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차 구역" 자리 맡더니…싸움 나자 차에서 내린 남편

장구슬 2023. 1. 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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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1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복합쇼핑몰에서 한 여성이 ‘여성 우선 주차장’ 빈자리 앞에 서 있다. 사진 유튜브 ‘한문철 TV’ 영상 캡처

복합쇼핑몰을 찾은 남성이 ‘여성 우선 주차장’에 자리를 맡은 여성과 다퉈 해당 자리에 주차하지 못했다며 잘잘못을 가려달라고 했다.

지난 3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한문철 TV’에는 ‘주차장 자리 잡기 논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제보자인 남성 A씨는 지난해 12월31일 아내와 함께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복합쇼핑몰을 찾았다.

A씨에 따르면 이날 주차장은 거의 만석이었고, 빈자리를 찾는 데 한참 걸렸다. 그러던 중 A씨는 여성 전용 주차 구역에서 빈자리를 발견했다.

그러나 여성 B씨가 이 자리를 가로 막고 서 있었다. A씨가 제공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당시 상황과 두 사람의 대화가 담겼다.

A씨는 “여성 전용 주차 구역은 (여성) 우대이지, 전용은 아니다”라면서 B씨를 향해 경적을 울리며 자리에서 비켜날 것을 요구했다.

A씨가 한 차례 더 경적을 울리자, B씨는 팔로 ‘엑스’(X)자 표시를 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A씨는 다시 경적을 울렸고, B씨는 “자리 있어요”라고 말했다. A씨는 “차가 먼저잖아요”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B씨는 “(앞에) 차 있잖아요”라며 자기 차가 주차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때 B씨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어린아이가 B씨 옆으로 다가왔다.

이후 본격적인 실랑이가 벌어졌다. B씨는 A씨에게 다가가 “여기 주차 (자리) 맡고 있다. 저희가 먼저 (자리) 잡았고, 지금 (차가) 왔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차가 먼저이지 않냐. 제가 먼저 왔다”면서 “(주변에) 다 물어봐라. 사람이 와서 (주차 자리) 잡는 게 먼저인지, 차가 들어오는 게 먼저인지”라고 했다.

이에 B씨는 “그렇더라도 아이가 있지 않냐”면서 “죄송한데 여기 여성 전용 주차장”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제가 왔을 때 아이가 없었다. (여성) 우대인 거지, 전용이 아니다”라며 운전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몇 초 뒤 B씨의 차 운전석에서 B씨의 남편이 하차했고, B씨는 “(운전자는 원래) 나다. 나인데, 아이 때문에 지금 남편이 (잠시) 바꿔서 운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B씨의 남편이 A씨에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는데 양해를 부탁드리는 거다. 죄송한데 이번만 양해해 달라. 아이가 있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A씨는 “사람이 주차장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안 되는 것”이라며 “아이도 있으니까 그냥 가는데 이러지 마라. 이것도 민폐다”라고 말했다. B씨 남편은 재차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A씨는 “유튜브나 각종 SNS에서 주차장 선점으로 인해 이슈가 됐는데도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서 “아이까지 들먹이며 자기들은 못 나오겠다, 아이가 있으니 배려해달라는 말만 계속한다”고 제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 전용 주차장에 남성도 주차해도 된다는 것과 빈 주차장 자리를 선점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알리고 싶다”며 “제 잘못이 있는지, 이럴 땐 피하는 게 상책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한문철 변호사가 여성 우선 주차장과 관련한 실시간 시청자 투표를 진행한 결과, 남성은 갈 수 없다 10%, 갈 수 있다 90% 결과가 나왔다. 사진 유튜브 ‘한문철 TV’ 영상 캡처

이와 관련 한 변호사가 실시간 시청자 투표를 진행한 결과, 여성 우선 주차장에 남성은 갈 수 없다 10%, 갈 수 있다가 90%로 나왔다.

한 변호사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 불법 주차를 하면 벌금을 내지만, 여성 전용 주차 구역에 차를 댄다고 처벌되진 않는다. 여성 우대지, 전용은 아니라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변호사의 말처럼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과 달리 여성 우선 주차 구역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에 따라 남성 운전자도 여성 우선 주차 구역에 주차하더라도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여성 우선 주차장은 2009년 서울시가 추진한 ‘여성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됐다. 다만 서울시는 지난해 주차장 안전성 향상 등 변화된 여건을 반영해 여성 우선 주차장을 임산부, 영유아, 이동이 불편한 가족을 동반한 차량을 위한 ‘가족 우선 주차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올해 서울시 공영주차장 내 여성 우선 주차장 69개소 1988면은 가족 우선 주차장으로 바뀐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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