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으로 스낵 만들어 美서 대박...‘김미’ 창업 스토리 [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1.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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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애니 전 대표 인터뷰

수산 식품 단일 품목 수출 1위는 뭘까.

참치? 한때 그랬다. 지금은 순위가 뒤바뀌었다. 정답은 김이다. 지난해만 연 7억달러(약 9300억원)를 수출했다. 2010년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지 딱 12년 만에 7배 늘었다. 전 세계 생산량도 한국이 1위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의 57%를 차지할 정도다.

김의 이런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한국계 미국인이 있다. 애니 전(한국명 전정란·67) 대표다.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명은 ‘김미헬스푸드(Gimme Health Foods·이하 김미)’. 2012년 설립했다. 김미는 한국산 김을 가져다 스낵, 즉 안주나 과자처럼 먹는 음식으로 차별화했다. 애니 전 대표는 “미국 사람들은 김에서 나는 특유의 바다 냄새에 익숙지 않아 한국의 마른김, 조미김(각종 조미액을 가미해 구운 김)을 한국 사람처럼 잘 먹지 못한다”며 “그래서 데리야끼, 와사비, 참깨, 아보카도 오일, 칠리 라임 등 다양한 맛을 가미한 김 스낵을 만들어 현지화했다”고 소개했다.

애니 전 김미헬스푸드 대표 김미헬스푸드 제공
이런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김미는 미국 아마존, 홀푸드마켓 등에서 김 부문 판매 1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K푸드 세계화의 실마리가 어쩌면 김미 사례에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은 애니 전 대표와 일문일답.
Q. 창업 이전에도 한국 식자재를 기반으로 제품화한 식품 회사를 창업해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K푸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는데 ‘김미’는 그런 생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까.
김미는 서양 사람들에게 한국과 한국 문화의 경이로움을 소개, 교육하는 동시에 고국과 연결하는 방법으로 한국 식품을 추구하는 내 관심의 결과물이다. 확실히 지금은 한국 영상 콘텐츠, K-POP, 한국 음식 문화를 통해 서양인에게 한국 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김은 잘 안 알려졌다가 해외 유수 매체에서 ‘바다의 보물’로 주목받으면서 서서히 미국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됐다. 김 최고 생산지는 한국이라는 점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봤다.

* 참고로 전 대표는 본인의 이름을 딴 ‘애니 천스(Annie Chun’s)라는 식품 회사를 설립 후 2005년 CJ에 매각했다. 당시 면 제품인 ‘김치 누들 볼(Kimchi Noodle Bowl)’ ‘미소 누들 볼(Miso Noodle Bowl)’ 등의 히트 상품을 여럿 만들었다.

김미는 미국 현지인의 니즈에 맞게 다양한 맛으로 차별화했다. 김미헬스케어 제공
Q. 현지화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 김은 이미 국내 식자재 중 1위 수출품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미는 어떤 식으로 차별화했나.
브랜딩에 중점을 둬 차별화했다. 브랜드는 미국 소비재 사업에서 매우 중요하며 스타트업이 큰 성공을 이루고 시장을 파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브랜딩은 소비자의 사랑과 열정을 이끌어 내 제품을 시장에서 프리미엄으로 판매할 수 있게 한다. 김미는 김 등 해초류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는 시점에 미국 주류 감성을 입혀 차별화했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 김의 이미지를 낮출 수 있는 낮은 가격과 비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김미는 역발상으로 고급 이미지로 마케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유기농·비(非)유전자변형(GMO) 인증을 받은 김을 현지 최초로 스낵처럼 만들어 내놨더니 시장 반응이 실제 뜨거웠다.
Q. 실제 어떤 제품이 가장 잘 팔리나. 이런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 비결도 궁금하다.
가장 기본적인 천일염 맛 김 스낵이 베스트셀러다. 김미는 천일염 맛을 시작한 최초의 회사다. 이제 많은 업체들이 따라 만들고 있다. 히트 제품을 만드는 핵심은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감성적인 연결을 만드는 방법 등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훌륭한 브랜드로 인식되니 소비자 사이에 브랜드 사랑이 생겨서 모든 신제품을 먹어보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됐다.
김미 칠리 라임 김미헬스케어 제공
Q.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키워내고 싶나. 투자 유치, 상장 준비도 하고 있나.
김뿐 아니라 기능성 스낵의 선도 업체로 육성하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비즈니스가 잘 성장하고 있으므로 현재로서 추가 투자를 모색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 시장에서 상장하는 것도 많은 역동성을 주지만 제한도 많아 현재 이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Q. 김처럼 가볍고 맛있는 한국 식자재로 또 성공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는 뭐가 있을까.
한국 식자재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핵심은 한국의 진정성을 기반으로 외국 소비자의 취향,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인삼과 소주는 초기 시장 조사 때 고려해본 아이템이다. 다만 이들 품목은 미국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알림, 교육을 해야 한다. 또 규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김치와 고추장은 분명한 기회가 있다. 성공의 열쇠는 브랜드 요소의 장애물을 없애고 한식 소비재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브랜드 사랑을 창출하는 것이다.
애니 전 대표는 “김밥이나 롤처럼 김을 활용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는 식의 마케팅 활동을 병행해야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헬스푸드 제공
Q. 한식 세계화에 도전하는 한국 업체도 많다. ‘이런 건 하지 마라, 이런 건 꼭 신경 써서 해라’와 같은 조언을 해준다면.
단순히 싸게 파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한식과 그 이미지를 높이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장기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 제품을 싸구려 식품이 아닌 프리미엄 식품으로 브랜드화 하고 판매해야 한다. 현지인에게 음식, 맛에 대한 교육도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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