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그만하라고 하시는데"…이도엽 전한 마태화 비하인드 (소옆경)[엑's 인터뷰②]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이도엽이 악역 연기 비하인드를 전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이하 '소옆경')는 범인 잡는 경찰과 화재 잡는 소방의 공동대응 현장일지, 타인을 위해 심장이 뛰는 이들의 가장 뜨거운 팀플레이를 그리는 드라마다. 올 하반기 시즌2를 앞두고 있다.
극중 이도엽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당대표 마중도(전국환 분)의 망나니 아들 마태화 역을 맡았다. 포악한 금수저 마태화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맞서는 진호개(김래원)와 대립을 이어갔다.
이도엽은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엑스포츠뉴스 사옥에서 종영 인터뷰를 나눴다.
이도엽에게 대본의 첫 인상을 묻자 "원래는 마태화가 아니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게 사실 이 작품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다른 작품 때문에 신경수 PD한테 전화를 했었다. 이게 맞는지 아닌지 고민 상담을 하면서 전화를 했는데 감독이 '형 그 작품 만약에 안 하시면 전화 한 번 주세요' 하더라. 뭘 준비 중이라고 하길래 물어보니까 저한테 잘 맞는 캐릭터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거 바로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도엽은 "그렇게 '소옆경'을 하게 됐는데, 작가님이랑 연출부가 마태화라는 인물이 더 적합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서 마태화를 읽어봤더니 '내가 맡을수 있을까?' 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걸 많이 밀고 나갔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도엽이 해석한 빌런 마태화는 어땠을까. 이도엽은 "제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 연기 접근하는 법 등을 많이 활용하고 다양한 면을 넣었다. 그러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다정다감한 면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고 '법 보행' 장면처럼 코믹적인 장면도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처음에 작가님이 쓰신 마태화는 좀 더 유쾌한 인물이었다. 예를 들면 대본에 이런 지문이 있었다. '출소하자마자 쏜살같이 다다다다 달려가 차 뒷문을 열고 점프하듯이 들어간다.' 근데 그러면 마태화가 너무 가벼워질 것 같더라. 그래서 방향성을 건의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현장에서 많이 조율해서 지금의 마태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태화의 묵직함 속에서 인물을 탄력 있게 만들고 입체적으로 보이려고 했다. 예를 들어 법 보행은 제가 뭔가를 안 해도 상황이 보이니까 됐고,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는 좀 작위적이지 않나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작가님, 감독님을 믿고 되게 멋있는 척, 아버지 앞에선 조그마한 강아지가 됐다가 또 아버지와의 장면이 끝나면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도엽은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우리는 달라지지 않나. 인간에겐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인물을 만들 때 그런 지점들을 고민했다. 아이같은 모습이 좀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자백을 하면서 우는 신에 대해서도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까 작품을 배우로서 접근하는 경향이 없지 않더라. 이번 작품을 통해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면 어떨까'로 접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까 숨기고 있던 진실이 밝혀질 때 사람이 버티고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지점을 생각을 해보고. 마태화라는 인물에 입체성을 줄 때 그냥 우는 게 아니고 아이처럼 울기도 했다"고 답했다.
이어 "다음 신 촬영을 하려고 모니터를 하고 있는데 신경수 감독님이 돌아보면서 엄지 척을 해줬다. 그럴 때는 '내 선택이 나쁘지 않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치밀한 고민으로 만들어진 마태화는 이도엽이 기존에 맡아온 악역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도엽은 "많은 분들이 악역 좀 그만하라고 하시는데 저 그렇게 악역 많이 안 해봤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저 다 선한 역할이었다. '경이로운 소문'과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그 정점이 '양들의 침묵'이었다. 악역으로 기억해주시니까 오히려 '잘했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또 이도엽은 "악역을 정말 잘 소화하시는 배우분들이 많지 않나. '그런데 작가님, 감독님, 연출부, 제작부는 왜 나를 선택했을까?' 그 질문을 먼저 해본다. 그러면서 이도엽이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악역이어도 댄디하고 유쾌한 것이다. 제가 가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뉴스 사회면을 많이 보기도 하고, 저는 일반 시장을 자주 간다.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저 스스로에서 시작을 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채워서 변별력이 좀 생기지 않나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도엽은 마태화 연기에 대해 "마태화가 본인이 악하다고 생각하겠나. 마태화는 정당성 안에서, 살기 위해서 하는 거다. 아버지한테 욕 먹고 싶지 않고 가정도 지키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고. 저는 그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악행들이지만, 드라마라는 상상 속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늘도 메이크업 원장님이 저를 보자마자 '왜 그랬어요!' 하시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1997년 영화 '3인조'로 데뷔한 이도엽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이에 이도엽은 "얼마 전에 어떤 분이 권태로움을 못 느끼냐고 하시더라. '전혀'라고 얘기했다"면서도 "재미는 없다. 재미있는 건 시청자분들이 재미있으신 거지, 저는 힘들다. 더 잘해야 하고 성장해야 하지 않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다른 배우들도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들과 내가 다른 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할 때 그 지점이 안 찾아지면 너무 괴롭다. 그리고 연기적인 부분에서 '이게 아닌가' 생각이 들면 굉장히 슬퍼진다. 많은 배우들이 재밌지 않을 거다. 괴로워하면서도 재밌는 직업을 찾는 게 배우 같다. 지금도 길거리 다니면서 '내 거'가 뭐가 있을지 찾고, 여러 작품들을 몇 번씩 돌려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꾸준히 노력하고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도엽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도엽은 "많이 해보고 싶다. 해봐야 저한테 맞는 것도 있고 안 맞는 것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나. 많이 찾아주시길 바란다. (웃음) 제가 갈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떻게 저런 걸 생각해낼 수 있을까. 이도엽이 하면 다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라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엑's 인터뷰③]에 계속)
사진=박지영 기자, SBS 방송화면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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