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있는데 소등하고 퇴근해 버린 동굴 직원…자력 탈출 시민들 "사과도 없어"

매표소 직원, 관람 마감 시간 오후 6시 안내…5시 54분 동굴 내부 소등
피해 관람객, 휴대전화 불빛 의지 출구 찾아…폐쇄 철문 직접 들어 올려 탈출
피해 관람객 "동굴 관리 업체·충주시청에 항의…일주일 이상 사과·조치 없어"
동굴 관리업체 "사고 모든 상황 당사 잘못…최대한 후속 협의 추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지방의 한 유명 동굴 담당 직원들이 관람 시간이 끝나기 전 동굴 내부 조명을 끄고 퇴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굴을 관람하던 중 영문도 모른 채 어둠 속에 갇힌 시민들은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자력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지난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40대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아내와 함께 충북 충주시 명소인 활옥동굴을 방문했다.

매표소에서 관람 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는 안내를 받은 두 사람은 동굴을 둘러본 후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5시 54분쯤 갑자기 조명이 꺼지며 동굴 내부는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A씨는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헤맨 끝에 출구를 찾았다. 그런데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철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A씨는 철문 아래 잠금장치를 직접 들어 올려 동굴에서 탈출했다. 동굴 밖에서 직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A씨는 "동굴을 빠져나왔을 때 시간도 오후 6시가 되지 않았다"며 "동굴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폐쇄된 공간에서 갑자기 불이 꺼져 갇혀 있던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동굴 관리 업체와 충주시청에 해당 사건을 항의했으나 일주일 이상 어떤 사과나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동굴 탈출 후 업체 담당자 연락처를 찾아 전화했으나 일반 전화밖에 없어 연결되지 않았다"며 "시청 당직실에도 전화해 항의했지만 일주일 동안 아무런 사과나 조치도 없었다. 이번에 겪은 공포로 나와 아내는 앞으로 다시 동굴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동굴 내부에는 찜질기와 게임기, 보트 등 여러 위락시설이 있어 더 주의해야 하는데, 직원들이 근무 시간도 지키지 않고 관람객 유무도 확인하지 않은 채 퇴근하는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 내용을 정리해 이달 3일 충주시장 앞으로 민·형사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활옥동굴은 일제강점기 활석·백옥·백운석 등을 채굴하던 길이 57km의 아시아 최대 규모 광산이다. 채굴이 중단된 후 2019년부터는 민간 업체가 2.3km 구간을 관광지로 운영하고 있다. 활옥동굴은 인공동굴이어서 천연동굴과 다르게 관광안전법상 관련 법규가 미비한 상태로 확인됐다.

시청 관계자는 "동굴 안에는 불이 꺼진 후 (작동하는) 20m 간격 유도등이 있었다"며 "관람객이 많이 당황해 보지 못한 듯하다. 관람객은 다행히 소등 후 몇 분 정도 지나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활옥동굴은 인공동굴이어서 허가 관련 법규가 없다"며 "전기와 소방, 게임기 등과 관련한 안전 문제는 소방서·전기안전공사 등 유관부서와 협의해 점검해야 한다. 내부 민원 처리 과정 문제도 점검해 시정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논란이 커지자 동굴 관리업체 측은 사과문을 통해 "폐장 시간 전 소등 사고 모든 상황이 당사 잘못임을 인정하며, 필요한 최대한의 후속 협의를 추진하겠다.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도 다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고객 서비스 교육 및 사고 대처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하고 영업시간 준수, 시설 확충 등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사고 조치와 응대에서 미흡했던 부분과 담당자에 대한 조치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