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메타버스로 산재 줄여요" 나스닥 투자 문의받는 이 회사
[라스베이거스=최서윤 기자] “투자하고 싶은데, 나스닥에 상장할 순 없습니까?”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아룬 다스 박사는 현장의 수많은 메타버스 회사 중 한국 스타트업 하나에 꽂혔다.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재해를 줄여주고 불량률을 막는 ‘산업용 메타버스’ 회사여서다. 주인공은 연 매출 57억원 스타트업 메타뷰. 올해로 설립 15년이 되는 건실한 경남 메타버스 기업이다.
메타버스가 CES를 강타했다고 하지만 스마트 기기로 체험을 해본들 아직은 아리송한 개념에 불과하다. 가상 부동산에 투자해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지만 손에 잡히진 않는다. 메타뷰는 다르다. 이 회사의 플랫폼을 사용하면 공장을 제어하면서 불량률과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어서다. 회사가 제시한 솔루션 중 특이한 점은 현실 행위가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뿐 아니라 가상에서의 디지털 행위가 현실에서 적용된다는 것이다.
메타뷰는 CES 현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중앙홀에서 창원시 전체를 3차원(3D)으로 한눈에 보도록 부스를 꾸려 관람객들의 시선을 확 끌었다. 클릭해서 창원시청 건물 안에 들어가니 계단, 문 등 내부가 속속들이 재현돼 있었다.
노진송 메타뷰 창업자는 “MetaVu-GIS는 가상 공간에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과정에서 360도 스캐닝 장비, X레이, 음파탐지기(SONAR) 등 장비를 이용해 땅속 배관, 선로 등을 교차검증할 수 있다”며 “사람과 기계가 융복합으로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기계 간 융복합은 불량률은 물론 산재까지 줄여준다. 메타뷰가 한국국토정보공사(LX)를 비롯해 대한민국 육군, 통영시, 경상남도, 창원시, 가톨릭병원 등 200여 기관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이번에 공개된 올인원(All-In-One) 라인업을 활용하면 ▲현장에서 필요한 AR 컨텐츠 제작(MetaVu-Maker)에서부터 현장 작업자가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과정을 초보자도 교육을 받지 않고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 쉽게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작업 가이드(MetaVu-Guides) ▲현장에서 엔지니어링 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원격지의 전문가 또는 선임 도움을 받아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원격 협업 지원(MetaVu-Remote) ▲언제 어디서나 실제 장비 또는 설비 없이 다양한 멀티 디바이스(PC, HMD, 스마트 글라스)를 기반으로 실감형 교육이 가능한 교육시스템(MetaVu-EDU) 등 다양한 솔루션을 클라우드 구독 방식 등을 통해 통합·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회사가 여기에 꽂혔다. 노 창업자는 제조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에 쏠려 있는 공장을 돌릴 수가 없어 애를 먹었다고 했다.
생산 거점을 인도, 한국, 미국 등에 분산화하다 보니 공장 관리가 안 돼 난감해하다가 메타뷰의 메타버스 원격 제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노 창업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장 관리가 힘들어진 기업들이 ‘MetaVu-Remote’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생산 거점에 가지 못해도 관리자가 시설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원격 제어 장치를 통해 설비 관리는 물론 생산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게 된 것. 그는 “(실제 공장에 있는) 설비에 센서가 붙어 있고 제어 장치도 다 설치돼 있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을 수 있다”며 “관리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한국에서) 제어 신호를 보내면 쉽게 기계를 동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솔루션은 보안을 이유로 제한적으로만 공개된 설비를 보니 창원시처럼 공장을 3D로 만들어 내부를 속속들이 보도록 만들었다. 공장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빨간색 표시로 알 수 있도록 했다. 고장 난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노 창업자는 “홀로 렌즈를 통해 아까 봤던 창원시처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워룸’(전시 상황실)처럼 군사 작전 지휘하듯 공장을 관리할 수 있다”며 “어떤 분야든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동석한 다스 박사는 메타뷰에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장은 돈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나스닥 상장 의지를 타진한 것이다.
다스 박사는 "산업 외 다른 분야로 플랫폼을 다각화해 적용할 생각이 있나" "직원은 몇 명인가" "한국 어디에 본사와 지사를 두고 있나" "자금을 얼마나 끌어들였나" "나중에 매각할 생각은 없나" "한국 증권시장이 아닌 나스닥 상장을 할 계획은 없나" 등 구체적인 회사 경영 상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노 창업자는 다스 박사에게 “직원은 90명가량 되고 경남 창원에 본사 서울, 경기도 등에 지사를 각각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투자받지 않았지만, 한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괜찮은 상대가 있으면 인수합병(M&A)을 타진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뷰는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2배가량 늘어난 120억원을 넘길 것으로 봤다. 스타트업은 현 재무 지표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업가치 등이 더 중요하다. 노 창업자가 제시한 회사 기업가치는 1100억원가량 된다.
메타뷰는 이번 CES 2023 기간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 센트럴홀 내 게이밍·메타버스·XR존에 부스 8개 규모로 운영한다. XR(확장현실 : AR·VR·MR) 기술을 포함한 디지털 트윈, IoT, 5G 등 다양한 ICT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솔루션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LG, 현대자동차, 사우디 아람코, 나사, IBM, 딜로이트, 보쉬, 버미어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은 물론 아진산업, 덕일산업 등 국내 중견중소기업과 하버드 등 대학교 관계자가 잇달아 방문했다. 메타뷰는 이들과 사업 및 연구 협력 논의를 논의했고, 로이터 등 외신 주목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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