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토큰’ 도입, 속도 붙나...SEC에 달렸다

손희정 2023. 1. 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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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증권형 토큰(ST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STO 거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증권형 토큰의 구체적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디지털금융과 관련된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증권형 토큰 등 새로운 투자수단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규율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증권형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말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일반적인 가상화폐와 달리 블록체인을 활용해 발행 및 유통하는 증권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준수해야 한다. 부동산, 미술품,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분할 소유(조각 투자)할 수 있다. 실물 자산에 근거하기 때문에 다른 디지털 자산보다 리스크가 낮은 것이 장점이다.

증권형 토큰이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을 경우 한국거래소가 거래를 담당하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STO 전담 부서를 꾸리고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부산 지역 기자단 간담회에서 “올해 증권형 토큰을 상장하고 거래하는 디지털 증권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는 주요 증권사들과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준비하며, ATS에서 STO 거래를 취급할 예정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조기에 안착시켜,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 증권형 토큰(STO)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시장 선점 위해 ‘만전’

증권사들도 구체적인 계획을 속속 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2월 합자 법인인 에이판다파트너스와 함께 추진한 STO 플랫폼 서비스가 금융위로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에이판다는 STO 플랫폼 서비스 개발을 위해 신한투자증권과 이지스자산운용, 블록체인 기술업체인 EQBR이 함께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KB증권도 STO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 기능 개발 작업과 사전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STO 플랫폼의 핵심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의 발행과 온라인 지갑으로의 분배, 주문, 체결 등 거래 기능과 매체의 연동 기능 등의 테스트를 거쳤다.

이 외에도 키움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 STO 및 조각 투자 업체에 대한 투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제적으로 정의 먼저 세워져야

그러나 실제 증권형 토큰을 취급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증권형 토큰에 대한 정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인 ‘증권형 토큰의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후속 조치로 지난해 말 기준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준비 작업이 늦어지면서 해를 넘겼다.

증권형 토큰에 대한 정의가 세워지는 것이 우선이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STO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어떤 코인을 증권형 토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면서 “특히 코인은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의 소송 결과가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소송은 지난 2020년 12월 SEC가 리플의 가상자산 ‘XRP’가 증권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EC는 XRP를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발행⋅유통 과정에서 증권법상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고 소를 제기했으나, 리플은 관련 규정을 SEC가 제공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현재 SEC와 리플의 소송은 법원의 약식 판결(최종 판결까지 가지 않고 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리플의 소송 결과가 증권형 토큰을 포함해 가상자산 규제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오유리 빗썸 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리플이 승소할 경우, 가상자산 시장은 이전보다 낮아진 규제 리스크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며, SEC가 승소할 경우 다수의 알트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돼 자본시장 규제의 영역으로 포섭될 것”이라며 “현재 어느 쪽도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와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증권형 토큰 거래를 지원하려면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만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현재 증시도 안 좋아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STO 거래를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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