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 하원의장된 매카시…“대중·대여 강경 대응”

전웅빈 2023. 1. 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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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매카시 미국 공화당 원내대표가 164년 만에 가장 많은 15차례 투표 끝에 새 하원의장에 당선됐다.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내 극우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 요구사항 상당 부분을 들어주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선출될 수 있었다. 의장 선거가 프리덤 코커스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화당 의제가 더욱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커져 여야 협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카시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새벽 당선을 확정한 뒤 첫 연설에서 “미국의 오래된 문제인 채무와 중국 공산당의 부상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중국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국에 넘어간 수십만 일자리를 다시 가져올 방법을 조사할 것”이라며 “그렇게 우리는 중국과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뻥 뚫린 남부 국경, 에너지 정책, 우리 학교에서 이뤄지는 ‘워크’(Woke) 주입 등 미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바로잡을 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깨어 있다’의미의 워크는 인종, 성 정체성, 환경, 낙태, 공권력, 동성결혼 등 사안에서 진보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보수층은 민주당 의제를 비판할 때 이를 주로 사용됐다.

매카시 의장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연방수사국(FBI)의 ‘무기화’와 관련한 조사도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우리의 예산권과 소환권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일성으로 대중·대여 강공책을 강조한 것이다.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충분히 강경하지 않다고 비판해 왔다. 매카시 의장도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줄곧 대중·대여 강경 입장을 언급해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매카시 의장이 당선을 위해 보수 강경파 의원들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해줘서 공화당 의제가 보수 색채가 더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매카시 의장은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을 ‘의원 1명’으로 완화하면서 스스로 권한을 약화했다. 극우층이 반대하는 민주당 의제에 매카시 의장이 협조해 줄 경우 언제든 해임 결의안이 제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극우 파벌을 화나게 하면 즉시 제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매카시 의장은 의회 절차 등을 결정하는 규칙위 등 핵심 상임위에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 몫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칙위는 상임위 관할권이나 의회 절차 등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NYT는 “극우 의원들은 공화당 추진 법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민주당과 함께 뭉쳐 이를 차단할 능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수의 의원이 민주당에 대한 양보에 강력히 반대한다면 초당파적 협상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차 투표에서도 의장 선출이 실패하자 맷 게이츠, 앤디 빅스 등 매카시 의장 반대파들에게 전화로 설득했다. 이들은 통화 후 이어진 15번째 투표에서 반란표를 던지지 않고, ‘재석’을 외쳤다. 이를 통해 의장 선출에 필요한 과반 숫자가 218표에서 216표로 내려가 매카시 의장이 당선할 수 있었다. NYT는 “결정적 순간의 전화였다”고 평가했다.

매카시 의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득표에 도움을 줬다”며 “아무도 그의 영향력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처음부터 나와 함께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 지금은 책임감 있게 통치해야 할 때”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외신은 국회 공전 우려를 전망했다. 특히 프리덤 코커스가 예산안 반대를 무기로 대여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해 바이든표 의제 수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프리덤 코커스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예산안 통과가 어려워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은 한때 경제를 거의 마비시키고 미국 정부를 채무불이행으로 몰아넣을 뻔했던 정치적 벼랑 끝 전술로의 복귀를 위협하면서 백악관이 대규모 지출 삭감에 동의하도록 강요하는 등 재정 대결에 나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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