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땅값이 비싸서 육지 땅 사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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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기자]
10년 전, 우리 가족은 땅을 구하러 다녔다. 투기 목적이 아닌 조그마한 가게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제주도 땅값은 쌌다. 200평대의 땅을 사는데 2000~3000만 원이면 충분했었다. 그땐 그랬다. 그렇게 우린 1년간 좋은 위치의 땅을 구하려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느날 남편이 다급하게 나를 찾았다.
"여보, 뭔가 이상해."
나는 물어봤다.
"뭐가 이상해?"
"부동산에 새로 나온 저렴한 땅들이 2~3일 만에 사라지고 있어."
더 놀라웠던 건 남편이 부동산 관계자와 통화를 하고 물건을 보러 가던 중이었는데 그때 갑자기 부동산 관계업자가 다시 연락을 해서는 다른 사람이 급하게 찾아와서 중간에 계약이 되어버렸다고 얘기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차를 세우고 나에게 다급히 전화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던진 남편의 한 마디.
"여보, 안 되겠어. 전에 봐 두었던 한림 땅. 거기 계약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남편은 일사천리로 한림의 땅을 구입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갑자기 제주도 땅값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때가 2014~2018년. 제주로 오는 이주민들이 증가했던 시기였고 나중에 우리가 이 땅을 팔고 나왔을 때는 5배로 뛰어 있었다. 오를 일이 없을 것 같던 제주도 땅값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 우리는 그 땅에서 행복했을까? 남편은 자동차공업사 일을 했다. 그런 사람이 결혼과 동시에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며 땅을 알아보게 된 거였고, 거기서 조그마한 카페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삶은 녹록지가 않았다. 자동차공업사 일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전혀 다른 삶인 카페 일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고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남편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셀프하우스를 만든 일, 그것은 칭찬해 주고 싶다. 우리 가족을 위해 손수 지은 셀프드림하우스. 아파트가 아닌 땅 위에서 맘껏 뛰놀 수 있는 삶에 대해 아이들 또한 만족했다. 하지만 우리는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다.
▲ 셀프드림하우스 10년 전 구입한 땅에서 남편이 직접 지은 셀프드림하우스 |
ⓒ 이효진 |
'우리는 땅과 인연이 없는 걸까?' 모든 걸 접고 제주 시내로 이사 오게 된 우리 가족. 부푼 꿈을 갖고 간 농촌 생활은 현실의 참담함만을 느끼며 일장춘몽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또 인터넷으로 부동산을 보고 있었다. 나는 "또 왜?"라고 남편에게 물어보았는데 과거 기억은 잊었는지 남편이 아주 신난 마음으로 말한다.
"200평 대지가 1000만 원이래?"
▲ 10년 후 구입한 땅 전라남도 땅을 샀다. |
ⓒ 이효진 |
하지만 나는 쉽사리 선택할 수 없었다. 다시는 실패를 겪고 싶지 않기에, 그만하자고 아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런데 초등생 4학년 아들이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엄마, 실패는 작은 성공이야. 한림에서 좋았던 기억도 얼마나 많은데,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는 거잖아."
첫째에 이어 우리집 8살 아들 막내까지도 아빠를 응원하는 것이다. 끝내 나는 우리집 세 남자의 설득에 넘어가 버렸다. 뿌우~ 뿌우~ 뱃고동 소리와 함께 출발하는 우리 가족의 새로운 꿈.
그렇게 2023년의 새로운 꿈을 갖고 남편의 5도2촌 생활은 시작되었다. 과거의 실패, 아니 '작은 성공'이 이번에는 크게 결실을 맺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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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유트브 <프레디 아빠의 버킷리스트>에서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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