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부에 오점 남긴 '비디오 판독'... 배구팬들 또 실망했다
[유준상 기자]
2시간 30분 동안 양 팀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아냈다. 남자부 1-2위 팀 맞대결다운 명승부가 연출됐지만, 비디오 판독이 '옥에 티'로 남았다.
대한항공은 7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19-25, 26-24, 25-22, 25-27, 15-12)로 승리를 거두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 판독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
ⓒ 한국배구연맹(KOVO) |
단숨에 뒤바뀐 판정... 현대캐피탈의 꿈도 날아갔다
2세트 23-23에서 현대캐피탈 아포짓 스파이커 허수봉의 강력한 스파이크서브가 대한항공 코트로 향했다. 후위에 있던 리베로 박지훈이 리시브에 성공했고, 세터 한선수의 토스를 받은 아포짓 스파이커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가 후위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러자 현대캐피탈 벤치에서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대한항공이 허수봉의 서브를 받는 과정에서 박지훈 옆에 있던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의 손에도 공이 닿았고, 4번 만에 공을 넘겼다는 게 현대캐피탈의 주장이었다. 이대로라면 '포히트'가 선언돼 대한항공의 범실이 인정되고, 현대캐피탈이 세트 포인트에 먼저 도달하게 됐다.
경기위원과 심판위원, 부심은 공중에서 비춘 리플레이 화면을 돌려봤다. 판독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결과는 포히트.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이번에는 대한항공 측에서 항의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선수들을 말렸지만, 정지석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후 첫 번째 판독과 다른 각도에서 두 번째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엔드 라인 뒤쪽에 있던 카메라가 잡은 화면이었다.
생각이 달라졌을까, 경기위원은 포 히트가 아닌 것으로 정정했다. 현대캐피탈 벤치는 즉각 반발했다. 마스크까지 벗은 최태웅 감독은 강력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판독 번복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27일 KB(손해보험) 경기는 없다고 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전영아 부심은 판독 번복에 대해 거듭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으나 최태웅 감독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역전 기회를 놓친 현대캐피탈은 2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내줬고, 반면 대한항공은 기세를 끌어올려 3세트까지 잡아냈다. 4세트 승리로 힘겹게 승점 1점을 확보한 현대캐피탈은 5세트서 주저앉으며 대한항공전 9연패 수렁에 빠졌다.
스스로 신뢰 떨어뜨린 경기위원, 징계도 소용 없었을까
오심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이 문제로 삼은 것은 비디오 판독 결과를 번복했다는 것이다. 최 감독이 본부석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언급했던, 지난달 27일 남자부 3라운드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에서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한국전력이 11-9로 앞서가던 4세트, 아웃사이드 히터 홍성혁의 후위공격을 막아내려고 했던 미들블로커 박찬웅이 블로킹을 시도했다. 화면 상으로는 박찬웅의 팔꿈치가 네트에 닿은 게 확인돼 한국전력의 터치넷 범실이 선언될 것이 확실시됐다.
예상과 달리 판독 결과는 터치넷이 아닌 것으로 나왔고, 이에 격분한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이 거세게 항의했다. 한때 코트 위에 있던 선수들을 모두 불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판독 결과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도 KB손해보험이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맛봤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이튿날 한국배구연맹(KOVO)은 남영수 부심과 정의탁 경기위원에 3경기 배정 제외 징계를 부과했다. 이와 더불어 진병운 심판위원도 1경기에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7일 대한항공-현대캐피탈전에도 본부석에 앉은 사람은 정의탁 경기위원이었다. 이번에는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과 다르게 비디오 판독 결과를 뒤집었다. 현대캐피탈로선 판독 번복의 형평성을 따질 수밖에 없었다.
1차적으로는 경기 운영을 매끄럽게 하지 못한 경기위원에게 책임이 있다. 다만 더 이상 혼란이 가중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디오 판독 관련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등 KOVO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심으로 인한 억울함을 최소화하려고 마련한 '비디오 판독'이 경기를 망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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