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다음달 전세금 빼줘야 하는데'…씨마른 세입자에 속 타는 집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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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 투자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거의 한계치인 상황인데.
전세금을 급히 빼줘야 하는 집주인, 특히 갭 투자를 통해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 중에는 전세를 내놓은 매물은 물론 자신이 거주 중인 아파트까지 매물로 내놓는 경우까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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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1. 서울에 아파트 2채, 오피스텔 2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A 씨(53)는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갭 투자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거의 한계치인 상황인데. 당장 다음 달에 전세금(서울 양천구 K 아파트)을 빼줘야 한다. 전세가격을 1억2000만원(4억7000만→3억5000만원) 내렸고 매매도 진행 중이지만, 도통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 벌써 4개월째다. A 씨는 요즘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느라 정신이 없다.
#2. 경기도 광명(거주)과 인천(전세)에 각각 1채씩 아파트를 보유한 B 씨(42)는 최근 회사에 연차를 내고 일대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광명과 인천 아파트 중 먼저 팔리는 한 채를 처분하기 위해서다.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2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인천 아파트 전세는 도통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린 결정이다. 2억5000만원이던 전세가격을 1억7000만원까지 내렸지만, 주변 전세 시세가 1억5000만원까지 떨어졌고 이마저도 매물이 쌓여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치솟은 금리, 집값 하락, 입주 폭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여파다. 전세금을 급히 빼줘야 하는 집주인, 특히 갭 투자를 통해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 중에는 전세를 내놓은 매물은 물론 자신이 거주 중인 아파트까지 매물로 내놓는 경우까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매물증가·거래량 감소 등 지표로 확인되는 역전세난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7405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1년 12월 전세 거래 1만2621건과 비교하면 41%가 줄어들었다. 경기도(경기도부동산포털)의 아파트 전세 거래는 같은 기간 동안 36% 감소(1만7057→1만983건)했다.
반면 전세 매물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등록(7일 기준)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5287건이다. 2020년부터 전세 매물을 집계한 이후 최대 규모다. 1년 전(2022년 1월 7일) 3만1376건 대비 76.2% 증가했다. 경기도는 더욱 심각하다. 전세 매물이 같은 기간 동안 124% 급증(3만566→6만8326건)했다.
공급은 넘쳐나지만 수요가 받치질 못하면서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 집계 결과,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2.79%를 기록하며 4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2008년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5.45% 급락하면서 역전세난의 중심에 섰다.
집값 광풍이 일어났던 2020년과 2021년에 성행했던 갭 투자는 역전세난을 불러온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액만 부담해 아파트를 매입한 갭 투자자들은 매매 당시보다 전세가격이 하락하자 보증금 차액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 거래 신고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서울에서 자금 조달 계획서상 주택담보대출과 임대 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이 집값의 100%가 넘는 신고서는 6990건이었다. 2020년 2258건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전세 만기 임박하자 전세·매매 동시 진행전세 만기가 임박한 갭 투자자 중 상당수는 역전세난으로 자금이 막히면서 결국 급매로 집을 내놓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C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매 처분 여부를 물어보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하루에 몇 건씩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전세 만기를 맞이하는 주인들로 전세가 나가지 않자 집을 매매하려는 경우”라고 말했다.
인천 D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진행하는 집주인들이 많이 증가했다”며 “이들 대부분이 4년 이내에 집을 장만한 갭 투자자들인데, 전세 만기는 다가오지만 세입자는 구해지질 않고 대출 이자는 부담스럽다 보니 어떻게든 집을 처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역전세난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세입자들이 법원을 찾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내줄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계약 만료 시기를 맞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822건으로 2021년(3226건)보다는 49.4% 급증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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