG 트윈스
 
지난 4일 한국야구위원회는 오는 3월 8일 개막하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최종엔트리 3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투수 15명과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이 선발됐고 구단 별로 보면 LG 트윈스가 6명으로 가장 많고 kt 위즈가 4명, 키움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에 작년 시즌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대표선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투수쪽에서는 작년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비롯해 작년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안우진(키움), 작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붙박이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데인 더닝 등 기대했던 선수들이 일부 제외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같은 베테랑 선수부터 이의리(KIA), 정철원(두산) 등 신예들까지 두루 포함시킨 마운드는 이강철 감독의 많은 고민이 엿보인다.

이번 대표팀에서 한국의 가장 큰 무기는 3명의 현역 메이저리거(김하성, 최지만, 토미 에드먼)가 포함된 내야진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WBC에서 보여줄 시너지에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에 화려한 내야진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선수도 보인다. 작년 최고의 활약으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LG의 유격수 오지환이 대표적이다.

LG가 힘들게 키워낸 KBO리그 최고 유격수

물론 현역 시절의 이종범(LG 주루코치)이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젊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도 있지만 사실 유격수 포지션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를 때까지 적지 않은 숙성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함께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기여를 했던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 역시 손시헌의 그늘에 가려 프로 입단 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2군에서 와신상담한 바 있다.

오지환 역시 LG에서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오늘날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키워낸 유격수 자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유망주들이 퓨처스리그 또는 백업으로 활약하면서 경험을 쌓았다면 오지환은 프로 2년 차부터 곧바로 LG의 붙박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1군 무대에서 강하게 컸다는 점이다. 물론 오지환이 경기고 시절부터 청소년대표로 활약했던 특급유망주라고 해서 1~2년 사이에 곧바로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풀타임 주전 첫 시즌이었던 2010년 리그 삼진(137개)과 실책(27개)에 오르며 불명예 2관왕으로 1군생활을 시작한 오지환은 수비에서는 결정적인 실책을 많이 저지르고 타석에서는 삼진을 많이 당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그렇다고 타격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일부 팬들은 오지환의 빠른 발과 평균 이상의 장타력을 살리기 위해서 하루 빨리 오지환의 포지션을 바꿔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비판을 받으며 성장한 오지환은 2015년 타율 .278 11홈런 56타점 76득점 25도루에 이어 2016년에는 타율 .280 20홈런 78타점 73득점 17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해마다 20개를 넘기는 게 당연했던 실책 숫자가 20개 이하로 줄어든 것도 이때부터였다.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오랜 기간 오지환에게 큰 부담으로 남아있던 병역의무까지 해결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오지환은 작년 시즌을 통해 드디어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우뚝 섰다. 142경기에 출전한 오지환은 타율 .269 25홈런 87타점 75득점 20도루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유격수 중 최초로 20-20 클럽에 가입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프로 입단 14년 만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김하성과 포지션 중복, 지명타자도 쉽지 않아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우뚝 선 오지환이 KBO리그 선수가 주축이 되는 WBC 대표팀 30인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지환이 오는 3월 WBC 본선무대에서 한국의 주전유격수로 활약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단 3명 밖에 없는 빅리그 선수 중에서 오지환과 포지션이 겹치는 샌디에이고의 유격수 김하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올 시즌 부상과 약물징계 등으로 시즌 전체를 거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대신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150경기에서 타율 .251 11홈런 59타점 12도루를 기록했다. 게다가 수비는 시즌 내내 수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 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나다. 게다가 오지환은 프로 데뷔 후 지난 14년 동안 유격수를 제외한 그 어떤 포지션도 소화한 적이 없는 '전문 유격수' 자원이다.

오지환이 다른 포지션을 소화할 수 없다면 노려볼 수 있는 자리는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가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현재 최지만(피츠버그 파이어리츠)과 박병호, 강백호(이상 kt)까지 1루수 자원만 3명이고 주전 1루수 자리를 놓친 선수들이 지명타자 자리를 노릴 것이다. 작년 타율 .269를 기록했던 오지환이 메이저리그 7년 경력의 최지만과 통산 362홈런의 박병호, 통산타율 .317의 강백호와 '타격으로만' 경쟁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변수가 있다면 바로 3루수 자리다. 주전 3루수로 최정(SSG)이 유력한 가운데 만약 최정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빅리그에서 3루수로 47경기에 출전했던 김하성이 3루로 이동하고 오지환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강철 감독이 유격수와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겨가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전천후 내야수' 김혜성(키움)을 활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되는 부분이다.

2009년 WBC 홈런, 타점, 득점 1위에 올랐던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2006년 1회 대회에서 이승엽(두산 감독)에 밀려 출전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김태균은 당시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였기 때문에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었지만 WBC 기간 중 만 33세가 되는 오지환에게는 현역 메이저리거들과 겨룰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과연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 오지환은 WBC에서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빌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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